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매년 세계 각국의 농업정책을 점검, 평가하는 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올해로 31번째를 맞는 2018년 보고서에서는 35개 OECD 회원국과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경제국 등 총 51개 국가를 대상으로 검토를 진행했다. 이 보고서는 농업정책이 다양한 형태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각국의 농업지원 수준과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OECD의 농업 분야 핵심 보고서인 「2018 농업정책 점검 및 평가」에서 제시된 세계 농업정책의 흐름을 살펴보고, OECD의 평가 및 권고를 소개한다.
총농업지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전반적 감소세, 생산자지원은 신흥경제국서 최근 증가 OECD는 농업정책을 점검·평가하기 위해 국가별 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OECD의 농업정책 점검 및 평가에서 지원(support)은 관세 등 국경조치, 농업 보조금, 농업 분야 공공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의미하는 보조(subsidy)와는 다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함.] 추정치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전체 농업 부문에 대한 지원은 개별 생산자(농업인)에 대한 지원, 전체적인 관점에서 농업 부문(일반서비스)에 대한 지원, 소비자에 대한 지원으로 나뉜다. 다음에서는 일부 국가에서만 주로 이뤄지는 소비자에 대한 지원은 제외하고 개별 생산자에 대한 지원과 일반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2015~2017년 51개 분석대상 국가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총지원 규모, 즉 총농업지원 추정치(TSE; Total Support Estimate)는 연평균 6,200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개별 생산자에 대한 지원이 4,840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프라 구축 및 연구개발 등 일반서비스에는 860억달러가 지원됐다. OECD 국가에서 농업 부문에 대한 지원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TSE)을 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5~2017년 평균 GDP의 0.7% 수준을 농업 부문에 지원했다. 우리나라의 %TSE는 1.8%로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농업 부문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호주·뉴질랜드·칠레의 농업 분야 지원은 GDP의 0.3%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신흥경제국의 경우 러시아·콜롬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TSE가 감소한 반면, 중국·필리핀·코스타리카 등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산자 지원 추정치(PSE; Producer Support Estimate)가 농가 수취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PSE는 OECD 국가와 신흥경제국이 서로 다른 트렌드를 보이며 비슷한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1995~1997년 OECD 국가 농가 수취액의 약 30%가 생산자지원에 따른 결과였으나, 이 비율이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5~2017년에는 18%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 등 신흥경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 %PSE가 매우 낮았으나 생산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며 2015~2017년엔 약 14%로 증가했다. 생산자에 대한 지원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2015~2017년 기준 뉴질랜드·호주·남아공·칠레·브라질 등은 %PSE가 3% 이하로 낮은 반면, 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위스·한국·일본 등은 45%를 상회하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생산자지원 수준뿐만 아니라 생산자를 지원하는 방법도 중요한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산자에 대한 지원은 시장가격지지(MPS; Market Price Support), 산출량에 기초한 지급, 제약 조건 없는 투입재지원 등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 대상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자에 대한 지원 중 이 같은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는 형태가 약 3분의 2를 차지했으며, OECD 국가는 52%, 신흥경제국은 75%가 이에 해당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장가격지지가 생산자에 대한 지원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5~2017년 OECD 국가 전체적으로 PSE의 45%가 시장가격지지였으며, 한국·일본·터키·필리핀 등이 80% 이상으로 높았다.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시장가격지지는 관세 등의 조치를 통해 직접적인 재정부담 없이 생산자를 지원할 수 있고 관세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국내 생산자에게 왜곡된 가격 신호를 보냄으로써 생산 효율성을 높일 유인을 저해하고 저소득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덜 왜곡된 형태의 생산자지원으로 농법 제한 등 제약 조건을 부과한 투입재지원 등이 있는데 칠레·카자흐스탄·남아공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면적이나 소득, 가축 수 등에 기초한 지원이 OECD 국가에서 늘어나고 있으며 EU(2015~2017년 PSE의 64%), 호주(54%), 미국(45%), 노르웨이(40%), 스위스(32%)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생산자에 대한 지원이 생산과 연계되지 않은 방향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으며, 지원 요건으로 생산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각국 정부, 지원 목표와 대상 정교하게 설정해야…시장가격지지와 투입재지원 감축·폐지 권고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일반서비스지원 추정치(GSSE; General Services Support Estimate)다. 일반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개별 생산자가 아니라 농업 분야 전반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검역·검사 조치 등을 의미한다. 조사대상 국가의 2015~2017년 총농업지원 추정치에서 일반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GSSE)은 14% 수준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74%), 호주(54%), 칠레(51%)에서 GSSE가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일반서비스지원에 대한 우선순위는 국가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였는데, OECD 국가 전체적으로 인프라(GSSE의 44%)와 연구개발 등 농업혁신 시스템(32%)에 대한 지원이 많았다. 국가별로는 일본·베트남·터키·한국 등은 인프라 투자가 많고(GSSE의 50% 이상) EU·스위스·노르웨이·호주·뉴질랜드 등은 농업혁신 비중이 높았다. OECD는 농업 분야 지원정책을 농업 부문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일반서비스 제공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한다.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는 생산자지원 대신 농업혁신 시스템과 유무형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 지식 창출 및 전파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경관보전·생물다양성 등 농업이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와 환경개선·동물복지 등 사회적 관심사항을 반영한 생산자지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농업인(생산자)에 대한 지불은 환경성과 개선이나 동물복지 등 사회가 요구하는 공익적 가치의 제공을 조건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OECD는 농가소득 지지를 위해 지급되는 면적, 가축 수, 소득 등에 기초한 직불제나 투입재 보조 등에서 수혜자나 목표가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소득지원이 필요한 어려운 농가를 대상으로 정책이 잘 설정(targeting)되지 못하고, 과거 생산량과 연계돼 대규모 농가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낮은 농가소득을 초래하는 시장실패를 규명하고 이에 대한 목표와 대상을 정교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는 지원은 농업 생산성 및 지속 가능성 개선 노력을 저해하므로 시장가격지지와 투입재지원은 감축·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장가격지지는 생산자를 시장 신호와 분리시키고 새로운 기술 채택과 신시장 개척 등 혁신 노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생산을 촉진해 토지의 집약적 사용에 따른 환경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