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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수산보조금 규율 이번에 마련될까
정재우 주제네바대표부 2등서기관 2017년 05월호


2015년 9월 UN이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 중 14번째 항목은 해양자원의 지속가능개발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불법 미보고 미규제 어업, 과잉어획, 과잉어업능력 등에 대한 수산보조금을 둘러싸고 WTO에서 협상이 한창이다. 수산보조금은 다른 주요 국제무역 주제와 함께 올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제11차 WTO 각료회의에서 규율이 마련될 수 있는 후보로 논의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수산보조금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국제연합(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 관련 사항을 중심으로 현재 협상의 핵심 쟁점과 주요국 의견 대립 현황에 대해 일별해본다. 이 글은 관련 협상에서의 우리나라 입장과는 무관함을 말씀드린다.


2015년 9월 UN에서 각국 정상들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각 분야의 주요 행동목표에 합의한 바 있다. 그중 14번째 항목은 해양자원의 지속가능개발과 관련된 것이며, 이 항목의 6번째 세부목표(SDG 14.6)는 수산보조금 규율을 직접 언급하고 있다. SDG 14.4와 14.b에서는 불법·미보고·미규제 어업(IUU 어업;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의 규율과 소규모 전통방식 어민의 시장 접근권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이 요소들은 SDG 14.6의 내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SDG 14.6으로 인해 현재 WTO에서는 수산보조금 협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활발한 논의가 곧바로 합의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다음의 수많은 쟁점을 우선 넘어서야 한다.


IUU 어업 보조금 철폐 대원칙엔 명목상 합의…범주는 여전히 논쟁 중
IUU 어업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한다는 대원칙에 반대하는 국가는 최소한 명목상으로는 없다. 그러나 IUU 어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즉 어떠한 행위가 IUU의 범주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선 일부 논쟁이 있다. 대다수의 국가들은 UN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마련한 기준을 준용할 것을 주장하나 일부 국가는 이 기준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잉어획(overfishing)은 수산자원의 남획 방지라는 수산보조금 협상의 본질을 생각할 때 응당 규율해야 할 것으로 보이면서도 도대체 무엇이 과잉어획인지, 누가 어떻게 과잉 여부를 판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특히 SDG 14.6에서는 과잉어획을 유발하는 보조금을 금지하라고 돼있으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안에서 볼 수 있듯 일부 국가들은 과잉어획 대신(또는 이와 함께) 과잉어획된 어종(overfished stock)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을 규율하고자 한다. 일각에서는 두 가지 개념을 별도로 구분해서 다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SDG 14.6에서 명시하는 것은 ‘overfishing’이지 ‘overfished stock’이라는 표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잉어획능력(overcapacity)은 과잉어획에 비해 정의와 범주에 대해서는 비교적 논란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이 역시 상당한 기술적 쟁점들이 있다. 우선 선박의 어획능력을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고 얼마 이상을 ‘과잉’이라고 판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또한 일단 특정 수준을 과잉어획능력 상태의 기준으로 삼을 경우 이 기준 이하인 국가에는 과소능력(undercapacity)이라는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인지, 그래서 여전히 어획능력을 증진시켜 수산자원을 고갈시킬 위험성이 커지는 것은 어떻게 대처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이러한 논쟁을 우회하기 위해 현재 수준을 기준으로 능력증강(capacity enhancing)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조금을 규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경우 새로운 선박을 건조하거나 기존 선박에 비해 동력을 높이는 개조 등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규율한다는 점에서 규율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현 수준이 지나치게 저개발 상태여서 식량안보와 경제발전 측면에서 반드시 추가적인 수산업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최빈개도국의 반발과 이미 과잉능력 상태에 접어든 국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지속 가능성을 크게 저해하므로 기존의 과잉능력국가에 대해서는 능력증강 외에 능력유지 보조금도 추가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편 일부 국가들은 법적 명확성으로 볼 때 과잉어획능력을 유발하는 보조금이 과잉어획 유발 보조금에 비해 객관적으로 규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과잉어획능력을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과잉어획은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규율하자는 입장을 보인다. 이들은 일부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과잉능력이 과잉어획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한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과잉능력과 과잉어획은 별도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결 조항 일괄 적용, 어업관리제도 논의 여부, 개도국 우대 등이 쟁점
SDG 14.6에는 과잉어획과 과잉어획능력을 유발하는 일부 유형의 보조금을 금지하라고 돼있다. 일부 국가들은 이 표현을 인용하며 모든 보조금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의는 보조금의 효과를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규율하자는 주장과 법적 명확성과 이행 감독 강화 측면에서 금지보조금의 구체 유형을 목록화하자는 주장 간의 대립과도 연관된다.


