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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유럽 투자 시 주의할 EU 보조금 규제
김문식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경쟁관 2021년 12월호

 

EU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2위 투자 대상국으로, 대EU 투자액(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기준)은 2016년 32억1천만 달러, 2017년 55억7천만 달러, 2018년 90억3천만 달러, 2019년 117억4천만 달러, 2020년 124억8천만 달러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 중에서도 EU 집행위가 디지털 전환 및 녹색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관련 산업에서 우리 기업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상 EU 회원국들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보조금 지원을 투자 기업에 약속하게 되는데,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의 무분별한 보조금 지원 레이스 및 EU 단일시장에서의 경쟁왜곡을 차단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쟁법(competition law) 차원에서 지역투자 보조금(regional investment aid) 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무적으로도 EU 경쟁총국이 심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편 EU 집행위는 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EU에서 활동하는 역외 기업에 대해서도 보조금 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표했으며, 현재 EU 의회 및 이사회가 법안을 심의 중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 기업이 불측의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련 규제의 내용 및 유의사항을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EU 집행위 심사종료 시점까지 보조금 지원 불가···
2011년 이후 심층조사 11건 중 4건만 승인

EU 기능조약(TFEU;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은 EU 회원국이 낙후지역의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허용(제107조)하되, 회원국이 보조금 지원계획을 EU 집행위에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심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보조금 지원을 금지(제108조)하고 있다. 다만 EU 집행위는 행정자원의 한계 등을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의 보조금에 대해서만 심사를 하고 있다. 경제적 낙후 정도 등에 따라 EU 내 각 지역의 보조금 지원비율 상한이 달리 정해져 있는데, <표 1>에서와 같이 보조금 지원비율 상한이 25%인 지역에서 회원국이 투자 기업에 1,875만 유로를 초과하는 보조금을 지원하려는 경우 EU 집행위의 사전신고 및 심사 대상이 된다.
신고 이후의 심사절차를 살펴보면 EU 집행위는 1단계 조사(preliminary investigation)를 거쳐 보조금에 따른 심각한 경쟁왜곡 효과가 의심되는 경우 2단계 조사(in-depth investigation)를 개시한다. 이후 EU 집행위는 1개월간 다른 회원국, 경쟁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다시 이해관계자 의견에 대한 해당 회원국의 의견을 청취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EU 집행위는 승인(positive), 조건부 승인(conditional), 불승인(negative) 결정 중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심사기간 중 보조금이 이미 지급된 경우, EU 집행위는 해당 회원국에 해당 기업으로부터 보조금에 이자를 가산해 환수 조치하도록 명령한다.
EU 집행위는 크게 6가지 요건을 심사하게 되는데, ①보조금 지원결정이 없었을 경우 투자결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 ②보조금 규모가 투자유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일 것, ③보조금으로 인해 사양산업에서의 과잉설비가 확대되지 않을 것, ④보조금이 지역별 보조금 지원비율 상한을 초과하지 않을 것, ⑤보조금 지원으로 인해 EU 내 다른 지역에 있는 생산시설 등이 이전 또는 폐쇄되지 않을 것, ⑥보조금 지원으로 인해 투자지역이 EU 내 다른 지역(투자가 이뤄지는 지역과 비교해 낙후 정도가 동일하거나 더 낙후된 지역을 의미)으로부터 변경되지 않을 것 등이다. 만약 이 6개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회원국의 보조금 지원계획은 승인되지 않을 수 있다.
2011년 이후 EU 집행위는 14개 지역투자 보조금 지원계획에 대해 심층조사를 개시했는데,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3건을 제외한 11건 중 4건만이 승인됐을 정도로 심사가 매우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표 2> 참고). 현재 우리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관련 기업들에 대한 동유럽 국가들의 보조금 지원계획에 대해서도 심층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 기업이 EU 투자 시 이 제도에 대비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U 심사요건 충족 여부 반드시 사전에 검토하고, 
심사기간 장기화 대비해야

EU 경쟁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업이 EU 회원국에 투자하기로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EU 심사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경쟁법상의 보조금 심사제도는 EU만의 독특한 제도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 제도를 단순한 형식적 심사절차로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기업이 이사회 등 내부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시점에 EU 집행위의 심사에 필요한 서류(투자 후보 국가별 보조금 지원 약속 서류, 투자 후보지 간 경제성 분석 비교자료, 투자 결정일 증빙자료 등)가 모두 구비돼 있어야 한다. 심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EU 경쟁총국이 조사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확하고 꼼꼼하게 증빙자료를 갖춰야 한다. 셋째, 보조금 심사제도는 다른 경쟁법 영역인 기업결합(M&A) 심사와 달리 법정 심사기간이 존재하지 않아 심사기간이 매우 장기화될 수 있다. 실제로 심층조사가 개시되는 경우 기업이 투자를 먼저 진행하고 심사결과는 수년이 지난 후에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편 그간 EU 기업들은 자신들은 EU 경쟁법 차원의 보조금 심사에 따른 규제를 받는 반면, 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EU 역내시장에서 활동하는 역외 기업들은 유사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차별적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러한 배경에 EU 집행위는 역내 기업과 역외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차원에서 지난 5월 역외 보조금 규제법안을 발표했으며, 현재 EU 의회 및 이사회가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역외 보조금 규제법안은 역외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concentration) 및 공공조달(public procurement)에 참여할 경우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추가적으로 EU 집행위에 직권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첫째, 피인수 기업 또는 기업결합 기업 중 일방의 EU 내 매출액이 5억 유로 이상이고, 제3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규모가 최근 3년간 5천만 유로 이상인 경우 EU 집행위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기업이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연 매출액의 1% 또는 10% 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EU 집행위는 신고 접수 후 1, 2단계의 조사를 진행하며, 역외 기업이 보조금을 지원받아 EU 기업을 인수하고 이에 따라 경쟁이 왜곡될 경우 해당 기업은 경쟁제한 문제를 해소하는 시정방안을 제출해야 하며 그러지 못 할 경우 기업결합 자체가 금지될 수 있다. 
둘째, 공공조달 가액이 2억5천만 유로 이상인 경우, 입찰에 참여한 역외 기업은 최근 3년간의 보조금 수혜내역을 계약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계약당국으로부터 신고자료를 전달받아 심사를 진행하고, 역외 보조금 지원으로 인해 저가 입찰을 통해 낙찰을 받는 등 부당한 혜택을 누린 것으로 확인될 경우 해당 역외 기업은 계약체결이 금지되며 계약당국은 차순위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셋째, EU 집행위는 상기 신고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결합 및 공공조달을 포함해 역외 보조금 수혜 기업의 경쟁왜곡 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직권조사를 진행하고, 위법성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의 제3국 반환, 투자제한, 자산매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역외 보조금 규제법안은 EU 의회 및 이사회의 심의과정에서 내용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있고, 정확한 시행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우나 개별 EU 회원국 및 의회 의원들이 법안에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우리 기업 및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7월에는 EU에서 활동하는 300여 개 이상의 우리 기업을 대변하는 사업자단체인 유럽한국기업연합회(KBA Europe)에서 이 법안에 대한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EU 집행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EU 집행위의 현행 역내 지역투자 보조금 심사제도와 최근 발표된 역외 보조금 심사법안을 살펴봤다. 이 글이 우리 기업의 EU 투자 시 EU의 특수한 보조금 심사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경쟁법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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