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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포용적 성장을 위한 성인 역량개발 어떻게?
이주희 주OECD대표부 참사관 2016년 08월호

 

인적역량(skills; OECD는 skills를 ‘학습될 수 있고 개인들이 어떤 활동이나 작업을 성공적으로 일관성 있게 수행할 수 있게 하며 학습을 통해 개발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지식, 특성 및 능력들의 집합’으로 정의)은 21세기 개인의 삶의 질과 경제성장을 위한 중요한 동력으로서 고용과 소득뿐 아니라 건강,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사회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OECD는 이러한 맥락에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위한 개인의 노동시장 참여 및 국가 차원의 인적역량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성인역량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는 OECD가 개발한 성인 역량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국제조사다. PIAAC은 사회참여 및 경제활동을 위해 성인이 갖춰야 할 역량 및 스킬을 측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16세부터 65세 인구를 대상으로 언어능력(literacy), 수리력(numeracy),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Problem Solving in Technologically Rich Environments)을 측정한다. 제1주기 조사가 24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2012년 시행돼 2013년 결과가 발표됐으며, 2015년에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9개국이 추가로 조사에 참여했다. 그동안 학력 등 간접적 요인에 의해 개인의 역량을 평가해 왔으나 동 조사가 실시됨으로써 성인 역량에 관한 직접적 측정 및 국제비교가 가능해졌다. 또한 성인 인적역량 개발 및 유지, 교육-노동시장 관계,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일자리 매칭의 효율성, 불평등, 소수집단 사회 및 노동시장 통합 이슈 등에 대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증거에 기반을 둔 평생학습 및 인적역량 개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이 가능하게 됐다. 이하에서는 지난 6월 28일 발표된 제2차 PIAAC 국제보고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영역별 숙련도와 분포, 역량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직장에서의 역량 활용, 인적역량 투자의 성과 등 제1주기 PIAAC의 주요 조사 결과와 그를 통해 얻어진 정책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韓 언어능력 OECD 평균 이상,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은 평균수준

제1주기 PIAAC(2012년, 2015년) 조사 영역별 주요 결과〔언어능력, 수리력은 6수준(1수준 미만/1~5수준)으로,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은 4수준(1수준 미만/1~3수준)으로 구분. 수준이 높을수록 역량이 높음을 의미〕를 보면 33개 참가국 성인의 평균 언어능력과 수리력은 500점 만점에 각각 268점, 263점이며,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이 상위수준(2~3수준)인 성인의 비율은 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국 평균적으로 언어능력에서 46.0%, 수리력에서 43.0%의 성인은 3수준 이상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ㆍ핀란드 등은 그 비율이 높은 반면 인도네시아ㆍ터키ㆍ칠레 등은 낮았다. 반면 참가국 평균적으로 성인 5명 중 1명(19.9%)은 언어능력에서, 성인 4명 중 1명(22.7%)은 수리력에서 1수준 이하의 저숙련 상태로 드러났다.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의 경우 참가국 평균 성인 3명 중 1명(31.1%)은 2수준 이상이었으나, 42.9%의 성인은 1수준 이하이며 특히 성인 7명 중 1명(14.2%)은 1수준 미만의 최하수준으로 드러나는 등 저숙련 인구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인구의 4분의 1은 컴퓨터 경험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컴퓨터 사용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평균 역량 점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분포의 분산도는 낮은 편이었으며, 칠레ㆍ이스라엘ㆍ싱가포르는 점수 분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언어능력과 수리력의 숙련도는 밀접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나, 높은 언어능력과 수리력이 반드시 높은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는 ICT 접근도가 전체 인구집단으로 확대되는 과정이 국가별로 역사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반면 낮은 언어능력과 수리력은 낮은 문제해결력과 밀접하게 연관되는데, 이는 낮은 언어능력은 기본적 ICT 스킬 획득에 장애가 되며, 낮은 언어능력과 수리력을 가진 성인은 ICT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정보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데 상당한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인 ICT 역량 향상을 위한 정책은 기술에 대한 접근도 향상뿐 아니라 언어능력과 수리력 스킬 향상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어능력 평균 273점, 수리력 263점,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이 상위수준인 성인의 비율은 30%로서, 언어능력은 OECD 평균보다 다소 높고 수리력과 문제해결력은 OECD 평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량 분포의 분산은 다소 낮은 편이나, 전후 시기 급속한 경제발전과 교육확대로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함께 역량수준의 세대 간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수준은 역량의 가장 정확한 예측인자로서, 역량수준은 고등교육 이수자가 가장 높고 중등교육 미만 이수자가 가장 낮았다. 언어능력과 수리력은 약 30세 무렵에서, 문제해결력은 약 25세에서 정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히 최근 교육 접근성이 확대된 국가에서 장년층의 교육수준이 낮은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나 노화 또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또한 국가별로 연령대별 역량수준의 분포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정책을 통해 전 생애에 걸친 역량개발을 이끌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소한 부모가 고등교육을 이수한 집단은 부모 모두 고교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역량점수가 약 40점가량 높았는데, 그 격차의 절반은 부모가 교육수준이 높을 경우 높은 단계의 교육을 이수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데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 출생한 성인은 본국 출신 성인보다 역량수준이 낮은 경향이나, 모국어가 이민 대상국과 동일한 이민자는 그렇지 않은 이민자보다 역량점수가 높으며 본국 출신 성인과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민정책은 이민자와 본국 국민 간 역량 격차에 많은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능력의 성별 간 차이는 무시할 정도이나 수리력 수준은 남자가 더 높았다. 성별 격차는 장년층에서 보다 큰데 이는 장년 여성의 교육수준이 낮은 한편, 노동시장 참여수준도 낮아 역량 감소가 빠르게 나타나는 데 기인한다.

