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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소아마비, 그 완전한 퇴치를 위한 노력
최종균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2018년 07월호




한때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던 소아마비(Polio)가 이제 그 끝을 맞이하고 있다. 1977년 마지막 환자가 발생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980년에 그 근절을 선언한 천연두(Smallpox) 이래 인류는 역사상 두 번째로 치명적인 질병의 완전한 퇴치를 앞두고 있다. WHO는 1988년 전 세계적으로 연간 35만명 발생했던 소아마비 환자가 2017년에는 22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소아마비는 주로 5세 이하의 아동이 감염되고 신경계를 공격하기 때문에 감염된 200명당 1명에 주로 다리에 회복이 불가능한 마비를 가져오며, 이 중 5~10%가 호흡 관련 근육 마비로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1988년 매일 1천명 이상의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막바지 단계라고 볼 수 있지만 WHO는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남아 있고 완전한 퇴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다시 10년 이내에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만명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아마비의 완전한 퇴치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해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2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는데, 현재 진행 중인 국제사회의 최종 종식을 위한 노력을 퇴치(eradication), 관리(containment), 전환(transition)의 세 부분으로 나눠 설명하고자 한다.


2형 바이러스 1999년 완전히 사라졌고 3형은 2012년 이후 발견 안 돼
소아마비 바이러스에는 1, 2, 3의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2형은 1999년 자연상태(wild)에서 완전히 없어졌으며, 3형은 2012년 나이지리아에서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자연상태에서 발견이 되고 있지 않다. 2018년 현재까지 자연상태에서 발생한 1형 소아마비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10명(아프가니스탄 8명, 파키스탄 2명)이다. 이 두 국가에서 소아마비 감염은 예방접종을 위한 보건종사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분쟁 지역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올해 발생한 소아마비 환자 8명 중 6명은 어떠한 종류의 예방접종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WHO와 유니세프 등의 국제기구는 이슬람 율법학자들과 지역 방송국을 통한 홍보, 가구별 방문 등을 통한 예방접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람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 사례 외에 하수구 등 주변 환경에 존재할 수 있는 소아마비 바이러스 감시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데, 만약 바이러스가 발견될 경우 사람으로의 전파를 막기 위해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여금은 아프리카의 차드 호수(Lake Chad) 지역과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 국가들의 소아마비 감시와 발생 시 대응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자연상태의 바이러스 외에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OPV; Oral Polio Vaccine)에 기인한 감염도 발생하고 있다. 소아마비는 감염 후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백신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 2000년 이래 30억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100억건 이상의 백신 예방접종이 이뤄져 1,300만건 이상의 소아마비 발생을 예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접종된 경구용 백신에 포함된 약화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배설돼 일정 기간 잔존할 경우 유전적 변이가 발생하고, 해당 지역의 예방접종률이 낮을 경우 백신에 기인한 소아마비 바이러스(VDPV; Vaccine-Derived Polio Viruses) 감염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2000년부터 약 760건의 사례가 보고됐으며, 올해에는 현재까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4건, 나이지리아에서 1건이 발생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존의 경구용 백신은 바이러스 1, 2, 3형 모두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2형 바이러스는 이미 퇴치가 됐기 때문에 WHO는 2016년 4월에 3가지 유형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3가(trivalent) 백신을 1, 3형만 포함하는 2가(bivalent) 백신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정규 예방접종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소아마비 백신에서 바이러스 2형을 제외함으로써 현재 백신에 기인한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2형 바이러스의 추가적인 전파를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WHO는 자연상태에서의 1, 2형 바이러스가 퇴치될 경우 경구용 백신의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고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없는 불활성 소아마비 백신(IPV; Inactivated Polio Vaccine)으로 전면 대체할 계획이다. 
소아마비의 완전한 퇴치 확인은 마지막 바이러스 발견 후 3년이 경과한 뒤에 이뤄지게 되는데, 그 기준을 자연상태 바이러스로 할지 또는 백신에 기인한 바이러스까지 적용할지 등의 여부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며 현재로서 가장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시기는 2021년이다.


