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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블록체인 금융의 올바른 활용을 위하여
곽상현 주OECD대표부 재정경제금융관 2020년 03월호


OECD는 금융기업국(DAF; Directorate for Financial and Enterprise Affairs) 주관으로 블록체인정책센터(Blockchain Policy Centre)를 설립하고 2018년부터 세계 각국의 정책당국자, 블록체인 전문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은 금융, 과학기술, 정보통신 관련 위원회 회의에서 빠지지 않고 상정되는 주제다. 주요 논의 내용은 블록체인의 활용 분야와 장단점, 그리고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이다.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 금융
최근 투기 열풍으로 문제가 됐던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것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 성격 및 운영원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Centre)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불간섭(tamper-resistant) 및 시간증거기록(time-stamped)을 원칙으로,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과 참여자들 간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P2P 네트워크 활동으로 정의된다. 부연하면 중앙집권적 시스템 없이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형성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 전원의 온체인(on-chain)상의 모든 기록이 전체 참여자 개별 컴퓨터에 저장되며, 참여자들이 모든 활동을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가상화폐는 모든 거래가 은행 등 금융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컴퓨터 내에서 기록되고 운영된다.
사실 블록체인은 인공지능(AI)처럼 새롭게 발명되거나 등장한 ‘기술’로 보기는 어렵고 기존의 통신 및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해 창출해낸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정치·사회적인 관점에서 ‘중앙집권화’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개별적이고 자율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시각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2019년 OECD 블록체인 정책포럼(OECD Global Blockchain Policy Forum)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주목할 것은 블록체인이 제조업 생산에 활용된다면 공급가치사슬(supply value chain)상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경로, 생산물의 원산지 및 품질 등을 소비자 및 생산자 모두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돼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증진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농업 분야에 이 기술이 도입된다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의료 소비자의 건강 정보, 의료 공급자의 전문 분야 및 치료 경험 등이 온체인상에서 공유돼 보다 효과적인 의료서비스 매칭이 이뤄질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개인별 소비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돼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 이외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OECD 논의에서 주된 관심 분야도 금융에 집중돼 있으며 OECD 내 주무부서도 금융기업국이다.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금융을 비트코인 등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와 동일시하고 있으나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내에서 자생적(native)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종류를 나눠볼 수 있다. 암호화 화폐는 온체인상에서만 존재하는 자생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 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나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이 없다. 따라서 온체인상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오프체인(off-chain)상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네트워크상의 파일에 불과하게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고 있지 않은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도 오프체인상의 자산 없이 온체인상에서만 존재하는 화폐를 발행한다.
반면 오프체인상의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블록체인 금융도 있는데 증권, 채권 등을 블록체인에서 토큰화(tokenisation)해 그 토큰을 온체인에서 거래하는 방식이다. 달러 등이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도 이 범주로 분류된다. 최근 페이스북이 글로벌 금융플랫폼 구축을 위해 발행을 준비하는 리브라(Libra)도 이 범주에 속한다.

거래 편리하나 관리감독과 분쟁해결 어려워
2019년 OECD 블록체인 정책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금융의 장단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장점으로는 먼저 거래의 편리성을 들 수 있다. 은행계좌와 별도의 인증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역외거래 시 환전이 불필요해 거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로 거래의 속도가 빨라진다.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는 카드사나 은행의 중앙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나 온체인 거래는 P2P 간 거래가 완료되는 순간 모든 결제가 최종적으로 종료된다. 세 번째로 금융의 포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개발도상국의 경우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가 아직도 많다고 한다. 블록체인 금융은 은행계좌가 필요 없어 금융서비스 소외계층도 금융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도 리브라가 금융서비스의 포용성을 늘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금융 분야 활용이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중론이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블록체인 금융이 범용화되기 어렵다. 예컨대 법화(fiat money)는 해당 국가 내에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거래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국가 간에도 쉽게 환전될 수 있으나, 스테이블코인 또는 가상화폐의 경우 해당 화폐별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 있는 사용자들끼리만 거래가 가능하다. 리브라를 기반으로 거래하려면 리브라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OECD도 블록체인의 가상화폐들이 확장성(scalability)과 호환성(interoperability)이 없어 범용은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가치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다. 오프체인상의 기초자산 없이 온체인상에서만 발행되는 암호화 화폐는 그 가치의 변동성을 합리적·논리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극단적으로 코인 한 개의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다가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오프체인상의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에도 그 가치변동성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코인 자체의 거래와 저장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세 번째로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감독과 과세가 매우 어렵다. 특히 자금세탁이나 테러 등 범죄자금 조달에 이용될 경우 추적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OECD 자금세탁방지기구에서는 대응책 마련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밖에 블록체인 금융과 관련한 거래당사자 간 분쟁 발생 시 해결의 어려움, 기존의 데이터 관리체계와 상이한 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이슈도 제기되고 있다.

‘블록체인 원칙’안 마련해 올해 각료이사회 의제 상정이 목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블록체인 금융은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을 탈피한 혁신적인 것임은 분명하나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아 충분한 검토와 관련 제도 마련,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적 준칙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OECD는 블록체인에 대한 국제적 기준 제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OECD 회원국 블록체인 전문가로 구성된 회의체(Blockchain Expert Policy Advisory Board)를 신설하고 ‘블록체인 원칙(Principles on Blockchain)’의 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지난 1월 개최된 첫 번째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는 원칙 제정과 관련한 이슈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①법적 분쟁 시 효율적 해결을 위한 탈중앙화 시스템에서의 책임 소재, ②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블록체인상의 적합한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 확립, ③적정한 관리감독과 규제를 위한 법적 확실성 확보, ④블록체인이 범용화되기 위한 호환성 확보 방안, ⑤위변조 방지를 위한 디지털 보안 확립, ⑥참여자 보호와 효율적인 관리감독을 위한 온체인상의 투명성 확립, ⑦신기술 도입이 가져올 일자리, 환경 등의 변화에 대한 대응). OECD는 회원국 정부의 의견과 전문가 그룹의 논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원칙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올해 OECD 각료이사회 의제로 상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인류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한다면 바람직한 것이겠으나, 그 성격과 현존 경제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아직까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블록체인 금융이 정부의 관리 영역 너머로까지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암호화 화폐의 투기 열풍에 대한 규제 외에 블록체인 기술 확대 전반에 대해 선제적이고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법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IT·금융기업들이 정부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세적인 관리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둘째, 비합리적인 암호화 화폐에 대한 투기는 규제하고 관리하되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개인정보 및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블록체인의 활용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셋째, 국제적인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OECD의 블록체인 원칙은 국제기구 최초로 블록체인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도출해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 원칙이 세세한 제도적인 사항까지 규정하지는 않겠으나 OECD 중견 회원국으로서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바,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환경과 우리 정부의 입장 등을 사전에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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