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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그린딜 성공 위해 환경성 강화하는 EU 농업
이정석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참사관 2020년 12월호


지난해 말 EU는 2050년까지 기후중립국 달성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올해 5월에는 유럽 그린딜의 핵심 전략으로 농업 분야의 기후와 환경을 다루는 ‘생물다양성 전략(EU Biodiversity Strategy for 2030)’, ‘농장에서 식탁 전략(Farm to Fork Strategy)’ 등도 발표했다. 그리고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2018년 6월 EU 집행위원회(이하 EU 집행위)가 제안한 2021~2027년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e Policy)에 대해서도 기후와 환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EU의 핵심 전략인 유럽 그린딜은 정치·경제·사회 구조에 많은 변혁을 가져올 것이며, 농업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기후와 환경에 대한 의식이 강화되면서 농업 분야는 그간의 생산 방식에 도전을 받을 것이며, 한편으로는 기후와 환경을 고려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함으로써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기여할 것이다. 이에 향후 7년간 유럽 농정의 기본틀을 제공하는 공동농업정책을 중심으로, 생물다양성 전략과 농장에서 식탁 전략이 유럽 그린딜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와 그 시사점에 대해 살펴본다.

 
2021~2027년 공동농업정책, 기후·환경 목표 달성 위한 새로운 정책모형 제시
유럽의 안정적 식량 생산을 주요 목표로 1962년에 탄생한 공동농업정책은 이후 대외 여건에 따라 변화해왔다. 특히 2014~2020년 공동농업정책은 농업의 공익성과 환경성을 대폭 강화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자연자원 관리에 대한 지원’을 공동농업정책의 5개 목표 중 하나로 정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동농업정책의 여러 조치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제성과 일관성 결여로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유럽의회와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받아왔다. 직접지불금을 받는 대가로 지켜야 하는 상호준수 의무와 녹색직불금(green direct payment 또는 greening; 농업인들이 환경과 기후 보전에 기여하는 농업을 실천했을 때 기초 직접지불금에 추가해 받는 직접지불금) 등은 온실가스 감축과는 직접적 관련성이 낮으나 환경적 조치라는 명분으로 지원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비판과 함께 기후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국제사회의 노력이 확대되는 여건 속에서 EU 집행위는 2018년 6월 차기 공동농업정책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개혁안은 기존 공동농업정책이 가진 기후변화 대응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에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여건 변화 등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농업정책 개혁안이 유럽 그린딜 목표달성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개혁안의 목표 9개 중 3개(기후변화 대응, 환경보호, 경관보존)가 기후 및 환경과 관련이 있다. 또 차기 공동농업정책 예산의 40%를 이들 3개 목표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기후·환경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정책모형(green architecture)을 제시했으며,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농업생산을 환경보호 조치와 연계하는 조건성(conditionality) 강화다. 이는 현행 공동농업정책의 직접지불금 제도하에서 시행 중인 환경보전 상호준수 의무와 녹색화 조치의 실천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농업인들은 EU 규정에서 정한 건강과 동식물 위생, 동물복지와 관련된 기준뿐 아니라 환경과 기후 요건들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업인들은 직접지불금을 받는 대가로 우수농업환경조건(GAECs; Good Agricultural and Environmental Conditions)과 EU 규정에서 정한 여러 법정관리요건(SMRs; Statutory Management Requirements)을 준수해야 한다.
