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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2020년 농업 분야 지원, 얼마나 이뤄졌나
신우식 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2021년 07월호


OECD 농업위원회에서는 매년 세계 각국의 농업정책을 점검·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로 34번째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OECD 회원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과 같은 주요 신흥경제국 등 총 54개 국가를 대상으로 각 국가의 농업정책을 분석했다.
올해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지구적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유례가 없던 상황에서 각 국가가 추진한 농업 분야의 대응정책을 분석했고, 식품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3대 도전과제(식량안보와 영양, 식품 사슬 내 구성원들의 소득과 생계, 환경의 영향 및 지속 가능성)를 해결하기 위한 각 국가의 농업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는 점이다. 세계 농업정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고 국내 농정에 대한 국제적 수준과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2021 농업정책 점검 및 평가(Agricultural Policy Monitoring and Evaluation 2021)」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OECD는 2020년 농정의 가장 큰 변화요인으로 코로나19로 발생된 보건·건강 위기와 경제위기를 꼽았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등 38개 국가에서 약 800개의 정책 수단과 1,570억 달러(OECD 회원국 750억 달러, 신흥경제국 820억 달러)의 재정이 농업 부문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원됐다. 농식품 공급망을 원활히 작동하게 하면서 전염병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가 20%를 차지했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농식품 지원 등 직접적 피해계층을 위한 단기적 구제 조치에 약 70%가 지출됐다. 그리고 약 10%는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농식품 부문의 중장기적인 회복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지원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실제 지출한 규모는 계획보다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농업 부문 전반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회복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많은 국가에서 농식품 공급망 붕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2020년 평균 농가소득이 증가했다. 또한 저소득·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더 자주 신속하게 시행돼 전염병에 대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OECD는 농업정책을 점검·평가하기 위해 국가별 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 추정치(TSE; Total Support Estimate)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 지표는 각 국가의 농업정책이 시장 중심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과 생산을 왜곡하지 않고 농정 개혁을 원활하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것으로 생산자에 대한 지원 추정치(PSE; Producer Support Estimate), 전체적인 관점에서 농업 부문 일반서비스에 대한 지원 추정치(GSSE; General Services Support Estimate)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지원 추정치(CSE; Consumer Support Estimate)로 구분돼 있다.
2018~2020년 기간 동안 54개 국가의 총TSE는 연간 7,200억 달러 규모로 나타났으며, 이는 2000~2002년의 2배 수준이다. 이 중에서 시장가격지지(MPS; Market Price Support), 직불금과 같은 재정지출 등을 통해 생산자에 지원한 규모는 전체의 75%인 5,400억 달러이며, 인프라 구축, 혁신·연구개발(R&D), 방역 등 일반서비스 지원에는 전체의 14.1%인 1,020억 달러를 투입했다. 취약계층에 식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에는 약 11%인 연간 780억 달러가 지출됐다.
생산자에 대한 지원을 좀 더 살펴보자. 농가 수취액에서 생산자에 대한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PSE의 경우, OECD 회원국은 평균 18%, 12개 신흥경제국은 평균 12%로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OECD는 생산자 중심의 지원 구조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농업 혁신을 유도하는 정책의 소극적 확대가 이러한 농정 개혁 정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가격 개입 단계적 축소, 생산자 맞춤형 지원 등 세 가지 농정 개혁안 제안
OECD는 현재 농업지원 정책이 식품시스템의 3대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책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생산자에 대한 지원 문제를 강조한다. 5,400억 달러 규모의 생산자에 대한 지원 중 60% 이상이 잠재적으로 시장왜곡적 성격을 가진 시장가격지지(2,720억 달러)와 생산 연계 직접지불이나 투입재 지원(660억 달러)을 통해 제공되고, 이러한 지원을 통한 이익은 상당 부분이 토지가치로 자본화돼 축적되거나 투입물의 가격 상승을 유인해 상쇄되기 때문에 생산자의 소득 향상에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대부분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하며, 무분별한 생산 증대를 통한 자원 남용, 수질 악화,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OECD는 이러한 정책 수단에 대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계속 의존할 경우 농업의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가격지지와 국경조치는 모두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하고 교역을 왜곡해 세계 식량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제 농식품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생산자에 대한 지원 중에서 150억 달러만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환경 공공재의 공급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농식품시장과 무역에 대한 왜곡 영향이 비교적 작아 국제 식량안보에 덜 부정적이며 자원 남용과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평가되는, 생산과의 연계성이 적은 2,020억 달러 규모의 지원도 여전히 생산자에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경향이 있고 사전에 지원 필요성 분석 등을 실시하지 않는 등 정책 평가가 미비한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별 생산자가 아닌 농업 분야 전반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일반서비스 지원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일반서비스 지원에 포함된 R&D, 방역, 인프라 등은 R&D의 높은 수익률, 지속 가능한 생산성 향상, 회복력 개선 등의 잠재적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총 농업지원 규모의 6%, 2%, 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다음의 세 가지 농정 개혁을 통해 농업의 지속 가능한 생산성 제고와 회복력 증대를 도모하고, 식품시스템이 직면한 3대 도전과제 해결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첫째, 시장가격 개입 및 시장왜곡적 생산자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생산자들이 이러한 정책 변화에 적응하고 관련 정책들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인 보완책 마련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부작용을 상쇄하는 것도 중요하며 세밀히 준비해야 한다.
둘째, 생산자 맞춤형 지원을 통해 소득지원이 필요한 농가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정책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가능한 경우 사회·경제 전반의 정책과 통합해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맞춤형 농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농가의 소득과 자산 등 보다 많은 경영체 정보와 사회·경제학적 데이터와의 원활한 연계가 필요하며, 생산자 개인이나 시장이 다룰 수 없는 농업의 위험관리를 보다 정책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관련 정책들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재에 대한 투자, 특히 농업 혁신시스템에 대한 공공지출의 방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혁신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향후의 농업지원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필요 재원은 시장왜곡적인 재정지원을 개혁하고 농업소득과 농외소득이 평균 이상인 농업인에 대한 소득지원을 재분배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권고 방향으로 농정 패러다임 전환
OECD의 「2021 농업정책 점검 및 평가」 보고서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농식품시장과 무역에 왜곡적인 농정수단과 재정지원을 식품시스템이 직면한 3대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은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부양하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 전반적인 식품시스템 내에서 비만과 기아 문제 해결, 빈곤한 농업 생산자 생계의 안정적 지지, 그리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각 국가의 농정이 변화와 혁신의 방향으로 지금보다 더욱 진전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익형직불제 개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농업환경 정책 강화, 스마트팜 등 R&D 강화, 취약계층 식품지원 확대 등 큰 틀에서 OECD가 권고하는 방향으로 농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농업지원 정책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생산자에 대한 지원에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식품시스템 전체를 조망해 농정 혁신이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개혁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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