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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수산보조금 폐지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최성요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2018년 11월호




수산보조금(fisheries subsidies) 협상은 2018년 현재 WTO에서 유일하게 활발히 진행 중인 다자협상이다. 2001년 출범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규범 협상의 일부로 시작된 수산보조금 협상 분야만 협상 동력이 유지되는 데는 수산자원 고갈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과잉어획, 정부 보조금에서 상당 부분 기인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조사(2016년)에 따르면, 전 세계 어족자원의 60%가 완전어획(fully exploited) 상태이며 30% 정도가 과잉어획(over exploited), 다시 말하면 생물학적으로 수산자원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는 해양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인 동시에 수산자원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개도국 어민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과잉어획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는 연간 5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수산자원에 대한 과잉어획은 정치적 이유로 수산업에 무분별하게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2015년 UN 지속가능정상회의는 2020년까지 과잉능력(overca-pacity) 및 과잉어획(overfishing)에 기여하는 특정 형태의 보조금 금지,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에 기여하는 보조금 철폐에 합의하고, 그 과정에서 적절하고 실효적인 (최빈)개도국에 대한 차등대우(S&D; 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를 부여토록 약속했다. UN에서의 정상 간 합의는 WTO 수산보조금 협상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2015년 하반기부터 다수의 제안서가 제출되면서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수산자원의 보전을 위한 수산보조금 협상의 당위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WTO가 과연 적정한 포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WTO는 기본적으로 다자무역 포럼으로 협상 목적은 시장접근의 확대나 무역왜곡 해소인 데 반해, 수산보조금 협상은 공유자원의 보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업보조금을 다룰 권한이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는 WTO이고, WTO만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규범을 제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기구이기 때문에 수산자원 고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WTO가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 도출된 것은 분명하다.


IUU 어업의 정의와 보조금 금지 방식, 개도국에 대한 차등대우 등이 협상 쟁점
2001년 도하각료선언에 처음으로 협상 권한(mandate)이 부여된 수산보조금 협상은 2007년 규범협상 그룹 의장이 텍스트를 회람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의장텍스트는 선박건조, 개조 등 자본비용과 유류 보조 등 운영비용 지원 등을 포함한 광범한 금지보조금 리스트를 포함한 것이었는데, 수산보조금 협상의 정치적·기술적 복잡성 및 DDA 협상 전반의 동력 상실로 인해 2011년까지 협상에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이후 앞서 언급했듯이 2015년 UN 지속가능개발의제에 수산보조금 이슈가 포함되면서 긴 동면을 깨고 수산보조금 협상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유럽연합, 뉴질랜드/아이슬란드/파키스탄, 아르헨티나·콜롬비아·페루 등 라틴 6개국, 주로 아프리카·카리브·태평양 개도국으로 구성된 ACP 그룹, 최빈개도국(LDC) 그룹 등이 각각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규범의 포맷(접근 방식), 과잉어획 어종에 대한 보조금 금지 규율, IUU 어업에 대한 보조금 금지 방식, 개도국에 대한 차등대우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2017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제11차 WTO 각료회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회원국들은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했지만, 11차 각료회의에서는 2019년 말까지 수산보조금 협상을 타결하고 WTO 보조금 협정상의 통보 의무를 잘 이행키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수산보조금 협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바로 ‘규범의 포맷’이다. 수산보조금 협상의 핵심은 어떤 수산보조금을 금지시킬 것인가인데, 금지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는 금지보조금의 유형을 목록화하는 리스트 방식(list-based approach)과 금지보조금이 되는 특정 조건(test)만을 정해놓는 효과 방식(effect-based approach)으로 회원국 의견이 나뉘어 있다. 첫 번째 방식, 즉 리스트 방식은 규범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금지보조금 유형을 사전에 정해버린다는 점에서 회원국의 수산자원관리시스템(Fishery Management System)의 효율성 여하에 따른 정책 재량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두 번째 방식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미국을 제외한 TPP 참여국 11개국이 체결한 협정으로 수산보조금 규율이 포함돼 있음)에서 채택된 효과 방식이다. 보조금이 과잉어획 어종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 보조금은 금지돼야 한다는 규율이다. 어떤 보조금을 금지보조금으로 간주할지에 대해 사전적 정의가 없다는 점에서 불투명하고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나, 수산자원관리시스템을 잘 운영해 보조금의 부정적 효과를 차단할 경우 정부 당국이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여지를 둔다는 장점도 있다.
두 번째 쟁점은 보조금을 금지시켜야 하는 대상 중 하나인 IUU 어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규율할 것인지다. FAO가 채택한 ‘IUU 어업에 대한 국제행동계획(IPOA-IUU; International Plan of Action on IUU Fishing)’ 제3조에는 IUU 어업의 정의가 포함돼 있으나, 이 조항은 IUU 어업에 대한 일반적 기술일 뿐 수산보조금 규범의 금지 조항을 실제로 적용시킬 수 있는 규범이 되기엔 부족하다. 실제로 IUU 어업을 판정하는 주체는 지역수산관리기구(RFMO) 또는 연안국인데, 이들의 판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지도 논란이 된다. 아울러 IUU 어업에 보조금 지급을 금지할 경우 그 범위를 IUU 어업을 행한 해당 선박에 한정할지 아니면 그 선박의 소유자 또는 운영자의 모든 선박에 적용할지 여부도 쟁점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논란이 큰 이슈는 개도국에 대한 차등대우, 예컨대 장기의 이행 기간, 일부 규범의 적용 예외를 어떤 식으로 규율하고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과거 WTO 협상에서 선진국들은 시장접근 확대나 새로운 규범 도입을 꺼리는 개도국들에 S&D를 대가로 제공하면서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 왔다. 그러나 수산보조금 협상에서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무조건적인 개도국 차등대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세계 수산대국 톱 25개국 중 18개국이 개도국인 현실에서 개도국에 대한 차등대우를 적용하게 되면 수산보조금 규범이 무의미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EU 등 일부 선진국들은 수산자원관리시스템의 적절한 운영을 전제 조건으로 차등대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도국들은 UN 지속가능개발의제 14.6 및 WTO 제11차 각료회의 권한에도 명시된 개도국에 대한 차등대우는 협상의 불가분의 일부가 돼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도국에 대한 차등대우는 WTO 협상에 내재된 메커니즘인데 이를 수산보조금 협상에서 바꾸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조금 협상, 우리 수산업의 경쟁력과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 될 수도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국가경제에서 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 1위, 해양어획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5위의 국가이며, 수산업의 경제적·정치적 중요성의 당연한 결과로 수산업에 상당 규모의 보조금도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WTO 수산보조금 협상이 우리 수산업에 위기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수산보조금 제도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개편한다면 수산업의 경쟁력과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WTO 협상 상황은 어렵다. 각국의 첨예한 입장 대립으로 한 발짝도 쉽게 내디딜 수 없다. 그러나 다자협상의 다이내믹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WTO 다자협상인 수산보조금 협상의 실패는 WTO의 적실성과 존재의의에 대한 위기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주요국들은 수산보조금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UN 지속가능개발의제가 정한 수산보조금 폐지 시한은 2020년, WTO 제11차 각료회의의 협상 타결 시한은 2019년 말이다. 앞으로 1~2년 안에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될 것인 만큼 우리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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