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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글로벌 플레이어의 조건
성창훈 주홍콩총영사관 재경관 2019년 04월호



최근 국내 각 은행들은 한국시장의 정체에 따른 돌파구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현지 은행의 인수를 통한 소매금융에 중점을 두고 있고, 홍콩과 같은 글로벌 금융허브에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결합한 CIB(Corporate & Investment Bankin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한 은행의 경우 전체 수익 중 해외수익의 비중(6%, 2016년 기준)을 2025년까지 3배 이상(20%)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KEB하나 74위, 신한 93위…홍콩에서 한국계 은행 위상 매우 낮아
홍콩은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도시로 국제순위에서 뉴욕, 런던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2018년 기준, 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 24). 특히 여러 금융허브 중 한국계 은행의 영업이 가장 활발해 당기순이익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홍콩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은행의 위상은 매우 낮다. 한국계 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KEB하나은행(40억5천만달러)의 순위가 161개 은행 중 74위에 그치고, 한국계 은행 10개의 모든 자산(138억5천만달러)을 합쳐도 45위 수준이다. 이는 일본계 은행(미즈호 은행, 11위, 60억8천만달러)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만계 은행인 푸본은행(Fubon Bank)의 자산(126억1천만달러) 수준이다.  
이 글에서는 홍콩에서 한국계 은행의 위상이 왜 이렇게 낮은지, 그리고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우리보다 앞서고 있는 대만계와 말레이시아계 은행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홍콩에서는 세계 100대 은행 중 70여개를 포함해 총 161개의 은행이 영업하고 있다. 금융허브가 대규모 자금조달의 장, 금융상품 거래시장임을 고려해 이들은 기업금융(현지 기업, 역외대출 등), 투자은행 업무[신디케이티드론(Syndicated Loanㆍ공동대출, 이하 신디론), PF(Project Financing), 인수금융 등], 유가증권, FX(Foreign Exchange) 등 다양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홍콩 진출 은행을 자산 기준으로 평가해보면, 영국계 홍콩은행(HSBC 등), 중국계 은행(Bank of China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일본계(미주호 등), 미국계(Citi 등), 유럽계(BNP Paribas 등), 싱가포르계(DBS 등) 은행이 뒤따르고 있다.
홍콩에는 우리나라 국책은행(KDB, 수출입은행, 기업은행)과 민간은행(신한, KB, KEB하나, 우리은행 등) 등 총 10개 은행이 현지법인 또는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다. 그러나 홍콩 내 한국계 은행의 위상(자산 기준)은 KEB하나은행 74위, 신한은행 93위 등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영미계와 일본계 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대만계와 말레이시아계 은행도 한국계보다 훨씬 큰 규모로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중국 관련 비즈니스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뱅커지 순위가 한국계보다 낮은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뱅커지 순위: KB 59위, KDB 61위, CTBC(대만) 151위, Maybank(말레이시아) 103위].
한국계 은행과 대만계, 말레이시아계 은행을 양적으로 비교해보자. 한국계 은행의 평균 직원 수는 24명이고, 제일 큰 KEB하나은행도 51명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만의 푸본은행은 약 900명, 말레이시아의 퍼블릭은행(Public Bank)은 약 1,400명에 달한다. 물론 자산 규모와 네트워크 수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한국계 은행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회피적 영업으로 정체
대만계 은행의 영업전략을 대략적으로나마 알아보기 위해 시노팩은행(Bank SinoPac)과 인터뷰를 했는데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주요 업무는 우리와 같이 신디론과 개별 기업대출 등 기업금융이나, 주요 고객은 중국 기업으로 이들에 대한 여신이 전체 여신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중국 여신 비중은 본점의 국가별 여신쿼터, 한국 기업 위주의 대출 등으로 약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만은 여신심사를 대부분 자체 전결로 처리하고 일정금액 이상만 본점에서 결정한다. 반면 우리는 대부분 본점에서 여신심사를 담당하고 현지에서는 소규모 대출에 대해서만 전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자금조달 측면에서 시노팩은행은 현지화를 위해 대부분 예수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본점 자금은 최소한도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현지 차입금(53%)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예수금(25%), 본점계정(19%, 2016년 기준)이 이를 보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계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는 0.9% 수준(6개 은행 평균)으로 우리(1.4%, 6개 은행 평균)보다 영업여건이 유리한 상황이다. 직원과 관련해서는 본점에서 파견된 주재원의 경우 우리와 같이 3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본인이 희망할 경우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우리는 대체로 3년 근무 원칙을 지키고 있다.
