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기치 아래 기후변화에너지 20/20/20 전략(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20% 감축, 재생에너지 20% 이용, 에너지효율 혹은 절약 20% 달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이용 비중을 최소 20%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최소 20% 목표는 EU 전체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로, 회원국별 의무비중 목표는 몰타에서 설정한 10%부터 스웨덴에서 설정한 49%까지 회원국별 상황에 따라 다르다. 또한 EU 재생에너지 지침은 수송 분야를 별도로 구분해 이 분야에 최소 10% 재생에너지 이용목표를 규정하고 있는데, 수송 분야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재생에너지가 바이오에너지다.
수송 분야에 주로 이용되는 재생에너지는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인데, 요즘에는 에너지원이 농산물 잔여물, 해조류 등을 포함해 보다 다양해지긴 했지만 대부분은 팜오일, 사탕수수, 옥수수 등의 곡물을 원료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재생에너지원인 햇빛, 바람, 물, 조수 등은 공급량이 비교적 자연적으로 결정되는 반면, 바이오에너지원인 곡물은 경작을 통해 사람이 인위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즉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한 곡물재배로 토지이용에 직·간접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데 주로 경작지 확대로 인한 삼림훼손,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에너지의 친환경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회원국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국가에 수송 분야 최소 10% 재생에너지 이용을 규제하고 있는 것도 회원국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EU 집행위는 2016년 말까지 마련할 계획인 재생에너지 지침(Directive 2009/28/EC) 개정(안)에 바이오에너지와 관련된 친환경성 논란 및 회원국 반대 등을 감안해 ‘수송 분야 재생에너지 비중 10%’ 목표는 가져가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오에너지원인 곡물생산 위한 경작지 확대 친환경 논란 불러 EU 내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이에 더 나아가 자동차 연료에서 재생에너지 혼합을 의무화하는 제도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기업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연료혼합의무제도(「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를 통해 2015년 7월 31일부터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2.5%를 의무화하고 있다. EU는 재생에너지 지침상 바이오에너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농수산물 및 관련 산업의 폐기물이나 잔여물 등에서 자연분해되는 바이오매스(biomass), 수송 분야에 사용되는 액체 및 기체 형태의 바이오연료(biofuels, 설탕·곡물로부터 생산되는 바이오에탄올과 식물성 유지로부터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이 있음.), 수송 분야 이외에 사용되는 바이오연료인 바이오액화유(bioliquids, 통상 식물성유지로부터 추출돼 수송 분야 이외에 활용되는데 일부 EU 회원국들만이 생산하고 있고 소비율은 매우 낮은 실정)가 있다.
그런데 바이오에너지의 경우에는 여타 재생에너지원과 달리 지속 가능성 등을 갖추도록 하는 등 이용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바이오에너지원인 연료용 곡물생산을 위해 경작지가 직·간접적으로 확대되면서 오히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직접이용변화(Direct Land Use Change)는 연료용 곡물생산을 위한 신규 경작지 개간을 말하며, 간접이용변화(Indirect Land Use Change)는 연료용 곡물을 기존 경작지에서 생산하는 바람에 곡물생산을 위한 경작지가 신규로 개간되는 현상을 말한다.
경작지 확대는 이산화탄소를 보유하던 토양의 생물유기체의 손실을 가져와 대기 중의 온실가스량을 증가시키게 되고 특히 삼림으로 이용하던 지역이 개간이 될 경우 이산화탄소 흡수감소로 대기 중 온실가스를 더욱 증가시키게 된다. 물론 곡물이 자라는 동안 흡수되는 이산화탄소량도 있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결국 대기 중 온실가스가 순증하는지 순감하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변수와 가정들로 인해 하나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 상반기 EU 집행위는 바이오에너지 관련 집행위 자금이 지원된 연구보고서 「The land use change impact of biofuels consumed in the EU」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 연구결과에는 식물성 유지(주로 팜오일)를 이용하는 바이오디젤이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지역 환경 관련 NGO인 T&E(Transport and Environment) 등은 바이오디젤이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해 집행위의 바이오에너지 지원정책의 실패를 비난했다. 반대로 바이오에너지협회 및 관련 이해단체에서는 연구결과의 신뢰성 자체를 부정하거나 연구결과 중 바이오에탄올 등의 경우에는 친환경적이라는 내용들을 근거로 이 연구결과가 모든 바이오에너지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인식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에너지의 친환경성 여부 관련 논란은 근래에 등장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십여년 전에는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한 옥수수 등의 과도한 생산이 곡물가격 폭등을 가져와 저소득국가의 식량안보에 위협이 된 적도 있는데, 결국 바이오에너지 생산과 관련해 토지이용 경쟁 문제는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EU 차원의 노력이다. EU는 비록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생에너지 지침상 바이오에너지 지속 가능성 요건을 설정하고 이후 2015년 9월 재생에너지 지침 개정을 통해 간접적 토지이용변화(Indirect Land Use Change) 최소화 규정 등을 새로 도입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U 바이오에너지 지속 가능 요건 설정…충족할 경우만 정부지원 EU는 바이오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에 제대로 기여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속 가능 요건을 설정해 이를 충족하는 바이오에너지만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회원국별 재생에너지 목표치로 산정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먼저 화석연료 대비 바이오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35% 적어야하며, 이 기준은 2017년 50%로 높아진다. 2018년에는 신설공장에 대한 기준이 60%로 상향조정될 예정이다. 이때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은 바이오연료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고려돼야 하며 경작, 가공, 수송 등을 모두 포함한다. 습지나 산림과 같이 온실가스 감축 기능을 하던 토지로부터 경작된 바이오연료는 지속 가능하다고 인정되지 않으며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한 지역에서 확보되는 바이오연료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한 원료재배가 기존 농작물을 재배하던 경작지에서 이뤄지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5년 재생에너지지침 개정을 통해 간접적 토지이용변화(ILUC)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음의 규정을 새로 도입했다.
