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ECD에서 논의되는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술진보로 인한 일자리의 양극화, 재분배 정책의 약화 등 경기적·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소득불평등은 모든 개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OECD는 이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포용적 성장에 관한 논의는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진행되고 있으나 여기서는 금융 부문의 확대와 경제성장의 영향, 금융 부문 성장이 소득불균형에 미치는 영향 등 금융 분야와 포용적 성장의 관계를 살펴보고 금융 부문의 포용적 성장을 위한 OECD의 정책제안을 소개하기로 한다.
금융 부문 성장 효과 고소득층에 집중
금융 부문의 성장을 측정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지만 OECD는 금융 부문 부가가치, 중개신용(intermediated credit), 주식시장을 통한 재원조달(특히 중개신용은 간접금융의 규모를 통해 금융 부문 규모를 측정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으며, 주식시장을 통한 재원조달은 직접금융의 규모 측정을 통한 방식이라 할 수 있음)의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해 금융 부문 성장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측정한 금융 부문 규모는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성장했으며, 특히 중개신용의 경우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금융 부문 부가가치보다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식시장을 통한 재원조달의 경우 지난 40년간 꾸준히 증가했으며, 1990년대 후반 이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까지 금융발전의 심화, 금융혁신, 금융의 국경 간 통합은 경제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종전에는 기업대출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의 비중 확대 등 새로운 경향의 금융역할이 확대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OECD는 금융 부문 부가가치, 중개신용, 주식시장을 통한 재원조달의 세 방법으로 측정한 금융 부문 성장과 GDP의 상관관계를 살펴봄으로써 금융 부문 확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우선 금융 부문 부가가치의 경우 낮은 수준에서의 성장은 GDP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금융 부문 부가가치가 GDP의 5~6%를 넘어서게 되면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개신용의 경우도 낮은 수준에서의 증가는 GDP 성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중개신용이 GDP의 90%를 넘어서면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을 통한 재원조달의 경우도 재원조달 규모가 GDP의 100%까지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나 이를 넘어서면 부(負)의 관계로 전환되는 것이 관찰됐다.
결국 금융 부문의 확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금융 부문의 비중이 미미한 수준에서는 금융 부문이 성장하게 되면 경제성장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금융 부문의 비중이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금융 부문의 확대가 오히려 경제성장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신용제약을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더 완화할 수 있다면 금융심화(financial deepening)는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저소득층이 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 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잠재적 고수익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OECD는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을 통해 중개신용의 증가가 소득하위계층의 신용증가로 연결됐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금융이 소득분배에 긍정적일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 부문의 확대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효과는 무엇일까? OECD는 금융 부문의 확대 또는 금융심화는 소득분배에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고소득자의 경우 우수한 신용이력, 담보 등으로 인해 투자사업을 위한 재원조달의 측면에서 저소득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이는 투자사업에 따른 소득발생과 연계돼 소득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유럽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 부문 종사자는 소득분포에서 최상위계층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으며 비슷한 조건을 가진 다른 부문 종사자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금융 부문 종사자의 경우 약 28%의 임금프리미엄이 존재하며, 이는 소득증가에 따라 확대돼 소득상위 10%의 경우 임금프리미엄이 4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에서 금융 부문의 확대는 고소득 금융 부문 종사자의 증가와 연계돼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은행 분리 등으로 도산 시 시스템 리스크 발생하지 않도록
요약하면 OECD는 금융 부문의 확대가 고소득층의 신용 확대, 금융 부문 종사자의 임금프리미엄 등을 통해 성장의 효과가 소득상위계층에 집중되는 문제를 유발함으로써 소득불균형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부문 성장에 따른 효과가 고소득층에 집중돼 소득분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사회통합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에서 OECD는 다음과 같은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은행대출 증가는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은행의 완충자본(capital buffer) 확대를 통해 대출재원 마련 시 공공 부문의 지원으로 인한 왜곡을 줄이고, 은행의 대마불사(大馬不死)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대형 은행을 분리하는 등 특정 은행이 도산하더라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금융종사자의 임금프리미엄 등 보상체계는 소득불평등 심화를 유발하며 이는 우수인재를 금융 분야로 집중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의 우수인재 유입을 방해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이란 점에서 개선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셋째, OECD는 많은 국가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지급액 공제제도를 운영 중이며 이 공제제도로 인한 이익이 연금펀드 등에 대한 투자소득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주택담보대출의 확대로 연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공제축소 등의 정책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OECD가 제안한 정책대안이 우리나라의 경제여건, 금융산업 현황 등을 감안했을 때 꼭 부합하는 개선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정책방안 마련 시 참고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