둘째, 개혁안에 새로 선보이는 친환경제도(ecoschemes)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농법을 실천하는 농업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 농업·농법으로는 정밀농업, 유기농업, 생태농업, 탄소농업, 혼림농업, 동물복지 축산 등이 해당된다. 이는 공동농업정책의 제1지주에 해당되며, 회원국은 이 제도를 전략계획에 포함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셋째, 공동농업정책의 제2지주인 농촌개발 분야에서의 환경과 기후변화 대응력 강화다. 농촌개발 분야 예산의 최소 30%를 농업환경기후조치(AECM; AgriEnvironmentClimate Measures)에 투입한다. 농촌개발 분야의 AECM도 제1지주에서의 친환경제도처럼 회원국은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혁안에 새로 도입되는 회원국의 전략계획(strategic plan)을 통해 공동농업정책의 기후·환경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회원국은 전략계획에 공동농업정책의 기후·환경 관련 3개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계획을 세워 EU 집행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U 집행위는 회원국의 전략계획이 목표 달성에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수정하거나 승인을 보류할 수 있다. 또한 EU 집행위는 회원국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서도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한다. 기후·환경·생물다양성 목표를 달성한 회원국은 차기 공동농업정책 말기에 배정된 농촌개발 예산의 최대 5%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식품 공급체계 친환경화, 생물다양성 회복 위한 전략도 발표
EU 집행위는 올해 5월 20일 농장에서 식탁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농식품 분야도 EU의 2050년 기후중립국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식품 공급체계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계획으로, 식품의 지속 가능한 생산과 가공 및 유통, 소비와 손실 예방 그리고 식품 안전성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전략에서 농업과 연관된 기후·환경 분야 대응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30년까지 농업 관련 여러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농약 사용과 위험도를 50% 감축하며, 비료 사용량도 최소 20%, 토양의 영양 손실률도 최소 50% 감축한다. 축산물과 양식수산물 관련 항생제 판매량도 50% 감축한다. 그리고 유기농업을 농경지의 25%까지 확대한다.
둘째, EU 집행위는 목표달성을 위해 관련 규정과 정책을 다듬어나간다. 농약 사용 감축을 위해 ‘농약의 지속 가능한 지침(Sustainable Use of Pesticides Directive)’에 규정된 병해충종합관리(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 조항을 강화하며, 생물학적 제제의 판매시장을 확대하고 농약의 환경위험 평가도 강화한다. 또한 비료 과다사용으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을 방지하고 다양한 유기폐기물을 비료로 활용하기 위한 영양종합관리(INM; Integrated Nutrient Management) 실행계획을 마련한다. 그리고 항생제 사용 감축을 위해 동물약품과 약품첨가사료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2022년부터 시행한다. 소비자가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영양과 원산지 표시제 등 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EU 집행위는 지난 5월 20일 생물다양성 전략도 발표했다. 이 전략은 2030년까지 유럽의 생물다양성이 본격 회복되도록 자연, 농지, 토양, 산림, 재생에너지, 해양과 담수 생태계, 도시, 침투 외래종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한 정책수단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농업 분야의 생물다양성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천성 담보를 위해 농업 관련 목표를 구체화했다. 농장에서 식탁 전략에 제시된 농약·비료 사용량 각각 50%와 20% 감축, 유기농업 비중 25% 확대를 포함해, 농경지 중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 비중을 10% 이상 확대하고 나무 30억 그루 이상을 심는다.
둘째,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에 농업 분야의 역할을 강조했다. 생물을 대상으로 식품을 생산하는 농업은 생물다양성과 상호연관성이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조류와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정한 생태보호지역 중 40%가 농지다. 또한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조치들은 차기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구현된다. 즉 회원국들은 생물다양성 전략의 농업 분야 목표들을 차기 공동농업정책의 회원국 전략계획에 포함해야 하다. 그리고 관련 목표들은 새로 도입되는 조건성과 친환경제도라는 정책기제를 통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EU의 환경·식품안전·보건 기준이 농식품 대외무역에 미칠 영향 예의주시 필요
공동농업정책 개혁안과 농장에서 식탁 전략 그리고 생물다양성 전략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유럽 그린딜의 성공을 위한 핵심 전략·정책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식량 생산과정에서 농약과 비료의 사용을 줄이면 자연과 생물다양성이 보전되며 동시에 지속 가능한 식품 공급체계를 이룰 수 있다. 생물다양성 전략과 농장에서 식탁 전략이 동시에 발표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위 전략과 개혁안은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에서 논의 중이며, 조만간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회와 이사회에서 미래 EU의 신성장전략인 유럽 그린딜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농업 분야에서의 환경성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가 농업 분야에서의 환경성을 강화하는 것은 향후 글로벌 차원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U가 유럽 그린딜에서 2050년 탄소중립국 목표를 제시한 후 세계 각국이 동일한 목표를 제시하도록 유도해나가고 있듯이, 농약과 비료 그리고 항생제 사용 감축과 기후변화 목표 달성, 생물다양성 협약 이행에 있어 국제사회를 압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후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EU 내 농축산물 환경 기준과 식품안전 및 보건 기준은 EU로 농산물과 식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등 제3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또 다른 유형의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에서는 유럽 그린딜과 관련된 세부 전략들을 세밀히 분석해 우리의 대외무역에 장애가 없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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