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세계는 지금
브렉시트 투표 이후 한-영 통상관계 방향은?
김호철 주영대사관 상무관 2016년 11월호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 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EU를 탈퇴하지 않았으며 대외적인 관계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영국이 EU를 공식탈퇴한 후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양자 간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영국의 EU 탈퇴협상 준비동향을 지켜보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 역시 영국의 동향에 주시하면서 한-EU FTA를 대체할 협정을 대비해 양국 기업의 혼란과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난 6월 23일(현지시각 기준)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들이 EU 탈퇴(이하 브렉시트)를 선택함에 따라 세계 각국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고 영국 정부도 상당한 변화와 혼란을 겪고 있다. 영국 내 각국 기업들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 앞으로의 전개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향후 EU와 영국 간 통상관계가 재정립되는 방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한-영 양자 간 FTA를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하에선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지난 3개월간 영국 현지 움직임을 관찰한 바를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영 통상관계의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브렉시트 후폭풍, EU-영국 간 협상결과에 달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영국이 EU 탈퇴를 선택하면 영국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국민투표 직후 파운드화의 하락 이외에 두드러진 경제적 충격이 없어 일부에서는 경제전문가들의 브렉시트 후폭풍 주장이 과장된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과연 그러할까.

 

우선 우리는 브렉시트라는 용어 사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했지만 아직까지는 EU를 탈퇴하지 않았으며 대외적인 관계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다. 경제전문가들의 브렉시트 상황 분석은 영국이 실제로 EU와의 탈퇴협상을 거쳐 공식탈퇴한 이후의 경제적 영향을 예측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투표 이후 단기적 영향과는 구분돼야 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영국과 EU 간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상품 분야는 영국과 EU 간 무관세 교역유지 여부가 관건이며, 서비스 분야에서는 일명 패스포트라고 불리는 EU 내 금융영업권 확보가 핵심이다. 영국으로서는 EU를 탈퇴하더라도 자국 내 기업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를 원하지만, EU로서는 탈퇴국에 단일시장 접근 혜택을 허용할 경우 나쁜 선례가 돼 내부 결속이 약화될 우려를 감안해야 한다.

 

영국의 EU 탈퇴 시나리오로 그간 노르웨이 모델, 스위스 모델, 캐나다 FTA 모델, WTO 모델이 거론돼 왔으나 영국이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영국의 정치적 상황을 감안한 새로운 대안이 모색될 것이며 이는 영국과 EU 간 경제적 연계를 상당부분 유지하면서 이민자 수를 제한하는 일정권한을 확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영향이 당장은 심각하지 않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처럼 경제적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으며, 영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커다란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영국이 EU 단일시장 확보에 실패하면 글로벌 기업의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영국경제와 고용에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영국과 EU 간 성공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면 브렉시트 후폭풍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6월 23일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캐머런 총리는 사임했고 집권당인 보수당 당수 선출절차를 거쳐 7월 13일 메이 신임 총리가 정식취임했다. 한 나라의 최고책임자가 불과 20일 만에 결정되는 이례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었다. 이는 국민투표 이후 정치적 혼란과 리더십 공백을 조기수습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현명한 대응이었다.

 

메이 신임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온건하게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브렉시트는 브렉시트(Brexit means Brexit)’라고 하면서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EU 탈퇴 절차를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취임 이후에도 재투표나 조기총선을 통해 결과를 번복할 계획이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일단 EU조약 제50조 절차를 개시하면 2년 내 합의해야 하므로 영국의 입장과 전략을 충분히 검토한 후 내년 초 EU와의 협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브렉시트 대외협상을 담당할 핵심부서는 외무부(FCO), 브렉시트부, 국제통상부(DIT)이며, 메이 총리는 이들 3대 부서 장관을 EU 탈퇴진영 주요인물로 채웠다. 이는 국론통합 차원에서 브렉시트 대외협상에 EU 탈퇴파 주장을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며, 정치적 책임이 분산되는 부수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메이 총리도 브렉시트 내각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적극 관여하고 있다.

