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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뉴욕 거리에서 본 혁신의 기운
나석권 뉴욕총영상관 재경관 2016년 06월호



뉴욕 재경관 3년을 마치며


어느덧 필자가 뉴욕에서 재경관으로 근무한 지 3년이 다 되었다. 부푼 기대와 의욕을 가지고 왔지만, 임기 말을 앞둔 지금에서는 그간 무엇을 이루었는지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가득하다.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만 있는 것, 한국보다 뛰어나서 세계 최고인 것을 찾아 월간 『나라경제』 독자들에게 세계 최강국의 혁신 면모를 일부나마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보람이라 하겠다. 이번 호에서는 이전 글들과는 조금 색다르게, 낯선 뉴욕의 방랑객으로서 맨해튼 거리를 오가며 느꼈던 혁신의 기운을 사진과 함께 전달하면서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살아 숨 쉬는 도시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피조물이 아닐까. 자칭타칭‘세계 최고’ 뉴요커들이 만든 뉴욕 곳곳의 혁신의 기운을, 지난 3년간 거닐면서 찍은 사진을 통해 함께 공유해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리라. 그간 졸필에 관심을 보내주신 독자 제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크리스마스기간 중 뉴욕 5번가의 마스코트 ‘스노플레이크’


매해 연말이면 맨해튼 5번가와 57번가가 만나는 교차로 위에는 유니세프의 스노플레이크(snowflake)가 그 화려한 빛을 뽐낸다. 1984년부터 시작된 뉴욕시의 전통으로, 5번가와 57번가 선상의 동서남북어디서나 별처럼 환하게 빛나는 커다란 눈송이를 볼 수 있다. 이 구조물은 1만6천개의 수정 프리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지름 7미터, 높이 8.5미터에 무게만 1.5톤에 달하는 뉴욕의 대형 상징물이다.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는 아름다움을 넘어서 온 인류에게 희망(hope)을 전달하고픈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뉴요커들은 연말마다 이 거리를 지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그들만의 희망을 꿈꿔갔던 것이다. 이제는 관광명물이 돼 겨울철 5번가의 고급쇼핑몰 주변에는 항상 하늘을 향해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서 있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름도 모르는 무수한 관광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그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뉴욕만의 상징물이다. 우리의 명동이나 강남 가로수길에 이런 희망의 상징물이 설치된다면, 이로 인한 관광객 증가 효과도 상당하지 않을까.



실사구시형이면서 미래지향적인 뉴요커


2015년 어느 여름날 뉴욕의 관문격인 펜 스테이션(Penn Station)역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었다. 관광철의 초입인지라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때 내 눈에 깊이 각인된 것이 바로 매사추세츠주 관광청의 홍보문구(사진 2)였다. “전설은 소파에 앉아서 만들어지지 않는다.(Legends are Not Created on the couch.)”라든지 “‘오늘은 안 돼’라는 말은 당신 사전에서 지워버려라.(Delete “Not today” from your vocabulary.)”라는 문구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배낭을 둘러메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관광 홍보문구로만 이해하기엔 너무나 함축적인 의미가 담긴 절절한 표현이 아닌가. “아! 이것이 미국인들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구나.”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인들, 특히 뉴요커들의 핵심적인 사고방식이 그대로 표현돼 있었다.


뉴요커들은 실용성뿐 아니라 미래지향성도 함께 중시한다고 느끼게 만든 또 하나의 사진이 있다. 갤러리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액자(사진 3) 속엔 “미래는 아름다운 꿈의 의미를 믿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그래도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꿈(dream)을 믿는 자에게 더욱 환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은 그저 맹목적인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손에 잡히는 대응책을 전제로 한 실사구시형 낙관론이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사고라 하겠다. 애매모호한 경우에 하게 되는 “주사위를 던져라.”라는 표현은 결코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뉴요커들의 자세가 아니라는 표현(“Roll the Dice” is not an Emergency Plan)까지, 새삼 미국인들의 실용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남과는 달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뉴요커


