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집행위 산업총국은 올해 초 EU 28개 회원국과 미국, 호주, 브라질, 캐나다의 식품음료산업 간 경쟁력을 비교한 「유럽연합 식품음료산업의 경쟁력 위상(the competitive position of the European food and drink industry)」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EU집행위는 2007년도에 유사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번 보고서는 이후의 EU 식품음료산업(이하 식품산업)의 경쟁력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기간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를 ‘기간 1’, 2008년부터 20012년까지를 ‘기간 2’로 나눠 경쟁력 변화를 비교했다. 하위 산업 분야는 육류·수산·과일채소·동식물성유지기름·낙농·시리얼·제빵·기타식품(설탕, 과자류 포함)·음료(와인, 맥주 포함)·증류주로 나눴다. 평가 지표로는 제조업에서 식품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 증가(S)·상대무역우위(T; 상대수출우위에서 상대수입우위를 뺀 값)·세계시장점유율 변화(M)·노동생산성 증가율(L) 및 실질부가가치 증가율(P)의 다섯 가지 지표를 사용했다.
세계시장점유율(M)의 경우 미국·EU는 크게 높아졌으나 브라질·호주·캐나다는 약화됐으며 특히, 브라질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 상대무역우위(T)는 브라질을 제외한 캐나다·EU·미국·호주가 개선됐으며 노동생산성 증가율(L)은 호주·미국이 증가를 보인 반면, 브라질·캐나다·EU는 약화됐다. 식품산업의 제조업 내 부가가치 비중(S)은 호주·브라질은 개선됐으나 캐나다·미국·EU는 약화됐으며 EU의 약화 폭이 가장 적었다. 실질부가가치 증가율(P)은 호주·미국이 개선된 반면, EU·캐나다·브라질은 약화됐다. 2012년 기준 유럽연합 식품산업의 매출액은 1조601억유로로 미국의 6,520억유로보다 1.5배나 많은 세계 최대의 식품시장을 나타냈다. 기업 수는 29만개로 미국 2만6천개의 11배, 브라질 5천개의 58배나 되지만 기업당 매출액은 370만유로로 브라질(3,750만유로)의 10%, 미국(2,500만유로)의 15%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기업규모는 작았다.
EU 식품 수출·수입시장 점유율 세계 1위
다섯 가지 평가지표 외에 다른 지표들을 살펴보면, EU는 전 세계 식품 수출시장 점유율(2012년)이 12.1%(864억유로)로 세계 1위를 나타냈다. 이어 미국 8.3%(594억유로), 브라질 4.9%(353억유로), 캐나다 3%(213억유로), 호주 2%(143억유로) 순이었다. 참고로 비교국은 아니지만 중국이 5.3%(375억유로)로 수출시장 3위를 기록했다. 수출시장 성장률(2008~2012년)은 6.3%로서 미국의 8.3%에 이어 비교국 중 2위이었다. 이어 브라질 6.2%, 캐나다 5.8%, 호주 4.8% 등이다. 역시 비교국은 아니지만 러시아가 19.9%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인도 21.0%, 중국 12.2%, 태국 11.7%, 뉴질랜드 7.1% 등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전 세계 식품 수입시장 점유율(2012년) 역시 EU가 11.3%(759억유로)로 1위를 나타냈다. 이어 미국 10.5%(706억유로), 캐나다 3.0%(200억유로), 호주 1.3%(87억유로), 브라질 0.9%(57억유로) 순이며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5.0%(337억유로, 전체 3위), 3.0%(203억유로)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입시장 성장률(2008~2012년)은 EU가 불과 0.5% 성장에 그쳐 비교국 중 가장 낮았다. 브라질이 12.6%의 높은 수치로 1위를 나타냈으며, 이어 미국 8.7%, 캐나다 7.3%, 미국 6.1% 순이었다. EU 식품산업의 종업원 식품산업 종업원 수(2012년)는 450만명으로 비교국 중 가장 많은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으나 기업당 종업원 수는 15.6명으로 호주 18.4명, 캐나다 32.0명, 미국 59.4명 등과 비교해 가장 낮았다.
EU 내 제조업에서 식품산업의 위상을 살펴보면, 식품산업은 전체 제조업 매출액의 15%(7조800억유로 중 1조620억유로)를 차지해 제조업 중 가장 높은 매출비중을 보이는 중요 산업임을 알 수 있다. 매출액 증가율(2008∼2012년)도 제조업이 0.8% 하락한 반면 식품산업은 6.9% 성장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종업원 수는 제조업의 15%(3천만명 중 450만명)이었다. 식품산업의 주요 분야별 특징을 살펴보면 매출액(2012년)은 육류 분야(2,170억유로)가 가장 높았으며, 이어 기타식품(1,719억유로), 음료(1,480억유로), 낙농(1,456억유로) 순이었다. 수출은 음료 분야(수출액의 28.6%, 247억유로)가 가장 많이 차지했으며, 수입은 낙농 분야가 6억7천만유로를 기록했으나 수입액의 0.9%에 그쳤다. 이는 제3국이 유럽연합에 낙농제품을 수출하기가 매우 어려움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식품관련 규범체계(regulations)와 연구개발, 노동력·원재료 확보 등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여건(framework conditions)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식품관련 규범은 2002년 식품에 대한 일반 규정(general food law, EU규정 178/2002)을 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요 규정을 만들고 관련 규정 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장점으로 평가했다. 고품질을 요구하는 EU의 식품안전 규정은 EU 식품음료에 대한 해외시장에서의 높은 평판을 가져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EU 집행위에서 제정한 규정을 회원국들이 이행하는 과정에서 회원국 간 일관성이 없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건강식품업계의 의견을 인용해 장기간의 승인절차와 엄격한 승인기준은 신제품 개발의욕을 저하시킨다고 분석했다.
