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2020년 12월 1일 ‘희망을 현실로(Turning Hope into Reality)’라는 부제로 2020~2022년 세계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는 OECD 경제전망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큰 폭의 역성장 이후 회복 과정에서 도전에 직면한 세계경제 상황을 진단한 후,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경제질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책과제를 소개한다.
세계경제, 2020년 큰 폭 역성장 이후 2021년 4.2% 2022년 3.7% 성장 전망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보다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최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진전을 이루면서 위기 극복에 대한 전 세계적인 기대가 높아졌다. 전례 없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광범위한 정책대응 덕분에 일부 서비스업을 제외한 많은 분야에서 경제활동이 빠르게 회복됐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실업 상태에 있으나 크게 위축됐던 고용이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은 비록 재정상황이 악화되기는 했으나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았다. 세계경제는 대규모 정책적 지원, 방역조치 노력 등에 힘입어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며 경제활동 근간을 대부분 유지한 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경제가 나아갈 앞길에 희망의 서광이 비치고 있으나 여건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12월 10일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가 16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에서 바이러스가 재확산되고 있으며 1차 확산세마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국가도 있다. 효과적인 백신이 널리 보급되거나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다릴 2021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도 팬데믹 대응조치는 이어질 것이며 이는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다. 당분간은 대면 접촉이 줄어들고 국경이 부분적으로 폐쇄된 상태로 경제활동이 지속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종의 회복은 지연될 것이며, 특히 관광산업이 중요한 신흥국의 경우 부진한 경제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보다 많은 국제적 원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세계경제가 2020년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2%와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신약개발의 진전, 보다 효과적인 방역시스템 등에 힘입어 바이러스 확산세가 억제되면서 이동제한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후 이동제한이 해제될 경우 팬데믹 초기부터 이어진 일자리·기업 지원정책은 빠른 경제회복에 기여하고,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그간 축적된 저축여력을 통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이후 지속된 대규모 재정지원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향후 경제활동 재개가 확대됨에 따라 경기가 더욱 빠르게 회복되면서 위기로 인한 소득 손실도 점차 만회가 될 것이다.
한편 경기회복 양상은 국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효과적인 방역시스템을 구비한 국가의 경우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면 경기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타 국가에 비해 먼저 회복 국면에 진입한 중국은 2021년 세계경제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OECD 회원국의 경우 2021년 중 3.3% 성장하면서 전년도의 경기부진으로부터의 회복세가 제한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의 전 세계 성장기여도는 이들 지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상용화돼도 보건·경제 정책 유기적 병행 필요
세계경제 전망 경로상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상방 리스크로는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 및 국가 간 협력 증대에 따른 전 세계 백신 보급 가속화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지연될 경우 최근 다수 국가에서의 바이러스 재확산 국면에서와 같이 정부의 경제활동 제한 조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백신의 보급이 제한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경제회복에 대한 신뢰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확대되면서 한계적 상황에 처한 국가와 기업으로부터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그 부정적 영향이 전 세계로 파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규모 정책적 긴급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번 팬데믹은 향후 낙관적 시나리오를 전제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기존 사회경제적 구조에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할 것이다. 많은 나라의 2022년 총생산량이 위기 이전 당시의 예상치보다 5% 정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팬데믹 이후 막대한 규모의 항구적인 경제적 손실로 남을 우려가 커졌다.
취약계층일수록 더 큰 고통을 겪게 되는 사태도 이어질 것이다. 소규모 기업과 영세한 기업인일수록 파산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많은 저임금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으며, 단기간 내 재취업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실업급여에 의존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빈곤층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형편이 더욱 악화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한 어린이와 청년, 미숙련 근로자들은 원격수업이나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그들에게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회복 과정에서 세계경제가 직면한 도전과 향후 예상되는 구조적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이제는 세계 각국이 당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정책대응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과 부문을 중심으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백신 상용화가 가시화됐다고 하더라도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조기에 정부의 지원을 축소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보건정책과 경제정책은 유기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재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 및 관련 제한조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방역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기업과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9개월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교훈을 얻었으며, 그러한 사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보건 위기가 경쟁력 있는 기업의 경제활동과 고용을 위협하는 한 통화·재정 정책은 앞으로도 같은 방향으로 적극 운영돼야 한다. 다만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 경기부양정책 추진에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사회적 자원이 낭비돼서는 안 되며, 보다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성장을 위한 마중물로 활용돼야 한다는 점을 정책당국자들은 늘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인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보건·교육·디지털 인프라 등 필수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투자 확대가 긴요하다. 보건정책에 있어서는 백신의 개발·보급과 중증병상 확보를 넘어 예방책 마련과 모든 계층의 의료접근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는 노동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잠재성장률 및 삶의 질 제고를 목표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보다 나은 조기교육 지원 확대, 양질의 교사 확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평생교육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한편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디지털 및 저탄소 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가 부진했다는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들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광범위하고 신속한 생산·보급에 힘 모아야
둘째, 어린이·청년·저숙련 근로자 등 위기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국가는 이번 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교육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부는 특히 열악한 환경에 있는 가구, 교사, 학생을 중심으로 모두가 양질의 초고속인터넷망과 디지털 교육환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는 디지털 기술 향상의 시급성을 일깨워줬을 뿐 아니라 이 분야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의 부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향후 재정정책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정부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하며, 그 혜택은 지원을 받는 당사자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돌아갈 것이다.
셋째,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국제적 공조가 크게 흔들렸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실상 소수의 선진국에 국한된 위기였으나 전례 없는 국제적 협력과 대응이 빛을 발했다. 반면 이번 팬데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발생한 실질적인 글로벌 위기였음에도 개별 국가 차원에서의 대규모 정책적 대응만 있었을 뿐 오히려 국경은 폐쇄되고 국제적 공조는 미미했다. 보호무역주의와 국경폐쇄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필수 재화의 전 세계 보급을 저해하고 글로벌 가치사슬로 연결돼 있는 경제를 무력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자국 중심의 정책기조는 전환돼야 하며, 효과적인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도 모든 국가를 위해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저비용으로 생산·보급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각국은 그간 늘어난 부채의 투명한 관리, 기업 부채현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등을 위한 협력체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보건 및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회복의 동력이 약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모쪼록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 가시화된 치료제·백신 보급이라는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살려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