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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우방에서 긴장관계로···휴전 후 훈풍 불까?
주현수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서기관 2018년 12월호




2014년 출범한 현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5월 EU 선거와 그에 따른 집행위원단 교체를 앞두고, 정권 초기 발표했던 각종 목표의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한편 최종 성과 도출에 공을 들여왔다. 이러한 연유에서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은 2015년 발표한 신통상정책 ‘Trade for all’ 후속으로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및 비준 등에 따른 EU시장 확대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이어왔다. 그러나 계속되는 미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의 거센 바람은 이런 EU의 핑크빛 기류에 큰 난관으로 작용하며 미·EU 무역분쟁으로 불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그리고 모두가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던 2018년 7월 25일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극적인 합의로 이어지면서 양측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제 해당 합의의 후속으로 이어질 미·EU 무역협상은 향후 대내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현재까지 전개된 EU의 대응경과와 양측 협의결과 등을 통해 앞으로 이어질 EU의 대응전략을 조망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美 무역조치로 시작된 갈등···EU, 직접 대화와 국제 공조로 정상 합의 이끌어
우선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EU와 미국 간 통상분쟁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짚어보는 차원에서 양측 간 경제관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EU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은 EU의 제1위 교역대상국으로서 수입은 중국(EU 총수입의 20.2%)에 이어 2위(EU 총수입의 13.8%), 수출은 1위(EU 총수출의 2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U경제와 미국경제가 전 세계 GDP의 절반을 점유하고, 양측 간 교역 규모가 세계 교역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매우 큰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EU 투자 규모는 미국의 대아시아 총투자액의 3배에 이르며, EU의 대미 투자 규모 또한 EU의 대중국, 대인도 투자액의 8배에 달하는 등 현지 투자 측면에서도 EU와 미국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양측 간 통상긴장이 계속될 경우 경제 부문에 상당 수준의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우선주의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미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시작한 미·EU FTA(TTI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 협상이 중단되면서 미·EU 간 소위 대서양동맹에 조금씩 균열이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EU를 포함한 제3국의 대미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조사를 개시하자 EU는 강한 우려와 함께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양측 간 오랜 우방관계를 강조하며 긴장관계를 해소하려는 물밑 접촉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EU의 노력에도 미국은 232조 조사결과를 토대로 2018년 3월 EU를 조치대상 국가이자 잠정유예(2018년 5월 말까지) 국가로 분류하고, 6월에는 EU의 대미 철강 수출 시 25% 관세를 부과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EU는 그간 대외적으로 밝혀왔던 대로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WTO에 제소하는 한편, 재조정조치(rebalancing measure)로서 미국의 대EU 주요 수출품 총 64억달러에 해당하는 제품에 10~25% 수준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키로 결정했으며, 대미 철강 수출제품의 EU로의 유입방지 등을 위한 세이프가드 조사(2018년 3월) 및 잠정조치(2018년 7월) 등을 이행했다.
또한 이러한 와중에 2018년 5월 미국은 또다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자동차 부문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EU와 미국 간 자동차 수입관세가 공평하지 못함(EU→대미 2.5%, 미국→대EU 10% 등)을 언급하며 EU(특히 회원국 독일)를 공격했다. 이에 EU 또한 철강 대응조치와 유사한 재조정조치에 따른 관세부과 등 대응계획을 밝히며 미국에 강력 경고했다.
한편 EU는 미국의 조치에 따른 대응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도 강경전략으로 인한 위기 고조보다는 대화를 통한 근본적 해소를 미국에 거듭 제안하며, 이를 통해 미국이 우려하는 무역적자 문제와 글로벌 공급과잉, 산업보조금, 지식재산권 침해 등 전 세계적 통상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자고 미국을 설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EU가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노력 외에도 일본, 한국 등 양자채널과 WTO 등 다자채널을 통해 유사 국가들과 현 상황에 관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해소하려는 공조를 적극 모색해왔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EU는 이러한 상황을 자국만의 문제로 한정짓지 않고 공론화함으로써 문제 해소 가능성을 높여왔으며, 궁극적으로는 WTO 개혁 등 다자체제의 정상화를 통한 시스템적 해결체계 구축에 앞장서 왔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EU·미국·일본 3국 통상장관 회담을 발족하고 최근 9월까지 회담을 통해 앞서 언급한 글로벌 공급과잉 등 글로벌 이슈들에 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는 한편, 실무 작업반을 통한 문제해결 등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WTO 개혁과 관련해서도 투명성 및 모니터링 강화, 상소기구 위원 공석 문제 해법을 포함한 분쟁해결기구 강화, 21세기 현실을 반영한 규범 제정 및 협상기능 회복 등 EU의 목소리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러한 EU 노력의 중간 성과물로 얻어낸 것이 서두에 언급했던 2018년 7월 25일 워싱턴에서 이뤄낸 미·EU 정상 합의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EU 모두 한 템포 숨을 돌리는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던 것이다.