 

역량 활용도는 직업만족도와 밀접한 관련 보여

직장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역량은 쓰기(2.9)와 문제해결력(2.8)이고, 읽기능력(2.71)은 중간 수준이며, 수리력(2.51)과 ICT 스킬(2.41)은 활용도가 가장 낮았다. 국가별로는 뉴질랜드가 호주, 미국과 함께 역량의 활용빈도가 가장 높았으며, 싱가포르는 ICT 스킬의 활용빈도가 모든 참가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역량의 숙련도와 역량 활용도는 상이하게 나타나며 모든 참가국에서 숙련도는 직장에서의 역량 활용의 매우 일부만을 설명하는데, 이는 역량 숙련도는 직업과 직장의 선택을 통해 매우 간접적으로 역량 활용에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모든 참가국에서 직업의 유형과 직장의 인력운영 관행이 역량 활용의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특히 업무조직 및 경영 등에서의 고성과 업무관행은 직장에서의 역량 활용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워크, 자율성, 과업재량, 멘토링, 직무순환, 새로운 학습의 적용 등과 같은 업무 조직방식은 신규채용자의 스킬에 맞게 과업을 조정하도록 하는 기업의 내부 유연성에 영향을 미치고, 보너스 지급, 훈련제공, 근로시간의 유연성 등과 같은 고성과 경영관행은 근로자가 직장에서 보다 충분히 역량을 활용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직장에서 역량을 보다 자주 활용할수록 임금이 높으며, 역량의 활용은 일자리의 질과 삶의 만족도, 건강 등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역량의 활용도는 직업 만족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역량 활용도의 증가는 투자, 근로자의 참여, 혁신을 촉진하고, 직장에서의 역량 활용도는 시간당 생산성과 높은 수준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량 높을수록 고용률, 임금수준 등의 노동시장 성과 높아

성인의 역량은 교육이나 개인적 특성 및 성격과는 독립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정의되고 평가될 수 있는 개인 인적자본의 한 측면이다. 역량이 높을수록 고용률, 임금수준 등의 노동시장 성과가 높으며 웰빙, 건강, 정치참여, 타인에 대한 신뢰, 자발적 사회활동 참여 등과도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교육자격과 대비한 역량수준의 상대적 중요성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함께 증가하는데, 고용주는 청년층에 대해서는 교육자격을 신호기제로 활용하는 반면, 근무기간이 길고 성과가 관측된 근로자의 경우 실제 역량수준이 교육자격보다 강한 노동시장 성과지표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평균 22%의 근로자가 학력과잉, 13%가 학력부족 상태이고, 평균 11% 근로자가 역량과잉, 4%가 역량부족 상태이며, 약 40%의 근로자는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과잉은 특히 청년, 외국인, 소규모 기업, 파트타임, 고정기간 계약 노동자에게 더 많았으나, 일부 노동자들이 교육단계에서 성취도가 낮거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킬이 낮아져 졸업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스킬을 보유하는 데서도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킬 및 학력의 요구수준은 변동하므로 일정 정도의 미스매치는 불가피하나 근로자가 보유한 역량과 일자리에서의 요구 간 불일치는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개인수준에서는 일자리 만족도와 임금에 영향을 미치며, 기업수준에서는 이직률을 높이고 생산성을 낮추는 결과를, 거시경제수준에서는 실업률 증가 및 GDP 성장감소 등을 초래한다. 특히 학력 미스매치는 다른 유형의 미스매치보다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역량과잉이 임금에 미치는 효과는 작으며 때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전공 불일치는 임금에 큰 효과를 미치지 않으며, 많은 국가에서 전공 불일치가 반드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 일하면서 과잉학력인 경우에만 임금에서 상당한 수준의 불이익을 경험했다.


PIAAC은 평가의 타당성, 문화적 차이, 지나치게 긴 평가주기 등 평가가 갖는 본질적 문제와 국제비교가 갖는 한계로 인해 논쟁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IAAC의 진정한 강점은 성인의 역량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뿐만 아니라 조사과정에서 성인 인적역량 개발과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노동시장에서의 역량의 활용 등에 대한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경제적ㆍ사회적 성과와 연계해 분석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를 통해 성인의 전반적인 역량과 취약계층 성인의 역량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공정하고 포용적 사회를 건설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단순한 국가별 성인 역량의 순위보다는 동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연구결과와 정책적 함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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