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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개도국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 확보
신주호 주OECD대표부 주재관 2021년 09월호
빈곤을 종식시키고 전 세계인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 2015년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즉 2030 의제(2030 Agenda)의 달성 기한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개도국의 SDGs 달성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그간 어렵게 일궈왔던 빈곤 퇴치 등 SDGs 관련 성과가 오히려 후퇴하기도 했다. 특히 재원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위기 대응에 필요한 추가 재원,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등으로 개도국 SDGs 달성에 필요한 재원 부족분은 종전보다 50%나 증가해 연 3조7천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2020년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id) 규모는 1,612억 달러에 불과해 재원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ODA 등 공적개발재원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도 힘들다.

공적개발재원 수단을 민간재원 동원에 활용해
재원 부족분 보충하고 사업 위험 경감

글로벌 금융자산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379조 달러에 이르는데, 이 중 1.1%만 개도국 개발 부문에 활용할 수 있다면 SDGs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행히 최근 민간 자본시장에서도 임팩트 투자, ESG 투자 등을 비롯해 SDGs 달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투자기업 CEO들에게 지속가능성을 투자결정 기준으로 삼겠다고 서한을 보낸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개도국시장은 자산 투자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럼에도 민간투자자 입장에서 개도국은 투자위험이 높아 투자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적개발재원이 적극적으로 투자위험을 경감하는 등의 촉매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민간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하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재원 동원을 위해 활용되는 공적개발재원은 대출, 보증, 지분투자, 메자닌(mezzanine), 무상지원(grant) 등 제반 수단을 포함하며, 이들 수단을 통해 투자 사업에 대한 재원 부족분을 보충하거나 사업 위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경감할 수 있다. OECD는 개발재원이 시장보다 상당히 관대한 조건을 제공하는 경우 양허성(concessionality)이 있다고 정의하는데, 공적개발재원의 지원조건에 따라 양허성의 수준도 달라진다.
2015년 유엔 아디스아바바 행동의제가 채택된 이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는 2030 의제 및 파리협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발재원, 상업재원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혼합금융 논의를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다. 2017년 OECD는 DAC 고위급회의에서 혼합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①개발 목적과의 연계, ②상업재원 동원 확대를 위한 혼합금융 설계, ③현지 상황에 맞는 맞춤형 혼합금융 지원, ④혼합금융을 위한 효과적인 협력관계 구축, ⑤투명성 및 성과를 위한 모니터링으로 구성된 혼합금융 원칙을 채택했다.
2020년에는 혼합금융 규범 논의 및 확산을 위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민간재원 조성 실무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 on Private Finan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출범시키고 지난 2월에는 공여국 정부, 개발금융기관, 다자개발기구, 상업은행, 민간투자자, 학계 등 2천여 명이 참여한 혼합금융 컨퍼런스 주간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DAC는 공여국 정부와 개발협력기관이 DAC 혼합금융 원칙에 따라 혼합금융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혼합금융 원칙 가이던스(Blended Finance Guidance)」를 발간했으며, 최근에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공동으로 혼합금융 성과 측정 및 관리를 위해 ‘지속가능발전 재원을 위한 임팩트 기준(OECD-UNDP Impact Standards for Financing Sustainable Development)’을 마련했다.
