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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서비스무역 장벽 완화를 위하여
우해영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2017년 11월호



GATT 체제를 효과성 있게 변화시킨 WTO는 교역 증대와 세계경제 성장의 근저를 제공해왔다. 특히 상품 분야의 GATT에 대응하는 서비스무역협정(GATS)을 체결함으로써 국가 간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한 교역 및 성장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이 글에서는 GATS 협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규제’ 논의의 경과, 최근 논의 동향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 발전에 기여한 많은 조치들이 있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높았던 것 중에 하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이라고 생각한다. 1995년 출범한 WTO는 기존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성 있게 변화시켰으며, 이를 통해 교역 증대와 세계경제 성장의 근저를 제공했다.


특히 WTO는 기존 상품 분야 중심에서 서비스 분야와 지식재산권 분야를 새로운 협정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분쟁해결절차를 마련해 국가 간 이해관계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 대해 상품 분야의 GATT에 대응하는 서비스무역협정(GATS)을 체결함으로써 국가 간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한 교역 및 성장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했다.


GATS 협상은 서비스가 갖는 다양하고 이질적이며 무형재인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를 위해 정의 규정과 함께 서비스 공급과 깊은 관련을 가지는 국내규제를 협상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국내규제와 관련해 GATS에 기본적인 원칙을 만들고 세부적인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서비스협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규제 논의의 경과, 최근 논의 동향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999년부터 국내규제 세부규범 마련 위한 작업 진행
현행 GATS 6조 1항 및 3항은 각국이 자유화를 약속한 분야에 대해서는 조치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방법으로 시행해야 하고, 서비스 공급 승인절차를 합리적인 기간 안에 처리할 의무와 함께 승인 신청에 대한 정보 고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6조 4항은 서비스무역이사회(CTS)에 자격요건과 절차, 기술표준, 면허요건 등과 관련된 조치가 불필요한 무역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는 규범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 규범은 ⓐ객관적이며 투명한 기준에 기초해야 하며,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며, ⓒ허가절차 자체가 서비스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6조 5항은 각 회원국의 면허, 자격, 기술표준 등의 요건은 국제기구의 국제적 표준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CTS는 1999년 4월 국내규제작업반(WPDR)을 설립하고 국내규제 규범의 세부내용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국내규제 논의의 주된 주제는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GATS 6조 4항 ⓑ에 규정된 필요성 심사 문제다. 필요성 심사는 서비스 교역의 확대와 각국 규제당국의 권한을 조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수단이다. 다만 규제당국의 조치와 서비스 공급자의 권한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이 회원국들의 의견 일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두 번째, 규제의 투명성 확보다. 서비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언제라도 확보 가능한 것이 바람직하나, 규제당국 입장에서 이는 행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투명성 적용 필요 조치, 공개 수단과 시기, 문의처 등과 관련한 논의가 지속됐다.


세 번째, 조치의 집행과 개발과정에서 GATS 6조 원칙의 충족성이다. 행정 조치의 마련이나 집행과정에서 규제당국의 자의성 개입은 서비스 교역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따라서 이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각국 규제당국이 준수해야 할 필요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네 번째, 기술표준의 개념, 국제적 표준 및 적용 범위 문제다. 기술표준은 주로 국제기구에서 마련되는 등 개별 국가 내에서 결정되는 허가나 자격요건과 다른 특성이 있다. 따라서 GATS에서 상정하는 기술표준의 실체와 이를 마련하는 국제기구 등에 대한 논의와 함께, 특성이 다른 기술표준 내용을 국내규제 규정 중 어느 규정까지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2009년 통합규범안 제시, 2013년 TISA 협상에서 논의 재개…2016년 美 대선 이후 협상 표류
1999년 4월 국내규제작업반 설립 이후 세부규범에 대한 논의가 많은 회원국들의 관심 아래 시작됐다. 회원국들은 규범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논의를 시작했으나 필요성 심사, 규제당국의 권한 확보와 같은 이견 등으로 활발한 논의에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2009년 국내규제작업반 의장은 그동안 제출된 30여개의 제안서 및 회람문들을 통합해 의장명의의 통합규범안을 제시하고 타협을 시작했다. 의장이 제시한 통합규범안은 개관, 정의, 일반조항, 투명성, 면허요건, 면허절차, 자격요건, 자격절차 및 개발 등 총 10장으로 구성됐으며, GATS 6조의 맨데이트(mandate)와 그간의 논의 동향을 체계적으로 포함하려고 노력했다.