구조적 여건과 관련해선 연구개발(R&D) 투자가 낮고 혁신문화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2014년 식품음료 분야 제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매출액의 1∼2%로 제조업 중 중하위였으며, 식품음료 분야 유통업의 경우 1% 미만으로 하위에 머물렀다.「EU 2020전략」에 의하면 2020년 EU GDP의 3%를 R&D에 투자(전 산업 기준)하는 것인데,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는 있으나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2012년 6.8%에서 2013년 2.3%로 낮아졌다. 또한 미국·일본의 기업들이나 세계 평균에 비해서도 낮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유럽상품코드(EAN, European Article Number)의 점유율이 2006∼2008년 3.8%의 증가를 보였으나 2010∼2015년에는 5.3%로 감소해 신제품 출시가 위축됐다.
EU 시장 개척하려면, 식품안전과 고품질 중요성 인식은 필수
한편 식품음료 제조업에서는 포장기술에 관한 혁신이 확대되는 추세다. 기술혁신 중 포장관련 기술혁신 비중이 2004년에는 6%에 머물렀으나 2012년에는 30%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보존기간연장·소형포장이나 저염·불포화지방 감소 등에 대한 포장개선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식품음료 유통산업에서는 전자상거래가 지체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노동력 면에선 식품산업에 고유하지 않은 디지털·행동과학·유전공학 등과 관련한 고숙련노동자를 찾기가 매우 어려우며 차세대에 대한 기술이전도 어렵다. 현재 낙농분야는 EU 역내에서 고품질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아진 반면, 수산과 오일유지산업 분야는 역외수입에 의존해 경쟁력이 크게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국제무역에서 EU 식품산업의 경쟁력이 강하며, 이는 식품안전에 관련한 EU의 높은 수준의 규정들, 식품음료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고품질 이미지, 신흥시장에서 소득증가에 따른 수요증가, 제3국과 FTA 확대에 따른 무역자유화 등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책 권고로서 국제무역 및 역내시장 위상 강화, 생산성 향상 지원, 공급체인의 기능 강화를 언급했다. 국제무역 및 역내시장의 위상 강화를 위해 최소 현 수준으로 품질 및 식품안전관련 규정은 유지해야 하며, 과학기술 발전이나 위험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제때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FTA는 확대해야 하며 역내시장에서의 교역촉진을 위해 회원국 간 서로 다른 규정으로 인한 무역 장애를 없애야 한다고 언급했다. 생산성 향상 지원과 관련해선 현재 EU의 규정운영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식품음료 산업계가 다른 산업계와도 협력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예를 들어 식품기업이 디지털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촉진할 수 있고 생산가공의 최적화나 적시배송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자원재활용을 통한 폐기물 감소, 공급체인 기능 강화와 관련한 고위급 포럼의 계속 운영 등을 권고했다. 또한 식품산업계와 소비자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식품산업 가치와 긍정적 활동에 대한 정보를 산업계가 소비자 대중에게 알리는 캠페인과 선제적 활동(initiative)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EU 식품산업이 세계 최대의 수출시장이자 수입시장이며, 또한 EU 제조업 중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 산업임을 보여준다. 특히 EU 식품의 고품질을 인지하고 있는 제3국들이 유사한 법제를 갖춘 반면 EU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향후 EU 식품의 경쟁력은 약화될 것으로 경고한 것은 인상적이다. 다만, 비교국에 대한 경쟁력 변화의 요인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히 결과만 제시해 구체적인 원인을 알 수 없는 점은 보고서의 한계다. 또한 EU의 수입시장 성장률이 정체상태(2008~2012년 0.5% 증가)에 머무른 것은 농수산 식품 수출을 늘려야하는 우리로선 아쉬운 점이다. 이는 EU 식품산업의 높은 품질 경쟁력과 연관되겠지만, EU의 낮은 인구증가율과도 관련될 것으로 보인다. 2007~2013년간 EU의 인구증가율(세계은행 자료)은 0.33%에 머물러, 호주 1.59%, 캐나다 1.1%, 브라질 0.99%, 미국 0.86%와 비교해 가장 낮았다. 이는 제3국이 EU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기에 좋은 여건은 아님을 보여준다.
2015년 우리나라는 EU에 4억6천만달러의 농수산 식품(혼합조제식료품, 참치, 라면, 김, 김치, 인삼제품 둥)을 수출했다.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액 80억3천만달러의 5.7%에 이르며, 이 가운데 농식품이 3억4천만달러, 수산식품이 1억2천만달러다. 2014년의 4억5천만달러 수출과 비교해 2.7%가 늘었다. EU의 경기회복 지연, 난민유입 등으로 소비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수산식품의 수출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다른 아시아 식품과 비교해 고품질이며, 발효 등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증가, 한국식품 입점 유통업체의 확대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비용 증가, 낮은 소비자 인지도 등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품질의 EU 식품음료 시장을 개척하려면 우리도 식품안전과 품질에 대한 법과 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더욱 잘 운영해야 할 것이다. 한국 식품에 대한 고품질·안전 이미지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국력의 신장과 더불어 우리 농수산식품의 품질과 안전성도 향상되고, 나아가 수출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