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8.3%라는 놀라운 숫자를 보여줬다. 지난해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2020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 -6.8%)으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중국 같은 대규모 경제에서는 보기 힘든 실적임에 틀림없다. 실제 중국의 올해 1분기 GDP 실적은 1992년 분기별 GDP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였다.
이제 관심의 대상은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언제 정점을 찍고 다시 둔화되는지 그리고 중국 당국은 지난해 이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언제부터 가시적으로 조절(흡수)하는지로 좁혀질 전망이다. 이 글에서는 올해 4월까지의 주요 거시지표를 중심으로 중국경제의 최근 동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중국의 4월 거시지표, 이미 정점을 찍은 경기 회복세?
중국 국가통계국이 5월 17일 발표한 자료를 총평하면 중국경제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경기 회복세를 줄곧 이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부문에서 불균형적 회복 모습을 보이고 있고, 특히 올해 3월 실적 대비 4월 실적의 둔화세가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주요 부문별 4월 실적을 보면,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비 9.8% 증가했으나 3월의 14.1%에 비해 증가율이 하락했고, 민간소비도 17.7% 증가했으나 전월의 34.2%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1~4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전년 동기비 19.9%로 좋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1~3월의 25.6%에 비해서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다만 지난해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민간소비는 올해 1~4월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했으며, 특히 보석류(81.5%), 자동차(49.2%), 의류·패션(48.1%), 가구(42.9%) 등의 품목에서는 보복소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수치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소비 실적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봐야겠지만, 올해 하반기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대중 경제활동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완화된다면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생산·투자·소비의 3대 지표로 해석할 때 중국경제는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2분기부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오던 우상향의 회복세가 우하향하며 완만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중국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산업생산과 수출을 중심으로 여타 주요국 대비 신속한 회복세를 보여왔고, 상대적으로 회복이 느렸던 투자와 소비 부문도 올해 들어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점차 근접해 가고 있다는 것이 관련 통계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다시 글로벌 수요 증가로 연결돼 최근 중국의 수출 실적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에 근접해 있다.
유동성 조절 시기에 대한 고민 깊어지는 중국
문제는 중국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당국의 정책 전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등 여타 주요국에 비해서는 덜 적극적이었지만 그래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가 상당했다. 이제 이렇게 풀린 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흡수할지가 중국 당국으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실적이 매우 좋았지만 중국경제의 충분한 회복을 위해 중국 정부가 완화적 정책 기조를 상당기간 더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학습효과가 있어서 시장의 예상을 앞서 유동성 흡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실 중국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공급한 4조 위안(당시 환율 기준 약 800조 원)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어 과잉 유동성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시중에 풀린 자금은 주로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여러 사회적 문제를 유발했고, 낮아진 대출 문턱으로 인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급상승하면서 이와 관련된 금융권의 부실 문제로까지 확산돼 당국으로서는 그 부작용을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했다. 지난해 세계 대부분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유동성을 공급한 반면 중국 정부의 태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것도 2008년 당시 경험에 대한 일종의 학습효과로 볼 수 있다.
올해 중국경제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나
관건은 소비 부문의 회복력
올해 중국경제는 지난해의 기저효과에 더해 주요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수출 경기 호황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4%로 상향 조정했고,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중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중국 정부의 공식 목표치인 6.5%보다 훨씬 높은 8~9%대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소비 부문의 회복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비 부문의 중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중국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회복력이 약했던 소비 부문이 남은 시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우상향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사실상 공식화된 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핵심 정책목표로 부상한 쌍순환[수출 주도의 외순환(글로벌시장)과 내수 중심의 내순환(국내시장) 간의 유기적 결합]의 성공을 위해 국내 소비시장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대 및 활성화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출, 생산, 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반등할 때도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해 중국경제의 완전한 회복을 위한 마지막 요소로 지목됐다. 향후 중국경제가 겪게 될 여러 대내외 도전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소비는 중국경제의 양적·질적 성장을 견인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퍼즐도 소비이고,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압박을 견뎌내는 최후의 보루도 소비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앞으로 국내 소비의 대대적 진작을 위해 어떤 정책적 마중물을 준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