 

40년 만에 독자적인 통상정책…FTA 파트너 찾는 영국

EU 탈퇴 주장의 핵심논리 중 하나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다른 국가와의 통상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리암 폭스 통상장관이 이끄는 신설 국제통상부(DIT)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을 검토 중에 있다.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미국 및 영연방 국가들에 FTA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폭스 통상장관도 언론인터뷰에서 10여개국과 FTA 체결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현재 진행 중인 EU와의 통상협상 진전 및 발효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영국과의 협상은 EU 탈퇴협상 준비동향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반응이다. 미국 및 캐나다 금융업체, 일본 자동차업체가 다수 영국에 투자진출해 있으며, 이들 기업에는 영국과의 새로운 통상협상 추진보다는 영국의 EU 단일시장 접근권 유지가 직접적인 관심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 9월 G20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각국과의 양자회담에서 통상협상을 논의했고 인도, 멕시코, 한국, 싱가포르, 호주가 영국과의 협상을 환영했다고 언급했다. 총리 취임 초기 미국및 영연방국가 중심으로 통상협상을 검토하던 모습이었으나 주요국이 신중하고 전략적인 입장을 취함에 따라 영국이 보다 현실적인 FTA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월 영국 국제통상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필자는 한국이 10여년 전 통상교섭본부에서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면서 로드맵과 조직을 정비했던 경험을 소개해주고 한국, 멕시코처럼 이미 FTA가 발효 중인 국가나 싱가포르처럼 아예 관세가 없어 협상이 용이한 국가가 1차후보국이 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 적이 있다. EU 가입 이래 40년 만에 독자적인 통상전략을 고민 중인 영국 관계자는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흥미롭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재영한국경제인협회 등록회원 기준 약 120개사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을 비롯해 무역·유통, 전자·통신, 에너지·화학, 금융·보험 등에 걸쳐 다양한 기업들이 유럽판매본부 또는 영국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또한 두산밥콕, 석유공사다나, CS윈드 등 스코틀랜드 기업을 인수해 투자진출한 경우도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에 당장 교역시스템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현지 지상사들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판매법인의 경우 파운드화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투자진출의 경우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 확산 여부가 가장 관건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양국 간 교역에 한-EU FTA 무관세 혜택이 중단된다면 품목별 관세율에 따라 일부 업종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항공유 등이 대표적인 품목이다. 다만 휴대폰, 컴퓨터 등 IT기기는 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글로벌 무세화가 이미 보편화된 상황이며 자동차, 가전의 경우에도 우리 업체들이 글로벌 생산 및 판매를 하고 있어 실제 영향은 보다 복잡하고 다양하다.

 

한-영 FTA, EU 탈퇴시점에 공백 생기지 않게 준비해야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한-EU FTA와는 별개로 한-영 교역관계를 설정하는 통상협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우리 정부도 한-영 양자 간 FTA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양자 간 FTA를 논의하기에 앞서 어떤 전략과 방식으로 협상을 추진할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영국은 EU를 공식탈퇴하기 전까지는 다른 국가와 통상협정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 유럽연합 기능에 관한 조약(TFEU;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제3조는 통상정책이 EU 공동체의 전속권한(exclusive competence)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구나 영국은 1975년 EU에 가입한 이후 각국과의 통상협상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없으며, 통상협상의 대상인 독자적인 상품 및 서비스 양허표도 가지고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영국이 당장에 각국과의 FTA 협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며, 우리나라도 영국과의 통상협상을 추진함에 있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이 EU를 탈퇴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EU 탈퇴시점에 기존 한-EU FTA를 대체할 별도의 협정이 준비돼 있지 않다면 이는 양국 기업에 상당한 혼란과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영국 정부가 이러한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고,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한-영 간 교역관세에 갑작스러운 변화(cliff edge)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영국과의 향후 통상관계에 대한 협의를 조속히 시작해 EU 탈퇴시점에 법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영 양국은 2013년 정상합의에 따라 매년 정례적으로 장관급 경제통상공동위원회(JETCO)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말 제3차 회의 계기에 양국 통상장관이 정식으로 만나게 된다. 영국으로서는 한국이 EU와의 FTA 기체결국 중 상업적으로 가장 비중 있는 국가이며 FTA 선진국이기 때문에 관심이 크고, 우리로서도 유럽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인 영국과의 통상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제3차 JETCO가 향후 한-영 통상관계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무역에 브렉시트라는 새로운 변화가 다가오고 있고 WTO, FTA 등 각종 교역질서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돼 있다. 이러한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기보다는 변화의 방향을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