본격 협상에 앞서 협상범위 탐색 중, 긴장관계는 ‘현재 진행형’
7월 미·EU 정상 합의는 그간의 지난한 물밑 접촉과 함께 양측이 직면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빚어낸 결과로 보인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대중국 압박을 펼쳐왔던 미국은 중국의 수입관세 부과로 수출길이 막힌 대두(콩), LNG 등의 새로운 수출선 확보라는 측면에서 EU시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EU 또한 수입 다변화 측면에서 수용 가능한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한편, 이를 양측 시장 접근성 제고와 미국의 철강관세, 자동차 232조 조사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패키지 딜로 엮어냈던 것이다.
이날 양측은 정상 합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합의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①비자동차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 및 비관세장벽 철폐, 보조금 철폐, 대두를 포함해 서비스·화학제품·의약품·의료기기 부문 교역 확대, ②EU의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 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 강화, ③표준 분야 대화체 발족, ④WTO 개혁과 불공정 무역관행 해소를 위한 협력 강화, ⑤이행을 위한 실무 작업반 개설, 동 합의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 금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와 이에 대응한 보복관세 해소다.
이후 양측은 8월 실무협의를 개최해 의약품, 의료기기, 자동차 등의 안전에 관한 규제사항을 논의하고, EU의 미국산 대두 및 LNG 수입 확대, WTO 개혁 및 불공정 무역 관련 다자간 협조 등에 대한 협의를 이어나갔다. 다만 자동차 232조 조사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등의 이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진전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어 9월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참석한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양측은 11월 중 조기 성과를 도출하기로 잠정 공감대를 형성하고, 특히 미국은 자동차 안전기준과 의약품 및 의료기기 규제 분야에서의 조기 성과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언급했다고 전해졌다. EU 또한 회의를 통해 중·단기적으로 도출 가능한 성과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를 계기로 9월 25일 2차 워킹그룹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협의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양측 모두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규제조화, LNG 및 대두수입 확대 등 단기도출이 가능한 성과와 중장기 논의가 필요한 관세 관련 이슈를 분리해 협상의 범위를 탐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1차 워킹그룹 회의 후 미국은 USTR 보도자료를 통해 10월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완화에 관한 전문가 협의 이후 11월 3차 워킹그룹 회의를 개최할 것임을 밝히고 현재까지 해당 일정에 따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진전사항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양측 모두 단기간 내에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조화와 대두 및 LNG 수입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 등 협상이 필요한 이슈는 양측 모두 유럽의회,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10월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말스트롬 집행위원과의 면담에서 “미국은 속도감 있게 단기간 내 구체적 성과를 얻길 희망하는바,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현재 진행 중인 양측 간 후속협의의 속도에 대해 일부 부정적 의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해당 발언에 앞서 말스트롬 집행위원도 미국 측에서 현재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음을 비판했다고 전해지면서, EU와 미국의 긴장관계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양측의 움직임이 매우 긴박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韓, 유사 통상분쟁에 대비해 EU와 굳건한 신뢰관계 유지해야
앞서 살펴본 대로 EU는 미국과의 통상분쟁과 관련해 직접적으로는 미국과 협의하고, 양자 및 다자 채널을 통해 파트너 국가들과 해소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이 통상갈등 해소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라면, 한편으로는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등과의 FTA 서명 및 비준과 호주, 뉴질랜드와 FTA 개시 등 새로운 시장 개척과 다변화를 통해 특정 시장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EU의 움직임은 현재 한국이 적극 추진 중인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동시에 자국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EU는 미국의 통상분쟁과 관련해 WTO 합치성(compatible)을 기준으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가 WTO 규정에 위배되며, 자국의 대응조치는 WTO에 합치된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 이러한 EU의 원칙론적 대응은 통상전략의 신뢰성과 가시성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유사한 통상분쟁에서도 EU는 같은 논리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EU의 수입규제 및 무역구제 관련 대응 시 이를 감안한 대응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미 자동차 232조 조사 등과 관련해 EU뿐만 아니라 한국도 긴밀한 대응이 필요하므로 상호 정보교류 등의 측면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유사 통상분쟁에 대비해 EU와는 현재의 굳건한 신뢰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속 관리해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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