SDG 14.6에는 IUU 어업 유발 보조금은 철폐(eliminate)하라고 돼있는 반면, 과잉어획과 과잉어획능력 유발 보조금에 대해서는 금지(prohibit)하라고 돼있다. 일각에서는 ‘철폐’와 ‘금지’라는 상이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는 나름의 의도가 있다면서 과잉어획·과잉어획능력에 비해 IUU 어업에 대한 규율이 더 강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DG 14.6에는 신규 보조금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어 일부 국가들은 보조금 금지 외에 소위 동결(standstill)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 수준으로의 동결을 위해서는 현재 보조금 지급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그러한 정보와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규율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또한 일부 최빈개도국들은 자국의 수산업이 매우 저개발 상태이므로 일괄적인 동결 조항 적용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각국 수산당국과 지역수산관리기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어업관리제도는 표면상 수산보조금과 별개의 영역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무역기구인 WTO에서 어업관리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또 다른 국가들은 해양수산자원의 지속가능개발이라는 협상의 궁극 목표를 위해서는 모든 가용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므로 보조금 규율과 어업관리제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몇몇 국가들은 어업관리제도만 효과적으로 이행된다면 보조금 규율이 원천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SDG 14.6과 14.4에는 모두 2020년이라는 기한이 있으며, 이는 전체 SDG 목표의 이행 시한인 2030년에 비해 10년이나 빠르다. 일부 국가들은 2020년까지 14.6의 모든 사항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 등은 현실적으로 남은 기한을 고려했을 때 2020년까지 모든 유해 수산보조금의 철폐·금지를 완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이행 계획을 충실히 수립하고 특히 일부 개도국에는 이행의 경과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SDG 14.6은 개도국 우대 관련 논의가 WTO 협상의 불가분의 일부(integral part)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 수산대국 중 상당수가 개도국인 현실을 감안할 때 핵심 규율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도국 우대도 해서는 안 되며, 기술 지원 등의 측면적인 우대만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14.b에서는 소규모 어민에 대한 시장 접근성의 강화를 말한다. 수산보조금 협상에서도 소규모 어업에 대한 특별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다만 소규모 어업에 대한 고려를 모든 회원국에 적용할지, 개도국에만 적용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으며, 소규모 어업의 기준을 어선의 길이로 판별할지, 톤수나 동력 등 여타 기준으로 판별할지, 더 나아가 소득 등 사회경제적 요인까지 고려할지에 대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소규모 어업에 어떠한 우대를 부여할 것인지도 논쟁거리다.


전통방식 어업(artisanal fishery)에 대해서도 소규모 어업의 쟁점과 유사한 사항에 대해 논쟁 중이다. 특히 소규모 어업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소규모·전통방식 어업의 개념상 논쟁으로 인해 생계형 어업, 비상업성 어업, 영세어업 등 다양한 유사 개념에 대한 논의 필요성도 등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개념에 대해서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논쟁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각국 입장 첨예하게 대립…올 들어 2~3주마다 비공개 회의 열려

수산보조금 협상은 현재 WTO에서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민감한 협상이고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협상이므로, 협상 계획과 전망에 대한 주관적 견해를 밝히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바탕을 두고 간략히 마무리하는 내용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올해 들어 WTO에서는 수산보조금 규율에 대해 평균 2~3주마다 비공개 회의가 열리고 있다. 수산보조금은 다른 주요 국제무역 주제와 함께 올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제11차 WTO 각료회의(MC-11)에서 규율이 마련될 수 있는 후보로 논의되는 중이다. 각료회의 개최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더 자주 협상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술한 쟁점에 대해 앞으로 더 솔직하고 격렬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합의 가능한 주제와 그렇지 않은 주제가 더 선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수산보조금 협상은 WTO 출범 이래 20년간의 애증이 모두 담긴 주요 협상 중 하나다. 앞으로의 반년 남짓한 기간 내에 수많은 쟁점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일 것이나, 한편으로는 다자무역체제 역사상 최초로 수산물 및 수산업과 관련된 규범이 마련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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