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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2017년까지 3,150억유로 투자유발 목표 제시
김영민 주벨기에 유럽연합대사관 재경관 2016년 04월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를 연이어 겪은 유럽경제는 2013년부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부진해 고용창출과 성장회복에 충분치 못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주로 투자부진에 기인 한 것으로, 2014년 2분기 현재 위기 이전인 2007년 대비 GDP와 민간소비는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총투자는 약 14% 수준 미달됐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며 금융불안 요인들이 완화되는 등 양호한 금융여건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자가 부진했던 데는 내수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 투자자의 신뢰회복이 지연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 됐다. 이에 새로 출범한 융커(Jean Claude Juncker) 집행위원회는 공공 부문이 투자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 아래 2014년 11월 고용과 성장회복을 위한 투자패키지인 유럽투자계획(Investment plan for Europe)을 발표했다.

 

유럽투자계획의 기본구조는 공공 부문이 앞장서 투자보증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투자의 마중물로 활용해 3년간(2015~2017년) 총 3,150억유로 규모의 추가적인 투자를 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창출과 성장회복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EU집행위원회에서 3,150억유로를 투자유발 목표로 제시한 이유는 현재의 부진한 투자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선 그 정도의 투자증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역사적으로 유럽연합의 GDP 대비 총고정자본 형성비중은 21~22% 수준인데, 현재는 이에 2%p 정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금액이 3,150억유로라는 것이다.


EU집행위는 2014년 유럽투자계획 발표 이후 관련 법률안을 마련하고 유럽의회 승인을 완료(2015년 6월)하는 등 입법절차를 이미 끝냈다. 또한 2015년 5월에는 투자계획 선도를 위해 유럽투자은행 자체재원으로 우선 추진할 4개의 프로젝트를 선정·발표했는데 에너지효율화사업(프랑스), 산업 분야 에너지사용량 감축사업(핀란드), 가스운송개선사업(스페인), 북서부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운송사업 등이 그것이다.  

 

각 회원국 정부·개발은행, 민간투자기관 참여로 조달될 2,540억유로  

 

세부적인 투자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투자보증재원 역할을 담당할 유럽전략적투자펀드(EFSI; European Fund for Strategic Invest-ments)는 총 210억유로 규모로, EU집행위와 유럽투자은행(EIB; European Investment Bank)이 각각 160억유로의 EU예산과 50억유로의 출연금을 통해 마련한다. 다만 EFSI는 개별 프로젝트에 실제로 투자되지는 않으며, 출연금과 별도로 EIB에서 실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610억유로 규모의 투자에 대한 우선손실보증(first loss guarantee) 재원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경제활동이 계속 파급효과를 내는 것)를 고려하면 EFSI가 개별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손실보증을 통해 투자자가 지는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투자유발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집행위 기여분인 160억유로는 실제 예산을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이 아닌 같은 금액만큼 약정(commit)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이는 EU집행위의 신뢰성에 근거해 약정만으로도 투자자들에게는 실제 보증과 다름없는 안전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투자손실 발생 시 보전 목적으로 80억유로 규모의 EU보장펀드(EU guarantee fund)를 설립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로 했다.


유럽투자계획이 목표로 하고 있는 투자유발금액 중 EIB 투자분(610억유로)을 제외한 2,540억유로는 각 회원국 정부 또는 개발은행(NPB; National Promotional Bank), 연기금 등 공공기금과 사모펀드 등 민간투자기관의 참여로 조달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EFSI에 출연해 이들 펀드의 위험부담능력(risk-bearing capacity)을 제고하는 방식, 에너지효율성 제고, 브로드밴드 구축 등 특정 테마관련 투자플랫폼(thematic investment platform)에 참여하는 방식, 특정 프로젝트에 EIB 등과 공동투자(co-financing)하는 방식 중에서 선택적으로 투자에 참여하게 된다.


