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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중국경제 키워드 4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1년 02월호


코로나 바이러스가 2021년에도 여전히 우리의 일상과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가운데 지난 1월 20일 미국에서는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했고, 중국은 새로운 5개년 개발계획을 오는 3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중장기 계획이 새롭게 수립되고, 미중 관계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 만큼 올해는 중국경제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 글에서는 지난해 중국경제의 실적을 간단히 회고하고, 올해 중국경제의 대내외 주요 변수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2020년 중국경제, 소비를 제외한 주요 지표 모두 양호…V자형 경기 회복
2020년 중국의 4분기 GDP 증가율이 6.5%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중국의 연간 GDP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대부분의 주요국이 지난해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나온 의미 있는 수치이자 생산(2.8%↑), 수출(1.9%↑), 고정자산투자(2.9%↑) 등 주요 지표가 대체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양호한 실적을 보인 것이어서 2021년 경제 실적에 대한 긍정적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소비(3.9%↓)는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돼 올해 중국경제의 주요 정책목표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2021년 중국경제는 내우외환(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의 트랩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급속한 발전이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핵심 플레이어(자국 기업)를 육성하고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등 여러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외부변수와 내부변수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올해 중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첫 번째 외부변수는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다. 지난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세계의 주요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을 통제하지 못해 셧다운(shutdown)을 반복하는 동안 중국은 확산 초기 강력한 조치(이동 통제, 도시 폐쇄 등)를 통해 지난해 4분기부터 빠른 경기 회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1분기 ?6.8%, 2분기 3.2%, 3분기 4.9%, 4분기 6.5%로 선명한 V자형 경기 회복의 기울기를 보여줬다.
방역의 측면에서 중국 정부는 8월부터 10월 초까지 두 달 이상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음을 근거로 10월 8일 사실상의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고, 사람들이 이내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등 중국은 가장 먼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 다시 1일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1월 16일 기준 허베이(河北) 72명, 헤이룽장(黑龍江) 12명, 지린(吉林) 10명, 베이징(北京) 2명]으로 급증하는 등 최근 들어 지역별로 재확산 조짐을 보이며 중국 정부와 지역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만일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재확산된다면 다시 한번 주요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추고 현재 회복기에 있는 소비와 서비스업이 침체되는 등 중국경제는 물론 중국과 경제적 교류 규모가 큰 주변국(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도 심각한 수준의 2차 충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감염병 재확산에 따른 중국경제의 하방압력 리스크는 올해 상반기 백신 및 치료제의 접종 효과와 안정성에 달려 있다. 백신의 경우 일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발을 마치고 상황이 급한 영국 등 에서는 접종을 이미 개시했고, 치료제 개발도 상반기 중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단기간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그리고 집단면역이 생기는 시점까지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지다. 결국 올해 내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상황을 관통할 공통변수는 올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새로운 미중 관계는 주요 외부변수
두 번째는 미중 관계의 변화 가능성이다. 지난 1월 20일 정식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상반기 동안 주요 인선 작업과 함께 지난 4년의 대내외 정책을 평가하고 새로운 정책기조를 수립하는 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미 의회 분위기가 대중국 견제론에 있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초당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중국 견제론의 큰 틀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조금 더 세련된 방식으로 대중국 견제와 압박이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기업인 출신으로 원하는 바가 확실하고 직설적인 트럼프보다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의 경륜을 갖추고 외교에 능하며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이 인도, 일본, 호주 등 주요 동맹국과 연대해 중국을 다층적으로 압박할 경우 훨씬 더 어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2018년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미중 경쟁은 지난해 미국 정부의 화웨이 직접 제재를 정점으로 기술경쟁, 경제전쟁으로 확대됐고, 이제 두 강대국 간 힘겨루기는 금융 분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말기 미국 정부는 뉴욕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들의 회계투명성 문제를 거론하며 새로 제시하는 회계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미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을 급진적으로 개방한 국가들이 경험한 부작용(예: 환율 급변, 외화 유출, 시장 잠식 등)들을 이미 학습한 상황으로 미국이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금융 분야의 추가 개방 요구와 관련해 내줄 건 내주되 전체적인 개방속도는 조절하는 수비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향후 4년간 미중 경제관계를 결정지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의 방향은 임기 초 이뤄지는 주요 인선 결과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바이든은 당선인 시기인 지난 12월 9일 이미 미국의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미국의 전략 수립에 참여한 바 있는 중국계 미국인 캐서린 타이 미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민주당 수석 자문 변호사를 지명한 바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대중국 무역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협상의 여지를 모색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지난해 1월 체결된 미중 1차 무역합의 내용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유효할지와 반도체 등 미국산 민감제품의 대중국 수출금지 조치를 완화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와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은 2021년 중국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주요 외생변수가 될 전망이다.

‘14.5 규획’과 디지털 위안화 시행은 주요 내부변수
내부적으로도 중국경제는 올해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통제가 불가능한 외생변수와는 달리 중국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주요 정책 요인이 올 상반기 또는 연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이 두 달 이상 연기된 바 있는 중국 최대의 정치 이벤트 양회(兩會)의 경우 올해에는 관례대로 3월 초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기 중 향후 5년간의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을 가늠하게 될 ‘14차 5개년 개발계획(14.5 규획)’의 세부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의 5개년 개발계획 정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특히 이번 회차는 최고조에 달해 있는 미중 간의 갈등 국면을 돌파하고,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시하며, 보호무역주의·코로나19 등으로 악화된 수출환경에 대응한 내수 진작 및 내수·수출의 쌍순환(dual circulation)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미중 갈등을 새로운 상수로 보고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14.5 규획’의 전략 수립과 관련 정책의 성공적 이행 여부에 중장기 발전의 성패가 달려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정책이 다수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신기술 배터리, 자율 모빌리티, 친환경 재생에너지 등 포스트 코로나 시기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육성책 및 지원책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14.5 규획에서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쌍순환 구조 마련에 대한 방법론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중국 정부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됨에 따라 수출 의존적인 기존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내수와 수출의 이중구조를 통해 외부의 거센 도전에 대응한다는 논리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중국경제의 또 다른 게임체인저는 디지털 위안화의 출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중국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는 와중에서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중앙은행에 의한 디지털화폐(CBDC)의 시범유통을 추진하는 등 빠른 속도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월 4일에는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금융관리국과 공동으로 디지털 위안화(e?CNY)의 역외 지급결제에 관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내수시장에 그치지 않고 해외사용까지 염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출시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성공적으로 유통되면 ①현재 민간기업의 플랫폼(알리페이, 위챗페이)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중국 내 지급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정부가 가져오게 되고, ②이를 통해 얻게 되는 여러 결제정보는 향후 중국 내 통화량 조절 및 금융정책 입안 시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며, ③홍콩을 통한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사용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면 역외 위안화 시장을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고, ④디지털 위안화를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경제적으로 통합하는 웨강아오 대만구(Greater Bay Area) 건설에도 효과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2021년 중국경제는 다양한 내외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새롭게 설정되는 미중 관계의 방향은 한국경제 및 한반도 정세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바 우리의 입장에서도 관련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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