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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미국경제: 신약개발과 금융공학의 만남
나석권 뉴욕총영사관 재경관 2016년 05월호

2015년 11월 국내 한 제약사가 글로벌 유명 제약사와 체결한 신약 라이선스 계약은 단 한 건 수출계약 금액이 5조원을 육박한다. 이렇듯 신약개발 사업은 성공만 하면 대박을 낳는 황금알 산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고 초기연구자금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만약 신약개발 사업에 대규모의 금융권 투자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면 우리의 제약산업은 신약개발의 선두주자로 우뚝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차에 우연히 뉴욕 내 한인 헤지펀드 투자자로부터 전해 들은 ‘신약 로열티 전문투자회사(DRIC; Drug Royalty Investment Company)’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제약산업은 여타 업종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업종이었으나,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그중 두드러진 것이 신약 판매의 감소, 신약개발의 생산성 저하 등인데, 최근의 글로벌 제약산업 연간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1985~2000년간 20.3%를 보이던 것이 2001~2007년 기간에는 0.7%로 급락했다는 연구논문(Garnier,2008)도 나와 있는 실정이다.


특허권 절벽과 신약개발의 어려움


이런 배경에는 메이저 제약회사에 큰 이득을 안겨줬던 블록버스터급 신약의 특허권이 끝나가는 현상인 ‘특허권 절벽(patent cliff)’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특허권 절벽으로 인해 2010~2014년 기간 동안 연간 2,090억달러에 달하는 신약 판매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대표적 예로 메이저 제약사인 화이자(Pfizer)의 콜레스테롤 처방약인 리피토(Lipitor)는 2006년도 회사 총수익의 27%를 점하던 수익성 높은 약품인데, 특허권이 2011년에 만료된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후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황금알 신약을 대체할 새로운 신약개발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약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스타급 신약의 특허권 만료로 잃게 되는 1달러 대비 새로운 신약으로 인한 예상 수익은 고작 26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른 논문에 따르면 글로벌 차원에서의 신약개발 비용이 2003년 8억달러 규모에서 2009년에는 12억달러로 6년 사이 50%나 증가했다고 하니, 제약 분야의 과학적 발견이 상업적인 제품화로 이르기까지가 얼마나 힘든 길인지 잘 알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제약산업에 금융공학적 접근이 다각도로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대부분은 포트폴리오 및 증권화이론을 활용해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월가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신약 로열티 투자회사의 창시자이자 선두회사인 로열티 파마(Royalty Pharma)사의 투자전략과 성장과정을 분석해 보고 그 함의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로열티 파마’, 신약 로열티에 투자한 자산만 150억달러


