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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WTO 수산보조금 협상 어디까지 왔나
최성요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2020년 01월호


지난 12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일반이사회에서 WTO 회원국들은 수산보조금 협상을 2020년 6월 8~11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릴 제12차 각료회의까지 타결하자고 다짐했다. 수산보조금 협상은 고갈 위기에 놓인 전 세계 수산자원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협상으로, 과잉어획이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각 정부가 어민들에게 지급하는 과도한 보조금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수산보조금 협상은 도하개발어젠다(DDA; Doha Development Agenda) 협상의 일부로 다뤄지다가 2015년 UN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과제에 포함되면서 2016년부터 협상 동력이 되살아났다. 세계 정상들은 2015년 UN 총회에서 2020년까지 불법·비보고·비규제(IUU;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어업에 기여하는 보조금을 폐지하고 과잉어획(overfishing) 및 과잉능력(overcapacity)에 기여하는 유해한 보조금을 금지하도록 합의한 것이다.

IUU 어업 관련 보조금 금지 규율 등 4개 축으로 협상 진행
수산보조금 협상은 크게 4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IUU 어업 관련 보조금 금지 규율, 두 번째는 과잉어획된 어족자원(overfished stocks)에 대한 규율, 세 번째는 과잉어획 및 과잉능력에 기여하는 보조금에 대한 규율, 네 번째는 규범의 범위, 규범의 형식,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대우, 분쟁해결 절차 등 규범 전반에 적용되는 범분야 이슈다.
IUU 어업 관련 보조금 금지 규율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보조금 금지 대상이 되는 IUU 어업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로서, IUU 어업을 판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주체 및 판정 요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제법상 IUU 어업을 판정할 권한이 있는 주체로는 기국(flag state), 연안국(coastal state), 지역수산관리기구(RFMO; Regional Fisheries Management Organization)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수산보조금 금지 대상이 되는 IUU 어업 판정은 일정한 적법절차(due process)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즉 정당한 이유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치적 이유로 자의적인 IUU 판정을 내린 경우에는 이를 근거로 수산보조금이 금지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한편 연안국과 RFMO에 동일한 절차적 요건을 부과할지가 논점이 되고 있다. RFMO는 엄연한 수산 분야 국제기구로서 WTO가 국제법 준수 등 일반적 요건 외에 RFMO의 판정에 추가적인 절차적 요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있다. 반면 RFMO가 내부 정치적 역학관계의 영향으로 부당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다수 있는 만큼 RFMO 역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비차별적 절차, 기국과의 사전협의 등의 절차를 준수할 때만 보조금 금지가 촉발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둘째, 과잉어획 어종 관련 보조금 금지 규율이다. WTO 수산보조금 협상은 어족의 자원상태, 즉 특정 어종이 과잉어획된 상태인지 여부에 따라 다른 규율을 적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러한 구분은 전 세계 수산자원의 30% 이상이 과잉어획 상태인 만큼 이미 과잉어획된 어족자원에 대해서는 보다 강화된 규율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과잉어획된 어족자원 관련 보조금 금지 규율과 관련해서는 여러 접근법이 제시되고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등 지역무역협정에 도입된 것처럼 어족자원에 부정적 효과가 있는 보조금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과잉어획된 어족자원에 대해서는 ‘일응추정(rebuttable presumption)’의 원칙을 적용해 모든 종류의 보조금은 부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일단 간주하고, 예외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없는 보조금 목록을 두자는 입장도 있다. 대다수 회원국들은 과잉어획 어종에 대해 부정적 효과가 있는 보조금만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공감을 표하고 있으나, 부정적 효과라는 용어 자체에 모호성이 내재돼 있고 사후적으로 분쟁해결 절차에 이 규율이 회부되는 경우 분쟁제기국이 보조금의 부정적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폭넓은 범위의 금지 규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과잉어획 및 과잉능력에 기여하는 보조금에 대한 규율이다. 어족자원이 과잉어획 상태에 이르지 않았어도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게 되면 과잉어획 또는 과잉능력 상태에 도달하게 될 위험이 많기 때문에 보조금을 규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규제의 방식으로는 ‘금지(prohibition)’와 ‘상한설정(capping)’이 있을 수 있다. 금지 방식과 관련해서는 자국 관할수역 밖에서의 어업, 즉 원양어업에 대한 보조금을 규율하자는 입장, 자본비용(선박 건·개조 등)이나 운영비용(면세유 등) 등 가장 해로운 보조금을 특정해 규율하자는 입장 등이 있다. 상한설정 방식은 보조금에 대한 투명성 확보에 주안점을 두면서 보조금 상한에 대한 협상 및 후속 감축 계획에 대한 모니터링을 골자로 한다.
한편 과잉어획은 대규모 기업형 어업에서 비롯되므로 이러한 유형의 어업이 규율의 초점이 돼야 한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 세계 수산보조금의 90%가 대규모 기업형 어업에 지급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가 되고 있다. 반면 동전의 앞뒷면처럼 개도국의 빈곤퇴치, 식량안보를 위한 수단인 소규모 영세어업에 대해서는 규율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기업형 어업 또는 소규모 영세어업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러한 개념을 협정문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협상 타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 커…6월까지 협상 타결 노력
범분야 이슈에 있어서는 수산보조금 규범의 형식과 범위, 개도국 우대, 분쟁해결 절차 등이 주요 논의사항이다. 규범의 형식과 관련해서는 WTO 보조금 협정의 부속서 형태를 취할지, 아니면 별도의 협정으로 채택할지의 문제가 있다. 규범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양식업과 내수면어업을 제외한 해양포면 어획(wild marine capture at sea)에 한정한다는 데는 합의가 있으나 기존 WTO 보조금 협정상의 ‘특정성(specificity)’ 있는 보조금만을 대상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개도국의 특별대우(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와 관련해서는 WTO 수산보조금 협상의 권한(UN 지속가능개발목표 14.6번)에는 개도국 우대가 불가분의 일부로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전 세계 주요 어획국의 70%가 개도국인 현실에서 개도국 전체에 대해 협정상 의무에 대한 면제를 부여할 경우 규범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분쟁해결 절차에 있어서는 무역과 환경의 교차점에 위치한 수산보조금 규범의 내재적 특성상 통상적인 분쟁건과 다른 절차적 고려가 필요한지가 논의의 초점이다.
지금까지 수산보조금 규율의 4가지 핵심 분야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살펴봤다. 현 협상 상황에서는 이슈별로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커서 이를 어떤 방식으로 메울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TO 수산보조금 협상은 현재 제네바에서 진행되는 유일한 다자 협상으로 UN 지속가능개발목표에 의해 구체적인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협상 타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도 크고 회원국들의 관심도 높다.
이러한 점에서 오는 6월에 열리는 제12차 각료회의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종합적인 협상 대책을 수립해 우리 연안 및 공해상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되는 협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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