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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중국 정부의 공동부유론, 왜 지금인가?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1년 10월호


알리바바 1천억 위안(약 18조 원), 텐센트 500억 위안(약 9조 원), 메이투안 23억 달러어치 주식(약 2조7천억 원), 샤오미 22억 달러어치 주식(약 2조5천억 원). 이상은 올해 6월 이후 중국 주요 기업들이 사회기부를 약속한 금액이다. 이윤 추구가 설립의 1차 목표이자 주주 환원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민간 기업들이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예산의 수십 배에 달하는 금액을 앞다퉈 기부하고 있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73개사가 최근 한 달 사이 공개한 실적보고서에 ‘공동부유(common prosperity, 共同富裕)’라는 표현이 갑자기 등장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8월 17일 제10차 중국 중앙재경위원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임을 강조한 뒤부터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이 글에서는 중국 사회의 최대 어젠다로 자리 잡은 공동부유론이 등장한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 정부의 잇따른 규제 정책 배경은 ‘분배 강화’로의 노선 전환
지난해 10월 알리바바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P2P 대출 규제, 반독점법 위반)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규제의 범위와 대상을 텐센트(게임산업 규제, 반독점법 위반), 메이투안(반독점법 위반, 직원복지 규제), 디디추싱(데이터 보안관리 위반, 해외 IPO 규제), 신동방(사교육 규제) 등 플랫폼, 데이터 기반, 게임, 사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했다. 중국 정부발 규제가 집중된 올해 6~7월 규제 대상이 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수일 만에 40~50% 이상 폭락했고, 규제 리스크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투자계의 큰손들은 당분간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 배경이 시장지배력이 커진 민간 기업을 길들이고 소액 지급결제 같은 일부 영역에서 민간에 내준 시장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차원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8월 17일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규제의 배경에 ‘공동부유’라는 확실한 지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공동부유론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지난 40여 년간 항해해 온 선부론(先富論, 성장 중심 노선) 기조에서 사회주의 본연의 정체성에 더욱 부합하는 방식인 공부론(共富論, 분배 강화 노선, 마오쩌둥 초대 주석이 처음 제안)에 가까운 방향으로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사교육과 부동산 규제 강화, 저출산 문제 해결 위한 고육지책
중국 정부는 여러 종류의 기업규제 정책이 이미 발표된 이후인 7월 말에 사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제를 발표해 다시 한번 시장과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부터는 부동산시장에 대해 ‘주택은 투기가 아닌 거주를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며 부동산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은행별 부동산 대출 비중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사교육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 두 시장에 대한 전례 없는 수준의 규제는 현재 중국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알려준다. 바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충격요법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020년 중국의 출산율은 1.3명으로 대표적인 초고령사회인 일본(1.37명)보다도 소폭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 출산율이 2.1명임을 감안하면 중국은 수 년 내로 인구 감소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중국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 중국 정부는 1979년 이래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산아제한(1가구 1자녀) 정책을 폐지했고, 올해 8월에는 가구당 세 자녀까지 허용하는 등 제도적으로 대응을 해왔으나 이미 우하향 추세에 들어선 출산율의 방향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적 현상은 산아제한 같은 제도적 규제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초등학교부터 사실상 대학교 입시 준비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사교육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고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일반 가정에서 부담하기에 과도한 수준으로 높아진 탓이다. 또한 천정부지로 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과 같은 1선 도시의 부동산(아파트) 가격은 일반 근로자의 평균 월급과 괴리가 너무 커져 부모 찬스 없이 본인의 힘으로는 거주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중국말로 라오바이싱(老百姓, 평범한 소시민)들은 아이 둘은커녕 하나도 잘 양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교육, 거주와 같은 기본적 여건에서부터 큰 불평등이 발생하고, 이 불평등은 대물림돼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고착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결국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심화될수록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불안 요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했을 것이고,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처방전으로 지난 40여 년간 유지해 왔던 성장 우선주의 노선에서 분배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과 노선의 기조를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978년 12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는 중국의 현대경제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회자된다. 이 회의를 계기로 덩샤오핑의 개혁파가 중국 현대사의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으며, 선부론(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다음 이를 확산시킨다)과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으로 대표되는 시장주의자들이 중국경제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의 방향타를 잡게 된다. 이후 중국은 2001년 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의 공장’이 돼 비약적인 발전 속도로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향유하며 2010년에는 GDP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 지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40여 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중국경제는 국가 전체의 부는 축적했지만 도시와 농촌 간, 동부와 서부 지역 간, 사회 각 계층 간의 격차가 크게 확대됐고, 여기에 더해 높은 사교육비와 부동산 가격은 중국 사회의 전체 불평등 정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 등을 보면 2020년 기준 소득계층 상위 1%의 자산 규모는 하위 50%의 5배에 달하고, 상위 10%의 재산은 하위 20%의 36배가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즉 지난 40여 년에 걸친 경제성장의 과실이 가계소득으로 연결되는 임금 인상보다는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대부분 흘러가 사회적 빈부격차를 확대시켰다는 지적이다.
