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유럽 등지의 사회운동에서 태동한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 투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환경 등 공익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으나 재무적인 측면에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1998년 저널리스트 밀턴 모스코비치가 경제지 『포춘』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리스트’에서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충실히 이행한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이후 ESG가 투자의 한 형태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 고조로 국제사회의 환경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ESG는 이제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경영·투자 전략이 되고 있다.
ESG 투자 접근법, 규범 기반 투자와
리스크·기회요인의 통합접근법 등 5가지로 분류
현재 블룸버그, 레피니티브, MSCI 등의 기관에서는 기업들의 ESG 등급을 제공하고 있으며, ESG로 분류되는 투자의 액수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레피니티브와 OECD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미국, 유로존,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국의 ESG 투자 규모는 30조 달러로 2016년 대비 30% 증가했다. 투자자 구성은 기관투자가 75%, 리테일투자가 25%이며 주식이 51%, 채권은 36%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ESG 투자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하는지, 실질적으로 환경 개선과 사회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OECD에서는 금융기업국을 중심으로 ESG 투자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OECD는 2019년 4월부터 금융기업국 주관으로 금융시장위윈회 내에 ESG 라운드테이블 세션을 신설해 ESG 투자에 대한 연구 및 분석을 수행하고 OECD 회원국들의 모범 사례를 축적하고 있으며,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요 금융기관의 ESG 투자 담당자들도 참석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간의 라운드테이블 결과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OECD는 투자의 종류를 ①순수 인도적 목적 투자(philanthropy), ②특정 환경과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한 임팩트 투자(social impact investing), ③중장기적인 ESG 위험 관리를 통한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투자(sustainable and responsible investing), ④재무적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conventional financial investing)로 분류하고, 좁은 의미의 ESG 투자는 ②와 ③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기업과 투자 프로젝트의 ESG 등급은 임팩트 투자자에게는 목표 설정 및 달성 여부가 측정 기준이 되고, 지속 가능한 책임 투자자에게는 비재무적 요소가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상기 분류를 기준으로 현실에서 ESG 투자와 non-ESG 투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려우며, 투자 목표 설정 시 개념적 차원에서만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SG 투자 접근법에 대해 OECD는 크게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기업 경영 형태가 ESG와 부합하지 않는 경우 투자에서 배제 또는 기피하는 접근법이 있다. OECD,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제시하는 ESG 기준을 높은 수준으로 준수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투자하는 규범 기반(norm-based) 또는 포괄적 스크리닝(inclusionary screening) ESG 투자 방식으로, 이 전략하에 있는 투자 규모는 2019년 기준 20조 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째, ESG 등급에 따라 부여되는 스코어를 기반으로 높은 스코어의 투자 비중은 높이고 낮은 스코어의 비중은 줄이는 접근법이 있다. 셋째, ESG 중 최소 한 가지 요건이 충분히 충족되는 경우 ESG 투자로 분류하는 방식과 넷째, ESG 주주 행동주의의 일환으로 낮은 수준의 ESG 목표를 달성하는 기업에 투자를 하고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경영의 ESG 연계성을 강화하는 접근법이 있다. 마지막으로 ESG 통합접근법이 있다. 이는 ESG와 관련된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투자분석 과정에서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이며 이 방식의 투자 규모는 약 17조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위의 전략들은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것으로, 실제 포트폴리오 구성은 전략 간 그리고 기존의 일반적인 투자전략에서와 유사할 수 있다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이 있었다.
주요 금융규제기관·중앙은행도 ESG 투자 관리감독 방안 추진
현재까지 ESG 투자는 블룸버그, 레피니티브, MSCI 등 ESG 등급 제공자들과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자율적인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으나, 최근에는 주요 금융 관련 규제기관 및 중앙은행들도 ESG 투자 관리감독을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회계규제기구인 FASB(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는 ESG를 기업회계기준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구 회의체인 FSB(Financial Stability Board)도 기후변화대응작업반(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을 신설하고 ESG 투자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EU는 산하의 금융감독 기구들을 통해 ESG 관련 정보공개 기준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2020년 5월 ESG 정보공개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OECD 금융시장위원회도 2021년 중 ESG 라운드테이블을 공식 산하조직으로 격상해 지속가능금융자문작업반(Sustainable Finance Advisory Group)을 신설하고 OECD 내 연구결과 및 회원국들의 의견을 모아 ESG 관련 고위급 원칙을 도출할 계획이다.
환경 및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투자자와 지속 가능한 수익 달성을 목표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투자자 모두에게 ESG 기준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투자 고려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ESG 투자가 non-ESG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 기준 지난 3년간 MSCI ESG Leaders Index는 MSCI World Index보다 1.46% 높았고, JP Morgan Index도 ESG가 non-ESG에 비해 2.05% 높았다.
OECD는 지난해 발표한 「OECD 비즈니스 및 금융 전망 2020」 보고서에서 현행 글로벌 ESG 투자 체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첫째, 금융시장에 제공되는 ESG 등급과 실제 목표 달성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OECD가 블룸버그, 레피니티브, MSCI에서 제공하는 ESG 등급(2019년 자료)을 상호 간 회귀분석해 본 결과 상관관계가 평균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적으로 ESG 등급들이 상호 간 일관성이 없다고 해석되며, 높은 ESG 등급의 기업이 낮은 등급의 기업에 비해 실제 ESG 실적 달성은 오히려 저조할 수 있는 이른바 약한 대리변수(weak proxy)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이 ESG 등급도 대부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인 신용등급은 대체로 정량적인 성격이 강하고, ESG 등급은 정성적인 부분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ESG 등급이 신용등급에 대한 양의 편향성이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 현행 ESG 투자 체계에서 관련된 재무정보 보고 제도가 표준화돼 있지 않고 ESG 등급 산출 방식의 불투명성으로 ESG 성과와 재무상 영향 간의 관계가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아 실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ESG 정보공개 제도 확립,
ESG 투자에도 적합한 관리감독 체계 마련 권고
이에 OECD는 다음과 같은 정책 권고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ESG 정보공개 제도의 확립이다. 이를 통해 ESG 등급 간의 일관성, 상호 비교성, 투명성을 강화하고 일반적인 신용등급이나 기업 규모에 대한 편향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OECD는 구체적으로 ‘일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글로벌 기준(universally accepted global set of principles and guidelines)’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ESG 등급과 재무적 영향 간의 관련성을 보다 명확히 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밀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즉 ESG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달성에 초점을 둔 것인지(sustainable and responsible investing), 아니면 순수하게 사회적 목적 달성에 부합한 것인지(social impact investing)에 대해 투자자들이 사전에 판단할 수 있는 신뢰성 있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금융규제당국은 금융 관리감독 체계를 재점검해 기존 금융규제 외에 ESG 투자에도 적합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투자자 보호 제도 확립 등 ESG 투자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아직 ESG 투자가 체계적이고 정형화된 제도를 갖추고 있지는 않으나, ESG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체계적인 위험 관리를 위해 반드시 채택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OECD는 ESG 투자의 활성화와 실효성 제고를 위한 글로벌 기준 또는 원칙을 제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다른 국제기구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ESG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국제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관련 글로벌 규범 제정 작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