이 통합규범안 제시 이후 회원국 간 활발한 논의를 기초로 많은 조항에서는 합의 또는 단일 대안으로 의견 통합이 이뤄졌으나, 그동안 논의에서 쟁점사항이었던 필요성 심사, 허가 및 자격과 관련한 규제당국의 권한 확보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이 지속되면서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회원국 간 이견 해소를 위해 2011년 국내규제작업반 의장은 2009년 의장안을 기초로 그동안의 논의를 반영해 새로운 협상문서를 제시했다. 이 문서는 2009년 의장안을 합의 도출 문안, 단일 대안 문안, 복수 대안 문안 등 세 부분으로 나누고, 단일 대안 및 복수 대안 문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협상 가능 문안을 제시함으로써 합의 도출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 그러나 이 문서 제시 이후에도 회원국들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국내규제 논의는 상당 기간 구심점을 잃게 됐다.


2013년 WTO 회원국 중 미국, EU, 호주, 일본 등 23개국이 복수국 간 서비스협정(TISA) 협상을 진행하면서 세부부속서로 국내규제 논의가 개시됐다. TISA 협상국들은 어느 정도 국내규제가 정비돼 있는 국가들로 구성돼 비교적 원만하게 문안협의가 지속됐다. 적용범위 및 정의, 일반 조항, 조치의 개발과 집행, 투명성, 공동 조문 검토 등 5개 분야로 나눠 협의가 진행됐으며, 2016년 말 TISA 타결을 앞두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 특히 필요성 심사 등 쟁점이 지속되던 부분도 TISA 타결을 전제로 회원국 간 양보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측의 입장 변화로 TISA 협상이 표류되면서 추가적인 논의 진행이 중단됐다.


이러한 논의 동향을 반영해 WTO 차원에서 정체된 국내규제 논의를 조문 중심으로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시도됐다. 즉 호주 등 국내규제 프렌즈그룹들은 TISA 협상에서의 국내규제 규범안을 기초로 분야별 제안서를 마련해 순차적으로 WTO 국내규제작업반 의제로 제출했다. 우선 논의 쟁점이 비교적 적은 조치의 집행 부분이 제안서로 제출됐으며, 이어서 조치의 개발, 투명성, 기술표준 등이 차례로 제안서로 제출됐다. 이러한 노력은 초기에는 회원국의 지지를 얻었으나, 논의 진행과정에서 규제권한 확보 필요성에 대한 개도국의 문제제기로 다시금 논의가 정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에서 합의 도출 가능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어 ‘희망적’
국내규제 규범 마련은 GATS 6조에서 명확한 맨데이트를 받고 진행하고 있는 논의로서 서비스무역의 장벽 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특히 무형이고 이질적이며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교역을 국가 간에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의 자의성이 개입할 수 있는 허가·인가 조치 및 절차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필요성은 모든 회원국이 인식하고 있으나, 각국의 법령 및 서비스산업 경쟁력 차이 등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현재 국내규제작업반 내의 국내규제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돼 원만한 논의진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국내규제 규범안 마련에는 희망적인 부분도 존재하고 있다. 첫째, 올해에는 2년 단위로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MC-11)가 예정돼 있다. 현재 WTO 내의 논의 부진으로 MC-11에서 도출 가능한 성과물이 제한되고 있는 실정에서 20년 동안 논의가 진행돼온 국내규제 규범은 회원국 간 관심이 제고된다면 합의 도출이 가능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2016년 9월 이후 제출됐던 분야별 제안서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작업에 따른 통합제안서가 제출된다면 분야별로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던 논의가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최근 전통적인 무역장벽 이외에 비관세장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APEC, OECD 등에서도 국내규제 규범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WTO 내에서의 국내규제 규범 마련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8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서비스 분야에 대한 비구속성 국내규제 원칙 개발을 위한 APEC 워크숍의 성공적 개최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은 고용 창출과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높아 각국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규제 규범 마련은 국가 간 서비스교역 확대를 통해 각국의 서비스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WTO 설립 초기에 상품교역 확대를 통해 세계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것을 서비스교역을 통해 확대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WTO 국내규제 규범 논의가 조속히 결실을 거둬 각국 내 서비스산업 발전 및 교역 증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통해 세계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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