바이러스의 안전한 관리 위해 필수시설 지정하고 관리당국의 인증 받도록 해
천연두의 완전한 퇴치가 1980년에 선언됐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아직까지 백신개발이나 연구를 이유로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자연상태에서의 완전한 퇴치가 선언된 소아마비 바이러스 2형 역시 이러한 목적으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기관에서 이를 없애거나 안전하게 관리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가끔 보지만 사고 또는 의도적인 바이러스 외부 유출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 2017년 한 유럽국가 백신생산시설에서 2형 소아마비 바이러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WHO가 수립한 계획에 따르면 우선 국가별로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보유하거나 취급하고 있는 기관 목록을 작성하고 불필요한 바이러스는 파괴하도록 한다. 이후 두 번째 단계로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필요로 하는 필수시설을 지정하고 국가 관리당국의 인증을 받도록 한다. 국가가 인증하는 최소한의 필수시설에서만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WHO는 필수시설이 갖춰야 할 요건을 발표했으며, 국가 인증 후 WHO의 최종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재 30개 국가에서 99개의 필수시설을 지정해 운영할 계획을 알려왔다. 이와 관련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올해 제71차 WHO 총회에서 국가 관리당국을 2018년 말까지 지정하고 필수시설이 국가 관리당국에의 인증신청을 2019년 말까지 완료할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1, 3형 소아마비 바이러스 역시 퇴치가 선언될 경우 같은 경로를 밟게 되며 이번에 WHO 총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회원국들이 이에 대해 미리 준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1988년 제41차 WHO 총회는 천연두에 이어 소아마비의 완전한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은 WHO, 유니세프, 로터리 클럽,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빌게이츠재단의 5개 기관들과 같이 글로벌 소아마비 퇴치 이니셔티브(GPEI; Global Polio Eradication Initiative)라는 민관협력체를 출범시켰다. 이 협력체는 출범 이래 총 14억달러를 투자해 25억명의 아동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소아마비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3년이 지나면 소아마비 근절이 선언되고 이에 따라 이 협력체도 역할을 다하고 문을 닫게 된다.
문제는 그간 이 협력체의 재정지원에 의해 운영되거나 구축된 인력·시설 등의 인프라가 소아마비 대응에만 활용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많은 인력들이 홍역 퇴치, 정규 예방접종 프로그램 시행, 질병 감시, 에볼라나 페스트와 같은 감염병 대응, 모자보건사업, 인도적 지원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이 이니셔티브 재정지원으로 140개의 소아마비 실험실 네트워크가 운영되고 있으며, 수천명의 숙련된 인력과 수백만명의 지역사회 기반 보건종사자 및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인프라가 부족한 오지 지역의 주민까지 포괄할 수 있는 현장 대응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 협력체의 재정지원이 중단될 경우 소아마비 외의 다른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회원국에 있는 WHO 예방접종 인력의 90%가 이 이니셔티브의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역할 다한 ‘글로벌 소아마비 퇴치 이니셔티브’ 16개 취약국의 전환 위해 협력해야
현재 소아마비 퇴치 이니셔티브 재정지원의 90%는 16개 취약국가에 집중돼 있는데, 회원국 정부 주도하에 기존 소아마비 인프라 중 필수적인 부분은 다른 보건의료 인프라나 프로그램으로 흡수해 충격을 완화하고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인프라 현황을 파악한 후 전환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인도와 같은 나라는 국내 재원으로 이러한 전환을 추진할 수 있으나, 아프리카 나라들은 국내 재원을 활용할 여지가 많지 않아 WHO 정규 예산으로 편성해 지원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16개 취약국가 중 대부분에서 전환 계획안 완성 및 재정추계는 이뤄졌으나, 최종 계획 승인과 재정조달까지 끝낸 국가는 한 국가도 없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WHO 예산에 반영이 필요한 지원 규모는 6억7천만달러 정도인데 앞으로 어떻게 재정을 조달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 기존 이니셔티브의 재정 활용과 당사국, WHO, 다른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소아마비의 위협이 이제 거의 느껴지지는 않으나, 아직도 지구상에는 소아마비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다. 아울러 WHO가 경고했듯이 국가 간 여행과 교역이 일상화된 세계화 시대에는 한 나라에서 발생한 소아마비와 같은 감염병이 단기간 내에 여러 나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 메르스 발생 시 중동에서 전파된 바이러스로 나라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그리고 보건안보 차원에서 소아마비의 최종적인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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