2015년 12월 말 현재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9개 EU회원국이 참여의사를 발표했으며 참여 규모는 약 425억유로에 달한다. 역외국 중에는 중국이 유일하게 참여의사를 선언(2015년 6월)했으며 현재 참여방식·규모 등에 관해 EU집행위와 협의 중이며 2016년 1분기 협의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를 선언한 국가는 모두 자국의 개발은행을 통한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EU집행위도 각국 개발은행의 인프라 투자관련 전문성을 고려해 이들 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아직까지 순수 민간투자기관의 참여의사 선언은 없는 실정이다.


210억유로의 EFSI가 3,150억유로의 추가투자를 유발한다는 계산은 승수효과에 근거한다. 즉 EFSI를 통해 1유로의 투자자금을 보호하게 되면, 3유로의 추가적인 투자대출(sub-ordinate debt)이 발생(1:3)하고, 추가적인 투자대출 1유로는 총 5유로[투자금 1유로+추가대출(senior debt) 4유로]의 투자를 유발(1:5)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승수효과는 15배에 달하며, 이러한 수치는 EU와 EIB의 과거 펀드운영 경험상 충분히 도달 가능한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민간투자 유인할 ‘매력적’ 프로젝트 발굴이 관건

 

유럽투자계획은 투자자금이 실물경제에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투명성이 보장된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마련 및 투자프로젝트 선정, 개별회원국 개발은행(NPB)과 EIB 간 긴밀한 협력, 사후관리 등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한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규제의 예측가능성과 질을 제고하고, 개별회원국의 예산지출·조세 및 공공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새로운 장기 투자재원을 개발하고 단일시장 구축을 위한 규제장벽 제거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투자대상 프로젝트 선정작업은 경제성 여부, 민간투자 유발가능성, EU 차원의 부가가치 창출 여부, 정책 우선순위와의 부합성 등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선정과정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유럽투자자문기구(EIAH; European Investment Advisory Hub)를 설치해 투자프로젝트 선별, 개발, 자금조달 등을 지원하는 One-stop-shop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이용 가능한 현재의 투자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 투자프로젝트들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한 기구로 유럽투자프로젝트파이프라인(EPP; European Project Pipeline)을 설치했다. 유럽투자계획의 중점투자 분야는 교통, 에너지, 디지털, 환경, 도시·사회 등 인프라 확충 분야와 교육·훈련, 보건, R&D, 정보통신기술, 혁신,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 중소·중견기업 지원 등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전체 투자유발액 3,150억유로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750억유로를 관련 투자프로젝트에 배정할 예정이다. 투자대상 프로젝트 선정절차는 프로젝트 프로모터(project promoter)의 사업제안으로부터 시작되며, 프로젝트 선정과 관리에 관한 실무를 맡고 있는 EIB 또는 중소·중견기업지원 전문기관인 유럽투자기금(EIF; European Investment Fund)의 평가와 승인, 투자위원회 의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유럽투자계획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투자유발실적은 시행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1월 기준 EIB는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운송, 환경, 보건, R&D 등 42건의 투자계획에 57억유로를, EIF는 혁신금융,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 총 84건의 투자계획에 18억유로를 각각 투자하기로 승인했다. 양 기구를 합쳐 75억유로 규모이며, 이를 통해 최대 500억유로의 민간투자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5~2017년간 총 3,150억유로의 유발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 비춰보면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실적으로 유럽투자계획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라고 본다. 공공 부문이 민간기관과 투자위험을 다소 나눠진다고 해서 장기적인 경기부진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현상이 단기간에 호전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투자계획은 부진한 민간투자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민간 부문에서 자발적인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장기적이고 위험이 수반되며 투자수익 발생이 불확실한 프로젝트를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기본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향후 유럽투자계획의 성공을 위해선 민간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며, 이를 위해 각국 정부 및 개발은행, 민간투자자 등과의 충분한 정보교환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금융혁신을 촉진해 기업의 자금접근성을 개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유럽투자계획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즉 장기적인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제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및 대출을 통한 금융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자자로 나서 민간 부문과 위험을 분담하는 적극적인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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