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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주거안정은 기본 주거의 질도 모범
이익진 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2018년 05월호



OECD에서는 주택시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생산성 향상과 기회 균등, 사회 응집력 제고 등에 기여할 수 있으며 주택시장에 충격이 주어질 때에도 복원능력을 높이고 인간 중심의 포용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집값이 오르는 가운데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주거안정을 누리는 주택시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높아졌지만 주거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하며 임대료 지원도 제한적이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주택 수는 2015년 기준 383호로 영국(436), 프랑스(503), 오스트리아(525), 미국(419), 일본(477)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 글에서는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차원에서 OECD와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에서 진행돼온 사회주택(Social Housing) 정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주택 비중 높은 국가들은 주로 지방정부·비영리단체가 공급 주도

사회주택은 국가별로 주택정책의 목표, 내용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으나 임대료가 저렴하거나 부담 가능하고 주택 소요에 따라 주택이 배분되는 등 사회적 목적을 가진 주택으로 정의할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주택 재고비율(2015년 기준)6.4%로 영국(17.6), 프랑스(18.7), 오스트리아(26.2) 등 유럽국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24개 조사국 중 슬로베니아와 함께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사회주택의 공급 주체를 살펴보면 중앙정부나 공공기관이 주요 공급 주체인 경우는 일부 국가에 불과하고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오스트리아 등 사회주택 비중이 높은 국가 대부분은 비영리단체나 지방정부가 주택공급에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재정지원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사회주택에 대한 재정지원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사회주택 공급 비중이 높은 국가는 정부보증(네덜란드), 주택은행(노르웨이, 프랑스), 민간은행(영국), 기금(덴마크, 스위스), 채권매각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엔나는 다르다전체 가구의 80%가 임대주택 거주, 주거문화 형성에도 주력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주택 비중을 보이고 있는 나라가 오스트리아다. 그중에서도 비엔나시의 경우에는 비엔나 주택정책 슬로건인 비엔나는 다르다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정책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인구가 180만명인 비엔나는 전체 가구의 80%가 임대주택에 거주 중이며, 주목할 만한 점은 전체의 60%가 비엔나시가 운영하는 공영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충분한 사회주택 공급 덕분에 주거비 부담은 소득의 17%OECD 평균(22%)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고루 배치해 슬럼화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 어울리는 소셜믹스를 이루고 있다.

비엔나시의 주택정책은 19세기 말 군주제 붕괴에 따른 동유럽 이주민 증가와 2차 대전으로 인한 대규모 주택 소실,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로 인한 동유럽 이주민 증가 등으로 인한 주택 부족에 대응해 사회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비엔나의 사회주택은 지방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공영주택과 협동조합 등 비영리단체가 정부지원을 받아 공급하는 주택으로 구분된다.

비엔나 사회주택의 목적이 서민 주거안정인 것은 여러 제도적 장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득수준 등의 기준에 따라 입주자격을 제한하고 초기 임대료를 규제하고 있으며, 거주하는 동안 임대료 상승률도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또한 노후주택을 재개발해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대신 개량된 주택의 임대료 상승을 억제해 젠트리피케이션(저소득층 원주민의 이주)을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대주택 임차인이 질병이나 실업으로 지불능력이 없어질 경우에는 임차인이 지불해야 할 보증금을 면제해주거나 정부에서 임대료를 지원해준다.

비엔나의 사회주택은 주거안정뿐 아니라 거주 주민을 위한 높은 주거의 질로도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사회주택을 건설할 때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유명한 건축가들을 설계에 참여시켜 개방성 있고 경관이 좋은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있으며, 주택(HW)을 공급하는 경우 유치원, 회의장 등 복합 커뮤니티를 함께 조성해 주거문화(SW)가 있는 살기 좋은 보금자리공급에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첨단 기술을 도입해 창호나 벽체의 단열을 강화하고 빗물이나 중수도, 태양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양질의 사회주택 공급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중 하나가 가소메터 주거단지다. 가소메터 주거단지는 비엔나시에 가스를 공급하던 가스공장과 저장소(4개 건물)의 운영이 1986년 중단된 후 정부가 건축 전문가들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01년에 주거단지로 재개발한 경우다. 현재 가소메터 주거단지는 602개의 주택과 250개의 학생기숙사, 대규모 쇼핑몰과 사무실, 영화관, 유치원 등이 포함된 도시 내의 또 다른 명품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공급 주체 저변 확대, 지속 가능한 재원조달 방안 마련이 관건

OECD 사회주택 정책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저렴하고 양질의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건전한 주택시장 조성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다. OECD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주택시장은 투기수요를 관리하는 실수요 중심의 주택정책과 병행해 양질의 저렴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공급해 수급균형을 통한 시장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에서 대규모의 사회주택 공급은 민간주택의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둘째, 우리나라도 사회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중심에서 지방정부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공급주체의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엔나시의 사례를 보면 비영리단체의 주택공급은 20세기 초 이주민들이 정착민 조합을 결성해 비엔나시 외곽에 농지를 경작하고 주택을 지었던 풀뿌리 자립운동에서 유래한다. 비영리단체는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벽돌이나 유리창을 자체 생산해 공급함으로써 주택 문제와 실업 문제(일자리 창출)를 동시에 해결하는 윈윈(win-win)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대규모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회주택 공급을 위한 재원조달에 있어 보증지원, 저리대출, 펀드운영 등 정부 재정지원 외의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을 활성화시킨 OECD 선진국 사례는 사회주택 공급에서 정부재정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좋은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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