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여년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민간영역의 활성화와 활발한 외국인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에서는 이와 상반되게 정부 주도의 경제운영이 강화되고 외국인투자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영기업에 편중된 자원배분, 정부의 시장개입 사례, 외국인투자 차별 등을 중심으로 중국경제 운영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영기업 중심의 자원배분…상업은행 대출의 75%, 본토 주식시장 상장의 85% 이상 차지
중국의 국영기업 수는 약 13만3천개로,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중앙 국영기업이 98개, 기타 국영기업이 13만2천개다. 국영기업 수는 전체 기업(2,607만개, 2017년 9월 기준)의 약 1%를 차지하고 있으나, 고용구성비는 15.4%, GDP 기여도는 약 35% 수준으로 높다. 중국 국영기업의 업종은 우리보다 광범위해 전력, 에너지, 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뿐 아니라 금융, 건설, 항공운수와 같은 핵심 인프라 업종을 포괄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중국 500대 기업 순위에 포함된 국영기업은 총 274개(54.8% 비중)이며, 특히 상위 20위권 내에는 평안보험, 화웨이(Huawei), 태평양건설그룹을 제외한 17개 기업(85%)이 국영기업이다. 중국의 대표적 민영기업인 알리바바(Alibaba, 103위), 텐센트(Tencent, 109위), 바이두(Baidu, 213위) 등은 100위권 밖에 위치하고 있다. 국영기업이 고용의 15%, GDP의 35%를 기여하고 있으나, 상업은행 대출의 75%, 본토 주식시장 상장(IPO)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자원배분이 편중돼 있다. 또한 디레버리징 과정에서도 시중은행들은 국영기업 대신 민영기업들의 대출금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민영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영기업들은 대출에서 우선권이 주어지고, 자금회수 때에는 후순위가 되는 등 우대를 받고 있다. 반면 민영기업은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조기 자금회수 압박 및 일시적 경영성과 부진에도 부도위기로 몰리는 상황이다. 그간 국영기업은 비효율성으로 인해 민영기업보다 낮은 이익증가율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추세전환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1980년대의 소유권과 경영권의 분리, 1990년대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중소 국영기업 민영화, 2000년대의 주식회사 전환, 2010년대의 혼합소유제 등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의 민영기업 자금공급 유도에도 시중은행의 국영기업 우대 여전 중국 정부는 민간 부문이 위축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영기업 현장방문 횟수를 늘리고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국진민퇴(國進民退)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8년 11월 개최된 민영기업 CEO 좌담회에 참석해 정부는 민간기업 통제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며, 세금경감, 자금난 해소, 공정경쟁 환경 조성, 소통 강화, 기업가 재산보호 등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도 같은 시기 좌담회를 열어 민영기업에 대한 특별 대출지원을 약속했다. 인민은행은 2018년 이후 지급준비율을 6차례 인하하고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집중했다. 특히 영세기업 등 금융소외계층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 적용되는 지급준비율을 최대 4%p까지 인하하는 등 민영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유도했다. 그러나 2018년 회사채 디폴트 기업 33개 중 28개가 민영기업이며, 국영-민영 기업 간 대출 비중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시중은행 일선창구에서는 여전히 리스크가 적은 국영기업을 우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편 중국 정부의 시장개입 사례를 보면, 2017년 8월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 2위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China Unicom)의 지분 인수를 위해 1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3대 이동통신사 가운데 차이나유니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민간의 경영기법을 이전하기 위한 조치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2018년 9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현 권력층과의 불편해진 관계가 원인이라는 설이 설득력 있게 회자되고 있다. 과거에도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해진 기업인들이 당국으로부터 구금조사를 받거나 잠적 또는 돌연 직(職)을 내려놓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2017년 7월 안방(安邦)보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구금돼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 기업인 화신에너지(華信能源有限公司)의 예젠밍(葉簡明) 회장은 돈세탁 혐의 등으로 2018년 초 긴급 구금돼 조사를 받았으며, 밍톈(明天) 그룹의 샤오젠화(肖建華) 회장도 2018년 2월 홍콩에서 실종된 후 중국으로 압송돼 수사를 받았는데, 이들 모두 현 정권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홍콩 빈과일보(?果日報)〕. 외자기업 청산하려면 특혜 받은 것 모두 반환해야 중국에서 외자기업이 청산하기 위해서는 외자기업 특혜로 감면받은 부가세, 관세, 영업세, 법인세 등을 모두 반환해야 하며, 직원들의 체불임금과 각종 사회보험금(의료보험, 상해보조금, 기본양로금, 노동계약 해지에 따른 경제보상금 등)에 대한 완납도 입증해야 한다. 사실상 중국에서는 법적 절차에 의한 청산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2016년 1월부터 전기버스와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새로 설정(세부 기준 미공개)하며, 외국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 및 판매를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LG화학은 2015년까지 누적 기준 100만대 이상을 수주했으나, 2016년 신규정 발표 이후 중국 완성차업체에서 수주한 전기차용 배터리 물량이 없다. 그 사이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2위), BYD(비야디, 3위)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는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외국기업 차별 대우, 임금 등 생산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다. 중국경제는 지금 변곡점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극복하고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간영역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외국인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나, 이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G2로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제1 교역상대국인 만큼 중국경제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경착륙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