필자의 집 근처에 좋은 먹거리를 염가에 제공하는 것으로 소문난 페어웨이(Fairway)라는 대형 슈퍼마켓이 있다. 오가는 길에 간혹 들르기도 했었는데, 우연히 이 슈퍼마켓의 성공스토리를 찾아보니 다른 가게에서는 구할 수 없는 제품, 이런 제품이 있었나 하는 궁금증이 드는 독특하거나 수입된 제품을 제일 먼저 판매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 결과 1974년 뉴욕의 북서쪽 거리의 조그마한 야채가게로 출발한 페어웨이는 2008년 이래 4년 연속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개인회사 중 하나로 당당히 그 명성을 쌓아가게 되었다. 무엇이 이 작은 야채가게를 뉴욕 시내에만 6개, 뉴욕·뉴저지 지역에 총 14개나 되는 대형 슈퍼마켓체인으로 성장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이들이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Like No Other Market)”는 생존본능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비슷한 것 같지만 뭔가가 다른 그들만의 품질, 가격 그리고 서비스가 바로 그들의 성공노하우였던 것이다. 이런 ‘다름의 성공철학’은 오늘날 전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맨해튼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산업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유명 뮤지컬 대부분은 런던에서 만들어진 창작물이 태반인데, 일단 맨해튼 브로드웨이와 결합만 하게 되면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블록버스터급 뮤지컬로 빅히트를 치게 된다. 왜 그럴까? 혹자는 미국 자본의 힘이라고 하고, 혹자는 관광중심지로서 뉴욕의 위상이라고도 말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엔 페어웨이 슈퍼마켓과 같이 ‘다름의 성공철학’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브로드웨이 거리를 걷다 인상에 남아 찍어둔 극장의 광고문구가 이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설명해 준다. “세상이 다 아는 노래로 구성된, 세상이 전혀 모르는 새로운 스토리!(The Song the World Knows. The Story It Doesn’t.)” 이것이 바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핵심이 아닐까. 미국 산업은 바로 이런 ‘다름의 철학’을 성공DNA로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성공기업의 남다른 직업정신


뉴욕에 있다 보니 신용평가사를 간혹 방문하게 된다. 그날도 나름 긴장된 마음으로 가게 된 무디스사의 중형 회의실에서, 우연히 무디스가 어떻게 세계적인 신용평가사가 되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아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What Everybody Knows is Not News)”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직업정신을 저변에 깔고 무디스 직원들은 새로운 기업정보를 찾아왔고 그것을 정보로 만들어 판매해 왔던 것이다. 누구도 알지 못했던 정보를 꾸준히 찾아왔던 노력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신용평가사가 된 밑거름으로 작용한 것이다.


고객과의 끈끈한 믿음과 연계가 중요한 금융산업에서도 그런 예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맨해튼 거리 곳곳에 포진한 시티은행의 큰 유리창에 붙은 한 장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를 움직이게 만듭니다(What Drives You Drives Us)” 서비스업종의 특성상 고객이 관심을 갖는 것에 최우선을 둔다는 고객중심적 사고를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압축해 놓은 것이다.



‘다름’의 성공철학과 고객존중 경영


맨해튼 3년의 여정을 통해 길거리에서 관찰한 미국 성공의 관건은 (i)실질을 중시하는 실용적 사고와 (ii)미래를 내 손으로 만들어간다는 미래지향적 사고를 토대로 (iii)‘다름의 성공철학’과 (iv)투철한 직업정신에 근거한 고객지향 경영이 아닐까 한다. 이들의 메시지는 우리에게도 많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온갖 인종이 어울려 사는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미국식 ‘집단정신’을 느끼게 한 사진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5년 상반기에 개장한 9.11 추모박물관의 커다란 대형벽에 새겨진 가슴 뭉클한 표현 하나! “우리는 비록 개인으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함께 나간다.(We came in as individuals. And we’ll walk out together.)” 한 국가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합된 한마음으로 만들어져 간다는 진리를 9.11 박물관은 웅변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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