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국가통계에 등록된 기업의 80~99%가 중소·중견기업(MSMEs; Micro,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으로, 중소·중견기업은 전 세계 기업의 95%로 추산되며 전 세계 고용의 60%를 차지하는 등 중요한 경제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무역 활동 참여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더 많은 MSMEs가 성공적으로 국제무역에 진출할 수만 있다면 무역을 포함한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창출되는 이익이 더 골고루 분배돼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2017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의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돼 우리 경제의 활력소인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방안으로는 세제, 금융, 기술, 마케팅, 인프라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진취적인 우리나라 벤처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이 탄탄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저 넓은 세계시장을 향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다자규범체제인 WTO에서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MSMEs 관련 동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며 그동안 어떻게 논의돼왔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가늠해보는 것이 이 시점에서 필요해 보인다.
비공식 작업반 설치해 MSMEs 지원방안 논의
2017년 12월 13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제11차 WTO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88개 회원국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MSMEs 관련 비공식 작업반(informal working group)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선언문에는 ‘MSMEs 관심국가(Friends of MSMEs)’들을 중심으로 개도국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MSMEs의 국제무역 활동 참여를 보다 촉진시키기 위해 ‘수평적이며 비차별적인 해결방안(horizontal and non-discriminatory solutions)’을 모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MSMEs 작업반에는 89개 국가가 참여해 더 많은 MSMEs가 세계시장 진출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해나가고 있다.
MSMEs 작업반은 출범과 함께 호세 루이스 칸셀라 고메즈(Jose Luis Cancela Gomez) 주제네바 우루과이 대사를 메인 코디네이터로 선출한 데 이어 협조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은 8개국(바레인, 코트디부아르, 엘살바도르, 홍콩,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스위스)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설치했다. 2018년 3월 27일 스위스 주재로 열린 ‘MSMEs의 정보접근의 중요성’ 회의에서 WTO 사무국은 MSMEs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상호 연계 협조, 그리고 입법부, 언론, 소셜미디어를 통한 MSMEs에 대한 인식 제고, 경험 공유 및 모범사례 확산과 제도화된 피드백을 통해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제무역센터(ITC; International Trade Center)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무역 관련 정보의 투명성과 질을 제고하고 공공-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치한 온라인 플랫폼인 ‘글로벌 무역 헬프데스크(GTH; Global Trade Helpdesk)’를 소개했다. 회원국들은 GTH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정보원(contact point)과 정보의 지식화 작업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6월 8일 코트디부아르가 주재한 ‘MSMEs의 무역금융 활용’ 회의에서는 ITC, 무역·부채·금융 작업반(Working Group on Trade, Debt and Finance), 글로벌LEI재단(GLEIF; Global Legal Entity Identifier Foundation), 최빈국 지원을 위한 통합체계(EIF; Enhanced Integrated Framework) 등 MSMEs 업무와 밀접히 연관된 국제조직들이 참여한 가운데 ITC가 MSMEs 무역금융 활용 지원활동을 소개한 데 이어 GLEIF는 국제금융거래에서 사용되는 20개 법인식별기호(LEI) 식별코드 사용법에 대해 회원국들과 논의를 가졌다. ‘MSMEs 데이’인 6월 27일에는 UN무역개발협의회(UNCTAD), 국제운송조정업협회(FIAT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Freight Forwarders Associations), 알리바바그룹(Alibaba Group), 글로벌무역관리자동맹(GTPA; Global Trade Professionals Alliance), ITC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파키스탄 주재로 ‘무역비용과 무역원활화’ 회의가 열렸다. WTO 사무국은 중소기업의 세계시장 참여를 높이기 위한 무역원활화협정(TFA; Trade Facilitation Agreement)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다른 참석자들은 원산지증명서를 포함한 수출입 문서의 표준화, 최소(de minimis) 수입관세 등의 이슈를 제기했다. 10월 3일 엘살바도르와 필리핀의 공동 주재로 열린 ‘MSMEs의 무역 참여 확대를 위한 기술 및 능력 배양 지원’ 회의에서는 자본과 무역금융 활용, 진출 대상국의 기술규제 정보, 지식재산권 침해 우려, 투자에서 인증에 이르기까지 진출국 관련 법규 준수의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10월 