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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인생의 성과가 출생부터 미리 정해지지 않도록!
김현진 주OECD대표부 참사관 2018년 11월호



‘빈익빈 부익부’의 소득불평등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 구체적 양상이 국가별·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글로벌 해결책이 필요한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과제라는 공감대가 국제적으로 형성돼 있는 듯하다. 이러한 불평등 문제는 낮은 소득이나 빈곤 자체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자존감, 인간으로서의 역량을 손상시킬 수 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저출산, 경제성장 저해, 사회통합의 어려움 등 경제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게 된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이 있다.  
OECD는 글로벌경제가 급속하게 디지털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정형적 업무와 일자리는 늘어나고 정형적 업무와 일자리는 자동화되고 감소해 지식집약적·고숙련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개인은 생애에 걸쳐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과 훈련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이러한 생애에 걸친 교육과 훈련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소득·사회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을 직접 다루지 않는다면 조세나 소득이전 등 재분배정책의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교육 분야에 대한 OECD의 논의는 모두의 학습 성과를 높이는 질 높은 교육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에서는 OECD에서 분석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성과의 격차와 불이익의 누적, 교육 분야의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 달성 노력, 교육 형평성 보장을 위한 정책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부모 학력이 자녀의 학업성취도, 교육 형평성에 영향 미쳐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5 결과에 따르면, 만 15세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부모의 학력에 따라 격차가 있었다. 부모 학력이 대졸인 학생의 과학 점수는 부모 학력이 중졸인 학생보다 84점 높았는데, 이는 약 3년간의 학교교육 이수에 해당할 정도의 차이다. PISA 2006과 PISA 2015 결과를 비교해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했을 때 많은 국가에서 과학 점수나 형평성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다만 미국, 독일, 덴마크 등 일부 국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과학 점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2018년 한눈에 보는 교육」 보고서에서 부모의 학력을 사회경제적 지위의 유사지표로 활용해 교육 형평성 측면을 분석했는데, 부모 학력이 대졸 미만인 가정의 자녀는 부모 학력이 대졸인 경우보다 유아교육 참여율, 고등교육 이수율이 낮은 경향이 있었다.
취학 전 유아교육을 받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PISA 수학 점수가 53점 높았으며, 부모가 대졸 학력인 가정의 학생이 대졸 학위를 취득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OECD 평균 4배 정도 높았다.  또한 젊은 성인(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평균 2000년 26%에서 2016년 43%로 크게 증가했는데, 실업률(2016)은 고졸 미만 젊은 성인이 대졸 성인보다 2배 이상 높고 임금 격차(2015)도 크게 나타났다.
많은 OECD 국가에서 부모의 학력이 대졸인 만 15세 학생의 문해력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문해력 격차는 성인이 됐을 때 더욱 확대되는 경향으로 나타나 생애에 걸쳐 교육 성과의 불이익은 누적되고 악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 만 15세 학생일 때 부모 학력에 따른 문해력 격차도 작지만 성인이 됐을 때 그 격차가 감소했으며,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만 15세 학생일 때 문해력 격차가 크나 성인이 됐을 때 격차가 조금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2015년 UN 정상회의에서 수립한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 17개 분야 중 교육 분야 목표는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형평성 있는 질 높은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 기회 촉진’이다. OECD는 「2018년 한눈에 보는 교육」 보고서에서 교육 분야 목표의 세부 지표별로 교육 형평성 관점에서 OECD 회원국의 목표 달성 정도를 확인해 제시했다.
교육 참여와 관련해서는 OECD 회원국 평균 9년의 의무교육을 보장하고 있으며, 9개국은 12년의 의무교육을 제공하고 있었다. 취학 전 유아교육 등록률은 95%로 성별 격차 없이 보편적 유아교육이 달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 고교 중도탈락률이 10% 이상인 경우가 있었다.
모든 학생의 성취도를 향상하는 것이 교육 분야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의 관건이지만, 만 15세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좋은 교육체제에서도 사회경제적 환경이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3세 미만 아동의 유아교육·보육 참여율과 고등교육 이수율에서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른 격차가 확인됐다.
15~24세 청년 중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비율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40% 이상 많고 부모 학력이 대졸 미만인 경우 고교 단계 직업교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인의 학습 참여와 학습 성과에서는 성별 격차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 학습 참여율의 경우 성인(25~64세)의 20% 이상이 교육훈련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국가별로 참여율의 성별 격차가 있었다. 성인의 문해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성별 격차가 없었으나 수리력은 성별 격차가 나타났으며, 부모 학력이 대졸인 경우 수리력이 더 높았다.


전 생애에 영향 미치는 유아교육의 질 관리 중요
인생 초기 열악한 학습 환경과 적절한 지원의 결핍으로 인한 조기 학습 결손은 개인의 교육적 발전을 방해하고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질 높은 유아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취약계층 유아는 질 높은 가정학습 환경을 누리기 힘들고 질 높은 유아교육 기회를 제공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특별한 교육적 지원이 중요하다. 비용 부담, 통학 거리, 시설 취약, 정보 부족 등으로 유아교육·보육 기회 접근이 제한되는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유아교육의 질 향상과 안전 문제 예방을 위해 교사당 학생 수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유아교사 자격 및 전문성 향상을 지원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유능한 유아교사를 확충하기 위해 임금과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국가 차원의 유아교육 과정 개발, 유아교육 시설 기준 제시 등이 유아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 제시되고 있다.
OECD는 유아교육의 질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아동의 인지적, 사회·정서적 발달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2017년부터 교사-학생 상호작용 등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보다 미시적인 분석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유아들은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므로 가정 환경이 학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OECD는 부모를 위한 육아 프로그램 지원, 가정 방문 컨설팅, 가계수입 지원 등 가정 환경 개선 노력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재정적 투자는 이후 학교교육 단계에서도 지속돼야 전체적으로 생산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 실제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등에서는 집중적 정책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유아교육 접근성 향상에 성공했음에도 만 15세 학생 성취도와 20~29세 젊은 성인의 역량 향상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불연속성이 있었다.


성인의 고용 가능성 향상 위해 교육훈련 기회 보장, 일 기반 학습 기회 제공을
OECD는 학교교육 단계에서 모든 학생이 필요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히 재정적 제약이나 교직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학교에 대해 보다 집중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학교 내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교장과 교사에 대한 지원에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은 이후 지속적인 역량 향상의 전제가 된다.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을 조기에 파악해 그들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고, 진로 경로에서 일반계열 및 직업계열 분리 선택 시점을 학생이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결정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유아교육 및 학교교육에서 학습 성과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성인이 돼서는 더욱 해결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학교 중도탈락 학생은 성인이 돼 기초 수준의 문해력이나 수리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노동시장 참여와 이후 교육훈련 참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성인 학습 참여율은 고용 상태일 때가 실업일 때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저숙련 성인이 실업 상태이거나 이민 배경일 경우 훈련 참가율은 현저하게 낮았다.
성인의 고용 가능성 향상을 위해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 역량 등의 기초역량을 갖출 수 있는 교육훈련 기회를 보장하고, 도제나 인턴십 등 잘 설계된 일 기반 학습 기회 제공으로 노동시장으로의 이행을 도울 수 있다. 정부는 재정적 인센티브와 투명한 행정을 통해 고용주가 실업 상태의 성인에게 필요한 훈련 기회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의 학습 기회 격차와 학습 성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이나, OECD는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보상적 조치를 실행해 인생의 성과가 출생부터 미리 정해지지 않도록 하고 교육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인다면 국가 전체의 인적 역량 수준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 불평등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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