홍콩에서 국내 은행의 위상이 낮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금융위기 트라우마로 국내 은행들은 한국시장 영업에 집중하고, 해외는 연락사무소 역할로서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리스크 회피적인 영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금융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를 토대로 계속 발전을 해온 것이 우리와의 차이다.


인력 및 여신심사체계 개편, 네트워킹 강화, 규모 확대 필요
최근 각 은행이 그간의 소극적 영업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갖고 영업을 강화함으로써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약 50% 증가(10개 은행 합계: 2017년 1억2천만달러→2018년 1억7천만달러)한 것은 전략변화의 시발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향후 국내 은행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정책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금융은 사람과 네트워킹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본점에서 파견된 주재원은 관리직 등 필수요원 중심으로 축소하고 현지인력 중심으로 조직을 재구성해야 한다. 특히 국책은행의 주재원 수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주재원은 비서실, 인사실 등이 아니라 국제부 등 유관부서에서 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현지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장기근무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비전문가가 많이 파견되고 3년 근무 후 업무를 알 만하면 떠난다는 비판이 많다. 시간이 흘러도 네트워킹과 노하우의 축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외국계 은행과 경쟁해 유능한 현지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수준의 보상체계도 필요하다. 현재의 보상체계로는 유능한 현지 경력직을 채용하기 어렵고, 신입 직원들도 2~3년 경력을 쌓고 나면 이직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단기적으로는 퇴직을 앞둔 외국계 직원을 스카우트해 그들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체 여신심사의 강화다. 현재는 홍콩에서 대출처를 발굴하고 본점에서 심사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본점은 현지사정에 어둡고 국내 기준으로 심사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좋은 딜도 거부되는 사례가 잦다는 평가다. 따라서 현지에 심사역을 파견하고 전결로 처리할 수 있는 여신 규모를 대폭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원리금 상환 가능성을 중심으로 여신을 판단하고, 국내처럼 중소기업 중심 대출(기업은행), 복합리조트 대출제한 등의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 한 예로, 마카오는 복합리조트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은 마카오시장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홍콩은 중국 관련 딜이 많기 때문에 본점의 국가별 여신 포트폴리오 한도도 현지사정에 맞게 조정해 중국 관련 여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네트워킹 강화다. 홍콩 내 국내 은행이 영세하기 때문에 우선 신디론 등에서 국내 은행 간 정보교류 등 협력을 강화하면 상호 윈윈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외국계 금융기관에 많은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과 이들과의 네트워킹도 비즈니스 확대에 유용할 것이다. 아울러 홍콩에서 영업을 잘하고 있는 대만계와 말레이시아계 은행과 소통채널을 마련한다면 벤치마킹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국내 은행의 규모 확대다. 현재 국내 은행은 규모의 경제에 미달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금 확충 및 인원을 확대하게 되면 일정 수준까지 큰 리스크 부담 없이 영업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아직은 우리가 신디론을 주선할 능력이 부족하지만 홍콩이 아시아 최대의 신디론시장임을 고려할 때 추가적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에서 홍콩은 핵심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허브 지역으로서 인력과 여신심사체계를 개편하고, 현지 네트워킹을 강화하며, 자본금과 직원을 확대해나가면 우리도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당당히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내 은행 본점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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