31일 열린 마지막 회의는 ‘MSMEs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인터넷 활용’을 주제로 한 가운데 WTO 사무국은 「2018 세계무역 보고서(World Trade Report 2018)」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MSMEs뿐만 아니라 개도국 기업들의 무역비용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명성, 무역금융, 분석도구, 개념을 주제로 소그룹 구성 2018년에는 MSMEs의 정보접근성, 무역금융, 기술 및 능력 배양,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디지털 활용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폭넓은 검토가 있었다면, 2019년에는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고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특정 주제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2일 총 58개국이 참석한 비공식 작업반 회의에서는 ‘투명성’, ‘무역금융’, ‘분석도구’, ‘개념’ 등 4개 소그룹(클러스터)별 작업 내용, 그리고 여타 WTO 위원회들에서 추진하고 있는 MSMEs 관련 활동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먼저 투명성 소그룹에서는 GTH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고 있는 스위스가 국가별 데이터 정보를 확장하기 위해 기존 협력관계에 있는 OECD, 세계관세기구(WCO; World Customs Organization), UN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국제상업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외에도 새로운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한 노력들을 소개했다. 특히 캐나다를 중심으로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가 WTO의 무역정책검토(TPR; Trade Policy Review)를 수행할 때 정부 및 사무국 보고서 등에 MSMEs 관련 정보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멕시코는 WTO 작업반 등에서 수집된 정보의 DB화를 위한 공공 온라인툴 개발을, 그리고 스위스는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 관련 투명성 이슈에 MSMEs를 다루는 방안 등을 새롭게 제시했으며, 이를 보다 구체화시켜 추후 더 논의하기로 했다. 무역금융 소그룹에서는 무역금융 프로그램 맵핑 작업을 위해 정보수집과 관련된 질의서 배포와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협조 요청이 있었다. 분석도구 소그룹에서는 OECD 사무국이 현재 진행 중인 WTO-OECD 부가가치기준 무역(TiVA; Trade in Value Added) DB작업에 MSMEs의 국제무역 참여 내용을 반영해 완결성을 높이려는 활동들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개념 소그룹에서 캐나다는 연방규제기관이 규제를 설계할 때 중소기업의 요구를 반영하도록 하는 ‘Small Business Lens’ 원칙에 대해서 WTO 규정과의 연관성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웃리치(outreach) 활동과 관련해서는 민간 영역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한 ICC-WTO 간 무역대화(trade dialogue)의 조직화, MSMEs 무역활동에 도움이 되는 블록체인 신기술, 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 및 세계은행의 협업 모범사례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EIF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최빈국들이 최신 정보 활용, 금융 및 정부조달, 디지털화 및 전자상거래와 같은 주요 이슈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공동작업 내용을 소개했고, 표준·무역개발기구(STDF; Standards and Trade Development Facility)는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분야에서의 국가별 차이를 개선해 MSMEs의 안전한 무역을 도모하려는 노력을 소개했다.
한국의 중소기업 강화정책, 최빈국·개도국에 모범사례 될 것 지난해 11월 30일 MSMEs 작업반은 활동 총평을 통해 2019년에는 구체적인 성과물의 도출, WTO 작업반 참가국의 확대, 2020년 6월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될 제12차 WTO 각료회의에서 MSMEs 관련 활동에 대한 공동선언문의 채택 등을 목표로 업무를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올해 말 구체적인 성과물의 제시 및 도출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제별 작업, 아웃리치 활동, 여타 WTO 위원회와의 MSMEs 관련 논의를 지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MSMEs 작업반 설치와 활동의 배경이 된 제11차 WTO 각료회의 선언문 공동 참여국가로서 그동안 MSMEs의 국제무역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 논의에 참여해왔다. 따라서 현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수출역량 강화를 통한 ‘중소기업의 튼튼한 성장환경 구축’이라는 국정과제의 수행뿐만 아니라 WTO와 같은 다자 차원의 최신 논의와 동향은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시장 확대에 필요한 정보이자 무역·통상 정책 수립을 위한 중요한 가이드로 활용될 수 있다. 아직까진 MSMEs에 대한 논의가 주로 최빈국과 개도국들의 관심사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다자무역체제 속에서 세계 9위 무역국이자 중견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중견기업, 나아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커나가도록 중소기업의 성장디딤돌 강화 정책을 통해 지속 발전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나가고 있는 한국의 경험은 이들에게 좋은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