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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식품전시회와 음식영화제의 만남은 어떨까?
조백희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농무관 2018년 08월호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서의 3년간의 근무는 유럽 농업과 농촌을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였다. 운 좋게 우리가 배울 만한 사업도 찾을 수 있었던 한편 유럽 농업의 이면을 접하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34회 맞은 슬로바키아 농업영화제 ‘Agrofilm’,

우리도 2015년부터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열려
유럽 근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농업영화제 ‘Agrofilm’이었다. 소규모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불과하지만 농업과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안목이 놀라웠다. 영화산업이 발달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됐다.
‘사람들에게 빵과 평화를’이라는 모토로 1984년에 시작해 올해 34회를 맞는 이 영화제는 농업농촌개발부가 주최하고 국립축산연구원이 주관하는 문화학술 행사다. 후원기관은 매우 다양해 영화제가 열리는 니트라(Nitra)시를 비롯해 지역 방송국, 과학기술정보센터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한다. 매우 특이한 점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영화제를 후원한다는 점이다. 추측하건대 상업영화제가 아니고 영화제와 동시에 농업 관련 심포지엄도 개최하는 점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출품 분야는 농업, 농촌 문제, 자연보전, 수자원 관리, 주민영양 실태, 산림, 식품산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으며, 영화 상영시간도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00분이 넘는 작품들까지 다양하다.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것도 짜임새 있어 보인다.
지난해에는 21개국에서 120개 작품이 출품됐다. 영화제를 주최한 슬로바키아가 43개 작품으로 가장 많았으며, 독일이 13개 작품, 체코가 10개 작품을 출품했고, EU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 그루지아도 출품을 했다. 아시아에서는 이란에서 2개 작품, 인도네시아가 1개 작품을 출품했다. 2016년에는 지난해보다 출품작이 약간 적었지만 중국, 일본, 이란이 3개 작품씩, 대만, 브라질, 온두라스도 1개 작품씩 선보인 바 있다.
뒤늦게 알게 된 것이지만 식품이나 농업, 산림을 소재로 한 영화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열리는 것은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계속 역사가 쌓이면 권위 있는 영화제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국제식품전시회가 떠올랐다. 반드시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아니라도 식품전시회와 음식영화제를 같이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품전시회 역시 여러 나라에서 많이 개최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품전시회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과문한 탓이겠지만 영화라는 문화매체와 연계한 식품전시회는 아직 듣지 못했다. 21세기에는 문화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선진국이 되는 조건에는 창조적인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식품과 영화를 연결하는 행사는 고민해볼 만하다.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이나 공연, 전시회와 같은 다른 예술행사를 식품전시회와 함께 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다. 식품전시회의 국제적 위상도 높이고 관람객도 많아질 것이며 우리의 문화창조력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면에서 놀라운 경험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EU 농업의 어두운 단면을 접한 것이다. EU 농업과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막강하다. 드넓은 영토를 가진 미국을 제치고 농식품 수출액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2017년 EU는 1,379억유로의 농식품을 수출해 1위를 지켰다. 세계시장 점유율(수출)이 17%로, 12%인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또한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식품음료산업 비중이 생각보다 높다. 유럽식품음료협회(FoodDrink Europe)가 발표한 2017년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EU의 제조업 매출액 중에서 식품음료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015년)로 2위인 자동차산업의 13%보다 높다. 고용률도 15%(2014년)로 1위이며, 금속가공산업이 12%, 기계설비 10%, 자동차 8.4% 순이었다.
이와 같은 농식품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선 5억명의 인구를 가진 대규모 시장이 식품음료산업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인들이 가지고 있는 EU 농산물에 대한 고품질, 우수성과 같은 이미지도 상당히 기여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의 고유하고 우수한 전통 농산물에 대한 지리적 표시라든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위스키와 같은 주류, 치즈를 비롯한 낙농품 등에서 많은 사람들은 유럽 농산물의 고품질과 높은 안전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근무하면서 겪은 몇 차례 식품안전 사고는 유럽의 농축산물이나 가공식품의 품질이 마냥 우수하고 안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특히 동물보호단체들이 폭로한 축산농장에서의 동물복지 위반 행위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양돈농장에서 발생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고품질, 높은 안전성’ 이미지의 유럽 농산물,

그런데···축산농장의 동물복지 위반 행위 심각

먼저, 2016년 9월 독일의 양돈농장에서 발생한 동물복지 위반 행위는 막연히 고품질 식품안전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있던 독일 양돈산업의 이면을 알게 된 계기였다. 놀라운 것은 동물복지 위반 행위를 한 양돈농장 중에 양돈협회 회장이 운영하는 농장과 농민단체장 출신의 현직 하원의원이 운영하는 양돈농장이 포함된 것이었다. 동물보호단체인 Animal Right Watch(ARIWA)가 잠입해 촬영한 영상은 2016년 9월 독일 국영방송 1채널을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영상을 본 베를린시 동물복지담당 공무원은 매우 끔찍하며 장기간 심한 고통을 받은 것 같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수의사이자 연방농업식품부 자문위원인 한 교수는 양돈농장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라고 말했다. 특히 수의사가 관리했음에도 암모니아 수치는 기준치인 20ppm을 초과하는 60ppm이 검출됐으며, 밖으로 파열돼 나온 창자와 다리에 있는 농양, 피가 흐르는 상처 부위, 무엇보다 사체를 먹는 다른 돼지들은 충격적이었다. 현재 이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며, 현직 하원의원은 동물복지 위반 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2018년 2월에는 보다 놀라운 사례가 공개됐다. 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인 Animal Equality가 촬영해 스페인 국영TV에도 방영된 양돈농장의 실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탈장, 농양, 심한 기형, 죽어가는 새끼 돼지, 사체와 같이 있는 돼지들과 심지어 사체를 먹는 돼지들까지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 농장은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Murcia) 지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형 식육가공업체에 소시지 원료로 돈육을 공급하던 농장이었다. 스페인뿐 아니라 영국, 벨기에 등 주변국으로 유통하고 있었다. 영상이 공개된 후 해당 농장은 동물복지 위반은 없다고 부인하고 선천성 질병이 있는 돼지들의 예외적 사례가 촬영됐을 뿐이며 EU와 스페인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식품유통업체들은 해당 식육가공업체와의 소시지 납품계약을 즉각 취소했고 식육가공업체도 해당 농장과의 거래를 취소했다.
이 밖에도 독일 양계농장과 벨기에 도축장에서의 동물복지 위반 행위 등이 동물보호단체들에 의해 촬영돼 폭로된 바 있다. 몇 가지 폭로 사례를 보면서 유럽의 농산물과 축산물이 모두 안전하고 우수하다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다양한 사람이 사는 세계에서 선진국이라고 범죄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완벽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진리를 동물복지 위반 농장들의 사례를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됐다.
3년이 짧지는 않지만 28개나 되는 EU 회원국들의 농업과 농촌 현실을 알기에는 사실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벨기에 안에서 일어나는 농업 관련 뉴스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EU 농업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됐고, 우리 국민들과 정책담당자들도 이를 알고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식품안전이나 동물복지 위반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식품안전 관리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게 아닐까 한다. 유럽 농업이 취약한 점을 개선하고 계속 발전하기를 바라며, 우리 농업도 선진농업으로 더욱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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