로열티 파마는 성공한 인베스트 뱅커인 파블로 레고레타(Pablo Legorreta)가 수년간 신약 로열티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1996년에 설립한 최초의 신약 로열티 투자회사다. 미래 유망할 것으로 판단되는 신약의 특허권을 사전에 인수해 장래 현금흐름이 발생할 때 수익을 실현하는 사업구조로, 2016년 3월 현재 신약 로열티에 투자한 자산만 150억달러에 이른다. 그 결과 주요 보유자산은 미국과 유럽의 식약청(FDA, EMA)의 승인을 득하고 상품화에 성공한 로열티 자산 44개와 현재 임상실험 막바지 단계에 있는 7개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로열티 파마의 투자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여타 금융투자회사와는 달리 로열티 파마는 상품으로서의 신약의 시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선투자하는 회사다. 당연히 신약의 미래 로열티 흐름의 현재 시장가치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림 2>에서 보듯 로열티 파마의 첫 번째 주요고객은 제약회사, 바이오테크회사, 학술 및 연구기관 그리고 과학자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신약의 성공 여부를 가늠함에 있어 전문가그룹, 산업별 컨설턴트와의 네트워크가 있고, 부수적으로 생명과학 분야의 벤처캐피털 그룹과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전문적 판단을 토대로 신약 로열티 구입결정을 내리고, 궁극적으로 매력적인 리스크-수익 구조를 달성해 냄으로써 로열티 파마에 자금을 로열출자한 최종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로열티 파마의 주요 성공요인은 2003년 이후 채권발행(debt financing)을 통한 자금조달에 성공함으로써 장기적인 투자체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성공확률이 낮은 신약개발 투자는 장기간 대규모 자금의 투입이 관건인데, 단기 성과주의에 치중해 있는 지분(equity) 투자만으로는 장기간 자금투입을 담보하기가 무척 어렵다. 로열티 파마는 채권발행을 통한 장기 자금조달을 가능케 함으로써 훨씬 탄력적인 투자가 가능해졌고, 게다가 지분투자자보다 훨씬 넓은 채권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조달을 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2012년 미국에서 발행된 채권 총규모 1조3천억달러에 비해 주식 총규모는 2,500억달러, 프라이빗에쿼티에 투자된 규모는 불과 1,200억달러라고 하니, 채권발행을 통한 대규모 안정적인 자금 확보는 로열티 파마의 핵심 성공요인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일반적으로 채권투자자들은 지분투자자들보다 낮은 위험을 선호하는 관계로 로열티 파마는 기초자산의 위험성을 낮추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채권발행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운용함에있어 로열티 파마의 투자대상은 이미 승인받은 신약(approved drug) 혹은 임상실험 3단계(phase III)와 같은 막바지 단계의 신약에 국한돼 이뤄졌다. 이런 투자방식을 통해 투자자들의 단기 펀딩수요를 장기 채권으로 이끌어내고, 장기자금 투입을 통해 생명공학 분야의 생산성 증대를 가능케 한 것이다. 2012년 3월 현재 신약 로열티 투자회사 간의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로열티 파마가 여타 회사보다 월등한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로열티 파마의 투자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투자기회를 여하히 잘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우수한 신약개발 능력을 갖춰 성공 가능성이 높은 로열티 보유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후 제품의 과학적 장점, 특허권의 강도, 예상되는 시장점유율 등을 토대로 신약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신약 로열티의 비유동성(illiquidity)을 감안해 신약제품, 치료군, 시장판매그룹의 특성 등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는 과정을 통해 투자가 이뤄진다. 현재 로열티 파마의 포트폴리오는 15개 이상의 제품군으로 형성돼 있고, 25개 차별화된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대체투자 대상으로서의 로열티 투자


필자는 뉴욕에 근무하면서 전통적 투자대상이 아닌 새로운 대체투자를 찾는 한국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의례히 대체투자하면 떠오르는 것이 부동산 또는 상품 투자 등인데 이에 덧붙여 신약 로열티에 대한 투자도 검토할 만한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분야의 과학적 성과에 대한 선행투자를 하는 로열티 투자는 우리 금융투자업계의 투자외연을 확대하는 중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분야는 제약산업 특성과 특허권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관련 연구 및 분석인력의 양성이 수반돼야 할 사안이다. 그런 면에서 우선은 로열티 파마와 같은 선도기업이 발행한 주식과 채권 투자에 참여함으로써 특허권 투자의 노하우를 간접체험하는 것도 의미 있는 첫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로열티 투자회사와 협업할 수만 있다면 어려운 연구자금 조달의 새로운 통로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보유한 특허권, 임상 막바지 단계에 다다른 연구성과에 대해 국제적인 로열티 투자회사로부터 상업성을 인정받게 된다면 보다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특허권 취득 이후의 상업화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상업화 이전 단계에서 실현한 자금으로 새로운 연구를 추가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자금여력까지 확보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장점은 로열티 파마에 로열티를 판매한 미국 유수의 연구단체 및 병원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UCLA대는 전립선암 치료제인 엑스탠디(Xtandi) 특허권의 43%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5억2천만달러에 로열티 파마에 매각했고, 그 매각수입으로 새로운 신약연구에 재투자하는 한편, 일부는 UCLA 학생에 대한 장학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로열티 파마의 성공사례는 금융인들의 기업가 의식이 새로운 영역인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혁신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성공확률은 낮지만 되기만 하면 대박을 기대할 수 있는 신약개발 분야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요구하는 금융자금을 금융공학적인 이론으로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투자영역을 만들어 내는 이들의 능력, 어쩌면 우리 금융업계에는 이러한 혁신적인 기업가적 도전의식이 가장 큰 시사점이 아닐까 한다.



참고자료 및 이미지 출처
- New Financing Methods in the Biopharma Industry: A Case Study of Royalty Pharma, Inc., Andrew W. Lo and S. Naraharisett, Journal of Investment Management, 1st Quarter, 2014
- Royalty Pharma 공식 웹사이트 - http://www.royaltypharma.com
- UCLA sells royalty rights connected with cancer drug to Royalty Pharma, March 4, 2016, by Phil Hampton, UCLA Newsroom
http://newsroom.ucla.edu/releases/ucla-sells-royalty-rights-connected-with-cancer-drug-to-royalty-pha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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