첫째, 식용 농작물을 통해 생산된 바이오연료는 2020년 수송 분야 재생에너지 이용 목표치의 최대 7%까지만 기여할 수 있다. 둘째, 각 회원국은 발전된 형태의 바이오연료(advanced biofuels, 발전된 형태의 바이오연료는 농작물과 직접 경쟁을 하지 않는 원료인 농산물의 잔여물, 해조류, 폐기물 등을 활용한 연료를 의미) 이용목표를 자국 실정에 맞게 2017년 4월까지 설정해야 하며, 참고목표치는 2020년까지 0.5% 이용이다. 해당 바이오연료는 국가별 재생에너지 이용목표 실적에 2배로 계산된다. 셋째, 2020년까지 수송 분야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10%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복 산정되지 않도록 바이오연료의 원료 리스트를 회원국별로 조화시킨다. 넷째, 새로운 설비시설의 경우, 바이오연료 생산이 화석연료 대비 60%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재생 가능 전기가 수송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여섯째, 연료공급자들에게 회원국과 집행위에 추가적인 자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EU는 이러한 제도적인 한계설정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소위 2세대 바이오에너지 개발 및 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통상 1세대 바이오연료는 밀, 옥수수, 사탕무, 사탕수수 등을 직접 활용해 생산하는 바이오에탄올 등을 의미하는 반면, 2세대 바이오연료는 농산물의 잔여물(agricultural residue)인 밀, 귀리의 지푸라기, 옥수수 껍질, 사탕수수 찌꺼기 등을 활용해 만든 재생에너지를 의미한다. 2세대 바이오연료는 1세대 바이오연료 생산으로 제기되고 있는 연료화를 위한 농산물 생산과 식용 농산물 생산 간의 토지사용 경쟁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상승, 농산물 생산을 위한 추가경작지 확대(간접이용)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해조류를 통한 바이오에너지 생산 잠재가치 높아… 韓, 2019년 대량생산 목표 또 다른 발전된 형태의 바이오에너지는 조류(algae)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및 바이오디젤 생산이 있다. EU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7,700만유로의 자금을 ‘조류를 활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 연구개발 프로젝트(BIOGAT)’에 지원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미국, 이스라엘 등 7개국 10여개 기관은 공동으로 스페인, 포르투갈의 사업지에서 해조류에서 연료를 추출해내는 작업을 했다. 해조류는 1일에서 10일 이내에 빠르게 재생산된다는 면에서 지속 가능하며 해조류를 통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기존 바이오에너지 논란의 해소가 가능하다. 또한 해조류를 통해 생산된 오일은 바이오디젤이나 에탄올로 전환이 가능하며, 해조류 찌꺼기(biomass residue)는 다른 에너지제품 생산에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잠재적 가치도 높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로 해양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2015년까지의 시범생산 단계를 거쳐 현재 2019년까지 대량생산 및 공정 최적화를 목표로 한 상용화 단계로 돌입했다.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개발 분야는 아직 유럽, 미국 등에서도 가시적인 실적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는바, 한국의 경제성 있는 친환경 바이오디젤 생산 원천기술 확보 및 대량생산체제 구축을 기대해본다.
바이오에너지는 그 자체로는 환경적으로 우수한 에너지로 보이지만 현재 주로 이용되는 바이오에너지는 토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의도치 않은 부정적 환경피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EU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설정, 토지이용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바이오에너지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며 가격마저 저렴한 이상적이고 완벽한 에너지원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정책에서 각각의 에너지원이 가진 장점을 최대화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여건마련, 기술개발 등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