OECD가 24개국, 22개 다자개발기구, 여타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취합한 결과, 2019년 공적개발재원이 동원한 민간재원 규모는 4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돼 최근 수년간 민간재원 동원 확대 추세에도 불구하고 혼합금융 노력은 여전히 미진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지원수단별로는 기업 및 특별목적기구(SPVs; Special Purpose Vehicles)에 대한 직접투자와 보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여자별로 살펴보면, 국제금융공사(IFC),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등 다자기구가 민간재원 동원 규모 중 4분의 3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양자 공여국은 미국, 프랑스, 영국 순으로 민간재원 동원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대상 국가별로는 최저개발국(LDC; Least Developed Countries), 저소득국(LIC; Low Income Countries) 비중은 11%에 불과해 혼합금융이 주로 중소득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야별로는 은행업, 에너지 등 산업 분야에 4분의 3가량 치중돼 있고 상대적으로 상하수, 의료, 교육 등 사회 분야에 대한 지원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 실시한 혼합금융 펀드 및 기구 조사에서도 에너지, 은행업, 운송에 지원이 편중돼 있고 최저개발국 등 리스크가 큰 지역에 대한 지원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민간재원 동원효과가 큰 보증의 사용은 증가했으며, 현지통화 사용은 절반에 불과하나 현지 금융기관과의 협력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재원 동원 확대 위한 혼합금융 핵심요소로
추가성, 양허성, 상업적 지속가능성 등 제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SDGs 달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합금융 규모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민간재원 동원을 극대화해야 한다. DAC의 혼합금융 원칙 가이던스에서는 민간재원 동원 확대를 위한 혼합금융 핵심요소로 추가성(additionality), 재원동원, 양허성, 상업적 지속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추가성은 공적개발재원을 지원함으로써 해당 사업에 필요한 민간투자재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하고 추가적인 개발효과가 창출돼야 함을 의미한다. 즉 민간자본 구축(crowd out)을 방지해야 하며 민간재원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이 달성 가능한 경우에는 공적개발재원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다만 공적개발재원이 지원되지 않았다면 민간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을지에 대한 분석, 즉 가정적인(counterfactual) 분석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제 검증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며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합의된 일관된 평가방법은 없는 상태다.
상업적 재원만으로 개발 부문 투자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필요시 양허성 재원 투입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우선 부담하거나 금융수익을 일정 부분 상업적 투자자에게 양보함으로써 리스크 대비 수익률 조건을 개선해 민간투자자의 사업 참여유인을 제고해야 한다. 그러나 양허성의 사용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화해야 한다. 제한된 공적 양허성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의 지원은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사업의 재원 부족분, 민간투자 저해요인, 사업단계, 시장성숙도 등을 평가해 적정한 금융수단 및 양허성 수준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현지 금융시장이 충분히 성숙되면 양허성 재원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 가이던스는 궁극적으로 제반 요소를 고려해 최적의 추가성, 양허성, 재원동원 수준을 결정해 혼합금융을 지원하는 동시에, 국가·시장·분야 차원에서의 정책 지원을 병행함으로써 상업시장 창출이라는 장기적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OECD 혼합금융 논의에서는 다양한 참여자가 혼합금융과 민간재원 동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개도국에 투자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기술, 정책, 역량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개도국은 투자정책, 투자제도 등 민간투자자가 진출하는 데 시장장벽이 있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민간재원 유입을 위해서는 투자 친화적이고 안정적인 사업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투자 적격 사업을 확보해야 한다. 개도국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 자본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실제 투자할 만한 사업이 충분하지 않아 실제 민간투자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 발굴·준비 단계에서 불확실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사업 초기부터 사업성을 확보하고 대상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공적개발재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투자기회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혼합금융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운용자산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개별 투자기회 규모(ticket size)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실제 개발 사업을 수행하는 펀드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펀드의 펀드(fund of funds) 구조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넷째, 투자구조를 표준화해야 한다. 성공적인 사업 투자를 보여줌으로써 여타 민간투자자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구조를 반복해 투자할 수 있도록 표준적인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전파해야 한다.
다섯째, 개도국시장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정보 부족은 리스크 평가 저해요인으로 민간투자자는 개도국 사업 리스크(perceived risk)를 실제 리스크(real risk)보다 크게 인식하기 때문에 개발금융기관, 다자개발기구 등이 보유하고 있는 개도국 투자 데이터를 민간투자자에게 제공해 원활한 투자검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현지 자본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현지 금융기관 역량 강화, 현지통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현지 가용재원을 확충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특히 국가 개발은행은 국가 정책을 수행하고 현지시장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 특정 부문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기관과의 협력은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개발금융기관과 다자개발기구가 민간재원을 동원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혼합금융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 기관이 재원 부족분을 손쉽게 공적기관으로부터 조달하기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민간재원 동원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기후·환경 논의에서도 주목받는 혼합금융
최근 유엔 차원의 지속가능발전 재원 확보 논의에서 혼합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한편, 기후 및 환경 부문 논의에서도 혼합금융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및 환경 문제 대응을 위해 민간 부문으로부터의 재원동원 필요성을 확인했으며 영국은 오는 11월에 개최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국 회의(COP26)를 계기로 혼합금융 플랫폼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공여국 정부, 개발금융기관, 다자개발기구, 민간 부문이 혼합금융 확대에 대한 정치적 모멘텀을 한층 더 강화해 SDGs 달성을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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