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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올 상반기 중국경제 최대 리스크 된 코로나19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0년 04월호
 
아시아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며 팬데믹(대유행)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부분의 국가가 방역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일부에서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가운데 이제 세간의 관심사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그 종식시기에 대한 예상과 함께 이번 사태가 주요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글에서는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한 지역이자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경제의 최근 동향과 당국의 정책대응 여력, 그리고 홍콩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하방 압력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中 1분기 경제지표 심각한 수준…경기반등, 하반기 이후에 무게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한 중국은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였으나 3월 20일 현재 여전히 가장 많은 감염자 수를 보이고 있어, 기업과 개인들의 정상적 경제활동이 재개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경제는 전통적으로 춘절효과(음력 1월 1일을 전후해 약 2~3주 동안 산업생산이 약화되는 현상)로 인해 1분기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춘절 훨씬 이전인 1월 초부터 3월 현재까지 심각한 조업차질이 발생하며 1분기 경제성장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시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가동률은 2월 6일(춘절연휴 직후) 기준 35%, 3월 10일 기준 60%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상당수의 이주근로자(농민공)들이 생산현장으로 복귀를 못하고 있거나,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사업장에서는 생산라인을 재개했다가 감염자 발생으로 다시 공장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코로나19는 이미 올 상반기 중국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 된 상황이다.
중국경제의 어려운 상황은 최근 발표된 1~2월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중국의 1~2월 누적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7.2% 하락했고, 수입도 4.0% 하락했다. 특히 중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27.7%), EU(–18.4%)로의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 등의 기저요인도 있지만 1~2월 조업일수 부족으로 인한 중국 내부의 생산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1월과 2월 각각 5.4%, 5.2%를 기록해 2019년 같은 기간 실적(1월 1.7%, 2월 1.5%)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식품류 상승 폭이 16.0%를 기록해 의료보건(2.2%) 등 여타 항목의 상승률을 압도한 반면 교통·통신은 –1.6%를 기록했다. 수급 문제와 사재기로 식품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대중교통시설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진 현재 중국의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다. 기업인들의 경기전망 심리를 알 수 있는 구매관리자지수(PMI)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2월 제조업 PMI 실적이 35.7%로 전월 대비 14.3%p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이 현 상황을 얼마나 부정적으로 진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의 데이터들을 종합하면 1분기 중국의 상황은 생산과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일부 소비재는 품귀현상으로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며 소비와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는 등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대부분의 거시지표가 예외 없이 우하향하다 보니 2020년 중국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관별 전망도 속속 하향조정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월 6일 중국의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 5.5%에서 4.8%로 0.7%p 큰 폭으로 낮췄고, 주요 IB들도 중국경제 성장률 낮추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연초 일부 전문가가 제시한 중국경제가 2분기부터 V자형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최근에는 올 하반기 이후에나 경기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관례적으로 3월 초에 개최되던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가 코로나19로 기약 없이 연기돼 아직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알 길이 없지만, 1분기 경제지표가 너무 악화돼 연간 6% 성장은 물론이고 5%대 성장도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유명 IB들의 공식 보고서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5% 중후반으로 제시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을 만나보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공식 수치에서 1%p 이상씩 더 낮춰봐야 한다는 의견을 거침없이 내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함께 쓰면서 경기하방 압력에 대응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위안(당시 환율로 약 800조원) 규모의 대규모 양적완화책을 썼다가 부동산시장 버블과 금융부실 문제로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렸던 중국 정부로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융자지원, 세금감면 등 필요한 조치는 취하겠지만 대대적인 보조금 투입과 같은 파격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 이유다. 다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인하의 여지가 남아 있어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중국경제의 하반기 회복을 기대케 하는 최소한의 근거다. 최근 주요국의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서도 중국 증시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세도 통제 가능한 범위로 들어온 것으로 관찰되는 등 4월부터는 중국 생산현장에서의 실제 가동률과 주요 지표들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 최악의 소비침체에 미증유의 재정지출 결정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홍콩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대하는 인식은 매우 엄중하다. 홍콩은 사스 당시 중국본토(349명)에 버금가는 숫자의 사망자(299명, 홍콩의 인구는 중국본토의 0.5% 수준)가 발생했던 까닭에 사회적으로 감염병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평소 중국과의 인적·경제적 교류가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한 곳이라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홍콩 정부는 지난 2월 26일 2020~2021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인해 1월부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상반기 경기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음에 따라 이번 예산안에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재정지원책을 다수 포함시켜 경기하방 압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홍콩 정부는 15년 만의 첫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지출을 확대해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4.7%까지 허용하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홍콩 정부의 여러 지원책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현금보조금 지급’이다. 홍콩 정부는 시민(영주권자) 1인당 1만홍콩달러(약 155만원)의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올해 예산안에 이미 포함시켰다. 4월 초 예정된 입법회(立法會, 국회 격)의 심의·의결이 이뤄지면 약 3개월간의 은행시스템 준비작업을 거쳐 7월에 실제 지급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수급자는 약 700만명(전체 인구의 93%)이고, 총재정소요액은 710억홍콩달러(약 11조원)로 이는 당해 회계연도 정부지출액의 9.7%, 2019년 홍콩 GDP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홍콩 정부의 현금보조금 직접지급 결정을 두고 현지 반응은 엇갈리는 편이다. 현금지급 찬성 측은 바우처나 상품권의 경우 지급준비 절차가 길고 가맹점 여부 등으로 소비범위가 제한적인 데 반해 현금은 특정 업종으로 소비행위가 제한되지 않아 내수 전반에 걸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급범위를 소득수준별로 나눠 차등지급하게 되면 여기에 투입되는 행정비용과 시간이 많아서 소비진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는 논리다. 반면 반대 측 논리의 핵심은 ‘실효성’이다. 즉 현금으로 받았을 경우 소비 대신 저축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온라인 해외구매 등으로 인해 국내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무엇보다 현금지급의 소비진작 효과가 매우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홍콩 정부가 2011년 최초로 시민들에게 현금(90여만원)을 지급한 이후의 개인소비지출(private consumption expenditure) 데이터를 보면 현금지급 직후 일시 상승하다가 다시 장기하락 추세로 전환돼 내수진작의 효과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보편적 현금지급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홍콩 정부의 선택은 제한적 효과라 할지라도 어려운 경기 국면에서는 시민들의 일시적 소득을 늘려 급한 불(소비침체)을 끄자는 것이었다.

코로나19는 끝이 있는 싸움…포스트 코로나 시기도 준비를
코로나19는 과거의 사스, 메르스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잠복기가 2주에 달해 확진자 증가세가 최고조에 이르면 사실상 그 사회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최소화돼 생산, 투자, 소비가 일시정지 상태에 놓이게 된다. 특히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 확산되며 팬데믹 국면에 진입하자 전 세계 주요 증시는 폭락하고 국제유가는 떨어지며 자산시장도 큰 폭의 가격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전염병의 특성상 이는 언젠간 끝이 나는 싸움이다. 피해는 있겠으나 장기적·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는 없는 성질의 리스크여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아직은 방역에 최우선순위가 유지돼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기도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본의 아니게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원격진료 등과 관련한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일단락되고 나면 각 사회는 필연적으로 언택트(untact, 비접촉 경제활동) 경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3년 사스를 거치며 전자상거래 발전 속도가 한 단계 빨라졌고 이 과정에서 알리바바라는 기업이 급성장하는 기회를 얻었듯이,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또 한 번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는 시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일선에서는 촘촘한 방역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언택트 관련 규제개선, 신산업 육성방안 등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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