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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허브경제의 조건
성창훈 주홍콩총영사관 재경관 2018년 08월호



홍콩과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제일 높은 지역이다. 2016년 기준으로 홍콩은 4만4천달러, 싱가포르는 5만3천달러에 이른다. 부존자원이 없고 내수시장(인구: 홍콩 738만명, 싱가포르 561만명, 2016년 기준)이 좁은 이들이 어떻게 선진국이 됐을까? 그 답은 아시아 허브전략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 진출하고자 하는 전 세계의 기업들과 상품, 그리고 돈이 이 두 곳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높은 소득수준을 향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시아 허브의 양대 산맥

아시아 허브로서 홍콩과 싱가포르의 위상을 한국과 비교해 해외 기업 유치, 무역, 해외 관광객, 외국인 직접투자와 해외 직접투자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해외 기업 유치를 보자. 홍콩에는 1,389개, 싱가포르에는 4,200개의 아시아 지역본부가 위치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93개에 그치고 있다[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2016년 기준].
둘째, 무역 규모를 보자. 홍콩은 인구 700만명에 지나지 않지만, 무역 규모(1조640억달러)는 세계 7위로 한국(9,010억달러, 세계 9위)을 앞서고 있고, 싱가포르도 세계 15위(6,130억달러, 이상 2016년 기준)의 무역대국이다.
셋째, 외국인 관광객 수다. 홍콩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5,666만명으로 한국(1,724만명)의 3배 이상이며, 싱가포르도 한국과 비슷한 1,640만명(이상 2016년 기준)에 달한다.
넷째, 외국인 직접투자와 해외 직접투자다. 홍콩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1,080억달러(세계 4위), 싱가포르는 620억달러(세계 6위)인 데 반해, 한국은 213억달러(이상 2016년 기준)에 그쳤다.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홍콩이 세계 6위(620억달러), 싱가포르가 세계 15위(240억달러)다. 한국은 세계 13위(270억달러)로 외국인 투자 유치보다는 해외 직접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은 활발한 외국인 기업 유치, 교역과 자본 이동, 인적 교류 과정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는 무역·물류, 금융, 관광, 법률·회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홍콩의 경우를 보면 이들 4대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역·물류 21.7%, 금융 17.7%, 관광 4.7%, 전문 및 사업서비스 12.5% 등 총 56.5%에 달한다. 참고로 한국의 금융산업 비중은 5.4%(이상 2016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개별 지표를 보더라도 홍콩은 글로벌 금융센터 순위에서 세계 3위, 싱가포르는 세계 4위를 기록한 반면, 서울은 27위[이상 지옌(Z/YEN, 영국계 컨설팅 그룹), 2018년 3월 기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항은 컨테이너 기준으로 세계 2위, 홍콩항은 5위인 반면 부산항은 6위를 기록했다(2017년 기준).


큰 배후시장, 낮은 세율, 법적 안정성, 고급인력 등이 강점
그러면 홍콩과 싱가포르가 아시아 허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이들 지역은 비즈니스 기회가 풍부할 뿐 아니라 외국인이 기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환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5가지 원인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양 지역이 커버하는 고도성장의 큰 배후시장이 있어 비즈니스 기회가 많다. 홍콩은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본토와 세계를 이어주는 슈퍼 커넥터(super connector)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중국에 진출하고 싶은 외국인 기업, 그리고 세계로 나가고 싶어 하는 중국 기업들이 홍콩을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지로 시작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는 인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둘째, 낮은 세율과 간편한 세제가 기업과 개인의 실질소득을 높여준다. 법인세의 경우 홍콩은 16.5%, 싱가포르는 17%다. 소득세는 홍콩의 경우 4단계 누진세율(2, 7, 12, 17%)이 있으나, 표준세율 15%와 비교해 적은 금액을 납부한다. 싱가포르는 최고 세율 20%의 8단계 누진세율(2, 3.5, 7, 11.5, 15, 17, 18, 20%)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홍콩과 싱가포르 모두 상속·증여세가 없으며, 이자·배당·양도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는다. 특히 홍콩은 2018년 과세연도부터 과세순이익 200만홍콩달러(약 3억원)에는 8.25%의 낮은 세율이, 그 이상의 순이익에 대해서는 16.5%의 세율이 적용되는 이중법인세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셋째, 법적 안정성 및 예측 가능성이 높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모두 법의 지배 원칙이 확립돼 있으며, 영미법을 기준으로 국제적 기준에 합치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법률제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홍콩은 반부패 수사기구인 염정공서, 싱가포르는 부패방지위원회를 통해 부정부패 차단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2017년 국가별 부패순위: 싱가포르 6위, 홍콩 13위, 한국 51위). 또한 양 지역 모두 국경 간 자본유출입에 대한 제약이 없고, 특히 홍콩은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해 홍콩달러를 미국달러에 연동(1달러=7.75~7.85홍콩달러)시키는 페그제(peg system)를 유지하고 있다.
넷째, 외국인이 살기 좋은 정주여건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고, 외국인 자녀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국제학교가 많다. 특히 양 지역 모두 외국인 가사도우미제도(홍콩 35만명, 싱가포르 24만명, 2016년 기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낮은 임금(월 60만원 수준)을 받고 자녀양육, 가사노동, 노인케어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섯째, 고급인력의 양성 및 유치다.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THE(Times Higher Education,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2018년]를 보면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9위)보다 순위가 앞선 대학이 싱가포르는 2개(싱가포르국립대 1위, 난양공대 6위), 홍콩은 3개(홍콩대 4위, 홍콩과기대 5위, 홍콩중문대 7위)나 된다. 특히 홍콩은 홍콩 소재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학생에게도 1년간 취업비자(Immigration Arrangements for Non-local Graduates)를 주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 인력에 대해 소극적인 상황에서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이러한 개별 요소를 종합한 지표가 국가경쟁력 순위라고 할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각각 1위와 3위, 헤리티지재단의 경제자유도지수 평가에서 각각 1위, 2위를 기록했다.



韓, 특정 지역·업종을 대상으로 한 허브전략 필요
한편 홍콩은 평당 아파트 가격이 1억원이 넘는 높은 주거비와 제조업 기반 상실(GDP 대비 제조업 비중 1.1%, 2016년 기준), 2037년 일국양제 종료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1국 2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적도 부근의 사계절 내내 무더운 날씨, 리콴유 수상 사후 정치적 안정성 지속 여부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외국 기업과 외국인들을 유치하는 허브전략에는 태생적으로 빈부격차가 뒤따른다. 즉 낮은 세율, 약한 복지정책 등은 소득분배 구조의 악화로 귀결되는 것이다. 홍콩의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539, 싱가포르는 0.458에 달한다. 정부정책 후의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도 0.4를 넘어서고 있다. 아울러 허브경제는 GDP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세계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있을 때는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국은 배후시장이 작고, 사회적으로 큰 빈부격차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면적인 허브전략을 채택하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했지만 10여년간 큰 성과가 없었던 것도 이러한 원인이 클 것이다.
그러나 특정 지역(예: 여의도, 제주도 등)과 특정 업종(예: 자산운용업 등)을 대상으로 한 허브전략은 한국도 해볼 만하다. 다만 이들 지역과 업종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우수한 정주여건, 고급인재 육성 등의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
외국인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국내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과제는 한국이나 허브전략에 성공한 홍콩, 싱가포르 간에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들 허브지역을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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