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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중국경제 전망과 중국 플랫폼 기업의 미래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1년 08월호


지난 7월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2분기 및 상반기에 중국경제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12.7%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분기 GDP 성장률(18.3%)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이자, 시장의 2분기 전망치(8.1%)를 하회하는 실적이어서 일부 언론 등에서는 벌써부터 하반기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경제의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하반기 상황을 예측해 보고, 최근 주요 이슈로 부상한 중국 정부의 해외 상장(IPO) 규제 관련 동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상반기 중국경제 성적표 B+
하반기 성장 관건은 소비 회복력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부침을 겪었던 중국경제는 하반기부터 수출 부문의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하지만 2021년 1분기를 정점으로 2분기 들어서는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어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2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두고 중국의 경기회복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은 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계절조정을 거친 전분기 대비 실적을 보면 2분기에 1.3%를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 상황(2019년 3분기 1.2%, 4분기 1.5%)과 유사한 수준이다. 즉 기저효과와 계절성 요인들을 제거하고 보면 중국경제의 성장 속도는 2020년 이후 여섯 분기 만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중국경제가 균형적으로 회복하고 있느냐’다. 상반기 중국의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한 9조8,500억 위안을 기록하며 전체 중국경제의 회복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수출 부문의 호조세 덕분에 상반기 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9%, 12.6% 증가하며 양호한 실적을 보였고, 소비자물가(CPI)도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수준(1~6월 기간 전년 동기 대비 0.5% 상승)을 유지하는 등 주요 거시지표는 대체로 괜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소비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며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최근 3개월 연속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고, 내용 면에서도 자동차, 대형 가전제품 등의 고가품의 판매량은 급증한 반면 식음료, 일용 소비재 등 품목은 여전히 지난해 수준에 머물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산층 이하의 서민 경제 상황과 이들의 소비 여력이 좋지 못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춘절(2월 12~15일), 노동절(5월 1~5일), 단오(6월 12~14일) 등 몇 차례 내수소비를 진작시킬 기회가 있었지만 소비실적이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광과 함께 대표적 여가활동 지표로 꼽히는 영화산업의 경우 6월 단오 연휴기간의 영화관람 매출이 4억7천만 위안으로 2019년(7억8천만 위안)과 2018년(9억1천만 위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돼 중국 서비스산업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상당수 저소득층이 실직하거나 일용직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중국의 중산층 이하 가계 구성원들의 소비여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분석이 틀리지 않다면 올 하반기에도 소비 부문의 강도 높은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보여준 정책기조가 여타 주요국들의 대응방식과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등 주요국 정부는 내수소비 진작 차원에서 재난지원금 및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례없는 수준의 확장적 재정을 시행한 반면 중국 정부는 감세(주로 부가세, 법인세), 사회보험료 납부 일시유예, 금융권의 기업대출 여력 조성 등 주로 간접적인 방식으로 기업과 개인을 지원했다. 중국의 이러한 신중한 접근방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얻은 교훈의 영향이다. 중국 정부는 당시 4조 위안(당시 환율로 약 800조 원가량)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가 이후 오랜 시간 심각한 부작용(기업의 부채비율 급증, 금융부실화 우려 상승 등)을 경험한 바 있다.
주요국의 코로나19 발생 전후 부채비율 변화량에 관한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 증가폭은 26.6%p로 선진국 평균 증가폭 48.1%p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직접적 재정지출을 최소화해 총부채 비율을 관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신중한 리스크 관리 정책기조에 근거한다면, 하반기에도 재정·통화 정책상의 전면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중국의 균형잡힌 경기회복의 전제 조건은 ‘소비의 회복력’이 될 전망이고,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단기 정책을 통한 인위적 부양을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제 논의는 중국경제의 소득분배 구조 개선을 통한 가계소비 진작이라는 보다 큰 담론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미중 갈등은 중국 기업의 해외상장 규제 강화로까지 이어져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약 250개 이상의 중국계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됐고, 이들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 외화자금의 규모는 2조1천억 달러(약 2,300조 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계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흐름은 최근 수 년간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 상반기에만 30개 조금 못 미치는 중국계 기업이 125억 달러(약 14조2천억 원)를 조달해 지난해 연간 실적[30개 기업, 120억 달러(약 13조6천억 원) 자금조달]을 이미 초과했다고 보도했다. 올 상반기 실적에는 디디추싱의 뉴욕거래소(NYSE) 상장도 포함된다. 디디추싱은 이번 IPO를 통해 44억 달러(약 5조 원)를 조달해 2014년 알리바바(218억 달러 조달) 이후 중국계 기업 최대 IPO 실적을 기록했다.
알리바바, 바이두, 징동닷컴 등 중국을 대표하는 테크 기업들이 상하이·선전·홍콩 증시 대신 미국 증시를 택하는 데에는 미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IPO 심사기준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외화자금 조달 측면에서 국내 증시(상하이·선전)를 제외한 홍콩과 미국 증시의 상장요건을 비교해 보면 중국계 테크 기업들의 입장에서 미국 증시는 상장 준비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들의 적극적인 상장 주선까지 더해져 그간 많은 중국계 기업의 미국 증시 러시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지속 심화됨에 따라 중국 기업의 해외상장 추진 분위기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은 1단계(2018~2019년)의 무역분쟁에서 시작해 2단계(2020년~현재) 시기에는 첨단기술 등 분야에서의 충돌로 전선이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데이터 안보’ 이슈가 양국 갈등의 새로운 민감 사안으로 부각되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디디추싱 사안이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의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IPO 일정 연기를 요구했으나, 디디추싱 측이 투자자들의 압박 등을 이유로 계획된 일정을 강행하면서 체면이 상한 당국이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안보환경 조사라는 초강수를 두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후 디디추싱 외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서도 조사한 사실이 공개되고 ‘중국 정부의 해외상장 규제 강화’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까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와 관련 미국 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번 사태로 2030년까지 중국이 45조7천억 달러(약 5경2천조 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추산하는 등 디디추싱발 바람은 이제 태풍이 돼 글로벌 IPO 시장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게 됐다.
지난 7월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례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중국 사회의 안정과 안녕을 위협하는 외세의 간섭에 무관용으로 대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지난해 제시한 쌍순환이라는 새로운 성장전략 역시 미중 대립이라는 국제정치적 상황에 대한 평가와 대응 차원에서 나온 자구책의 성격이 강하다. 결국 중국 정부는 단시일 내 끝나지 않을 미국과의 경쟁 또는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비용과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수세적 태도를 취하는 대신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해외상장 규제 강화라는 카드를 꺼낸 것 또한 미중 갈등의 상황에서 홍콩 증시라는 대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외화 자본조달 창구 역할을 한 홍콩은 지난해 IPO 실적에서 나스닥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3위권 수성이 유력하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짐에 따라 점차 복잡해지는 홍콩의 정치상황과는 달리 금융산업의 측면에서는 새로운 기회요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의 반영으로 디디추싱 사안이 고조된 7월 7일 홍콩거래소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5%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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