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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과 전자상거래
강종석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2021년 01월호



2019년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2020년 한 해에 걸쳐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경제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WTO의 연례무역전망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상품교역 규모는 9.2% 감소해 2019년 7.2% 증가한 것을 상쇄하고도 남아 2018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지역적으로는 아시아, 유럽, 미국, 여타 지역 순으로 영향을 주고 있고, 시기적으로는 북반구 기준으로 여름철에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겨울철 들어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확실한 것은 인간의 노력이 바이러스 확산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의 빠르고 광범위한 보급을 기대한다. 코로나19 발병률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것은 동아시아 국민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자유로운 활동보다는 공중보건을 위한 활동 자제에 노력하는 것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것은 이러한 생활습관과 함께 온라인쇼핑과 같은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된 것에 기인한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약 22% 수준이었다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이 심했고 방역조치도 강화됐던 2~3월에는 28% 수준까지 상승했고, 2분기에는 26%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B2C·B2B 전자상거래 크게 증가···국가 내 또는 국가 간 디지털 격차 해소 필요성도 부각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된 이유로는 높은 수준의 초고속통신망과 광범위한 휴대폰 보급, 국민들의 디지털 능력과 관심, 매우 발달한 배송서비스 등이 꼽힌다. 이는 비접촉 거래를 촉진해 팬데믹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경제활동의 핵심이면서 다른 국가들이 큰 하락폭을 경험하고 있는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OECD에서 지난 12월 초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성장률이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좋은 기록(1.1% 감소, OECD 평균 4.2% 감소)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은 전자상거래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전자상거래는 코로나19 확산과 경제위축을 동시에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팬데믹은 국제무역을 책임지는 WTO 내에서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WTO 사무국과 다수의 위원회가 코로나19가 소관 분야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WTO 차원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비스무역위원회(Council for Trade in Services)에서는 회원국들이 어떻게 하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것인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호주가 대표발의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탐색적 논의’라는 제안서를 발의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13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략적인 논의 방향은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해법이 갖는 도전요인과 기회요인, 디지털 역량 강화 및 디지털 격차 해소(중소기업 지원 포함)를 위한 정책대응, 개도국 지원을 포함하는 대외협력사업 등 세 가지다. 2020년 12월 회의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에서 다양한 정책대응 사례를 소개했고, 향후 이러한 사례들을 어떻게 종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한편 WTO 사무국은 지난 5월 초 코로나19가 전자상거래 및 무역에 미치는 영향 및 관련 관찰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조치 및 기타 방역조치로 인해 소비자들은 온라인쇼핑, 소셜미디어, 원격통화 및 원격회의, 영상물 스트리밍 등을 크게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B2C뿐만 아니라 B2B 전자상거래가 크게 증가했고, B2C의 경우 의약품, 생필품, 식음료에서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늘어난 온라인 활동을 수용하기 위해 네트워크 능력을 급하게 확충해야 했다. 다만 여행서비스와 같은 특정서비스에 대한 온라인 수요는 감소했다.
둘째, 전자상거래 역시 경제 전반에 수요와 공급의 붕괴를 가져다 준 요인에 의해 부정적 영향을 받아야만 했다. 이에 따라 배송 지연, 주문 취소뿐만 아니라 바가지 가격 책정, 제품 안전성 우려, 사기, 사이버안전 우려, 광대역망 필요성 등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이 노정됐다.
셋째, 이번 팬데믹 과정에서 디지털경제가 수행하는 결정적 역할을 고려할 때, 국가 내 또는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필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다수의 방해요인에 의해 개도국과 최빈국의 소규모 생산자·판매자·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효율적이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이번 위기가 가져온 도전요인들을 전자상거래가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도 새로운 조치들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네트워크 역량 확충, 염가 또는 무료 데이터서비스 제공, 디지털 대금결제 및 모바일 자금이체와 관련된 거래비용 완화, 배달 등 물류서비스 확충, 방역조치 시행과 정보 전달을 위한 디지털 장치 활용, 원격의료서비스 촉진, 감시를 위한 ICT 기술 활용 등이 포함된다.
다섯째,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전 세계적 파급효과와 전자상거래에 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온라인 구매와 판매에 대한 국제적 협력과 정책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전자상거래가 소비자에게는 강력한 해결책이 됐고, 소규모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아가서는 국내성장과 국제무역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여섯째, 이번 팬데믹은 원칙적으로는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 걸쳐 다수의 취약성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관찰들은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WTO 내 다양한 논의와 연관돼 있다. 전자상거래 관련 논의는 국경 간 이동의 촉진, 디지털 격차의 축소, 소상공인·중소기업(MSMEs; Micro,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에 공정경쟁 환경 조성 등을 살펴보게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 비대면으로 활발히 진행 중···6월까지 유의미한 결과물 도출 기대
WTO 보고서의 내용을 종합해볼 때, 코로나19로 인해 전자상거래의 효용과 가치가 확인됐고 전자상거래가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재화·용역의 국경 간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 더 나아가서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디지털 격차를 완화해 디지털 포용성을 추구하기 위한 국가 내 및 국제적 노력도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WTO 보고서가 지적한 바와 같이 코로나19는 회원국들에 WTO 내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동시에 협상 참여국들은 이번 팬데믹 과정에서의 경험과 교훈이 규범 협상 내용에도 긍정적 역할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TO는 2020년 2월까지 진행했던 대면협상 대신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비대면 협상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재 회기간 소규모 회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팀즈(Teams) 프로그램을, 정식 전체회의는 인터프러파이(Interprefy)라는 원격통역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WTO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은 2017년 12월 열린 제11차 각료회의에서 71개 회원국(현재 86개 회원국으로 참여 확대)이 채택한 합동성명(Joint Statement on Electronic Commerce)에서 출발했다. 이 성명에서는 향후 전자상거래의 무역 측면에 대한 WTO 협상에 대비해 예비 작업을 하기로 결의했다. 2019년 1월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참여국들은 본격적으로 협상을 개시하기로 하는 두 번째 성명을 발표했다.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은 WTO 전체 회원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상이 아니라 형식적으로는 일부 회원국이 WTO 밖에서 참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취약한 협상 형식은 다자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봉착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취할 수밖에 없는 형태인 것이다. 이러한 협상 형태로 인해 향후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이 타결될 경우 어떠한 형태로 이행할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안협상은 각국이 제출한 제안서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협상 내용은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무관세, 비차별, 컴퓨팅시설 현지화 금지, 소비자·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이전, 투명성, 사이버 안보, 인터넷 접근성, 개도국 지원, 시장 접근, 통신, 법적 구조 등 전자상거래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협상 진행경과를 살펴보면, 2019년부터 2020년 2월까지는 공동주재국인 호주, 일본, 싱가포르가 제시한 테마별 그룹(focus group)에 따라 주제별로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가졌으나, 통합문서(streamlined and consolidated text) 작성을 목표로 6월부터는 매월 1~2차례씩 전체회의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고, 전체회의와 전체회의 중간에는 소그룹 회의를 지속적으로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협상 인프라 부족, 차기 사무총장 선거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상 참여 회원국들은 나름대로 각국의 사정을 반영하면서도 수준 높은 협상 문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21년 6월 예정된 제12차 각료회의까지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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