사회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도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해 자체 산출한 중국의 지니계수 0.704(1에 가까울수록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하고, 0.5를 넘으면 사회적 불안이 확대됨)는 이미 위험수위를 한참 넘었고, 중국 사회과학원이 2011년 마지막으로 밝힌 지니계수도 0.5였음을 상기하면 현재 중국 사회의 불평등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와 농촌 간 격차 문제도 녹록지 않다. 2020년 도시지역 평균 가처분 소득은 4만3,800위안으로 농촌지역의 1만7,100위안에 비해 2.6배 높았고, 중위소득에서도 도시지역이 4만400위안인 반면 농촌지역은 1만5,200위안으로 2.7배 정도 차이가 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양회(兩會)에서 300만 명 미만 중소형 도시에서는 호구제도를 철폐하고, 대도시에서는 거주기간, 납세기록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도시 호구를 과거보다 수월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도농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중국 내 정치 일정 및 미국과의 체제 경쟁 대비
중국 사회의 빈부격차, 소득분배 및 사회적 불평등 문제들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지금 시기에 그동안 누적돼 온 사회경제적 부작용 현상을 강도 높은 규제와 파격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일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내 정치 일정과의 연관성이다. 내년 10월 개최 예정인 중국 공산당 당대회의 최대 이슈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 문제다. 이미 2018년 3월 양회에서 헌법 수정을 통해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해 법적 걸림돌은 제거한 상황이지만, 안정적인 장기 집권을 위한 첫 단추인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는 사회, 경제, 정치, 군사 등에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 소시민의 여론이 영향을 미치는 사회 분야에서는 단시일 내 효과를 보기 힘들어, 내년 가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부호들과 기업이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단기처방에 나선 측면이 크다고 하겠다. 진정한 공동부유 달성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향상돼야 하지만 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따라서 소득구조 개혁이 전제돼야 하는 보텀업(bottom-up)이 아닌 톱다운(top-down) 방식을 통해 정책의 단기성과를 최대화하고, 동시에 선전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미국과의 체제 경쟁 심화에 대비하는 측면이다. 2018년 미국과 중국이 서로 고율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 돌입한 이후 현재 양국 간 경쟁은 무역, 첨단기술, 국방, 금융 등 다방면으로 전선이 확대됐고, 최근에는 신장 위구르와 홍콩의 인권 및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미중 간 갈등과 경쟁이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 쌍순환전략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는 공동부유 카드를 꺼내들었다. 쌍순환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던 기존의 성장전략을 수정, 국내 소비시장을 확대해 외부요인에 의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라면, 공동부유는 미중 갈등이 지금 추세로 장기화될 경우 종국에는 체제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측면이 있다. 즉 자본주의 미국과 비교해 사회주의 중국에서 빈부격차,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수준이라면 명분 싸움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연일 쏟아지는 중국 정부발 규제로 인해 관련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서구의 일부 기관투자자는 중국물을 투매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경제체제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듯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사라질 대상도 아니므로 우리는 냉정하게 중국의 변화를 관찰하고, 이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재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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