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는 각국이 지난 2년여간 시중에 공급한 대규모 유동성을 회수하는 문제를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 압력, 글로벌 공급망 혼란, 부채 위기, 미중 갈등 등 상당수가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이슈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3월 종료 예정인 미국의 테이퍼링에 이어 주요국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게 되면 글로벌경제와 금융시장에 다시 한번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간표와 함께 여러 대내외 도전에 직면한 2022년 중국경제의 운용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경제의 2021년 실적을 평가하고, 2022년 중국의 경제운용 환경과 3대 리스크 요인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성장 속도의 둔화, 2022년 중국경제의 제1대 리스크
지난 1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1년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실적이 8.1%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초 설정한 목표치(6% 내외)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이자, 여타 주요국과 비교해 봐도 단연 뛰어난 실적에 해당한다. 이처럼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V자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한 호실적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우선 연 성장률 8.1%라는 숫자에는 기저효과 영향이 상당부분 포함된 데다 중국경제의 회복속도를 분기별로 나눠보면 상고하저의 불균형적인 모습이 뚜렷하다. 상반기 성장률이 12.7%에 달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3분기 4.9%, 4분기 4.0%로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해석하면 지난해 1~2분기에는 강력한 수출 실적에 힘입어 경제 전반의 빠른 회복세 시현이 가능했으나, 3분기 이후 델타 변이 바이러스 대응 고강도 방역정책, 알리바바·텐센트 등 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규제 강화, 불평등 완화를 위한 사교육 금지 등 사회규제책 시행, 헝다그룹 등 부동산 기업들의 잇따른 유동성 위기 발생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이 집중되며 중국경제의 활력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반적으로 양호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2021년 실적에 비해 2022년에는 중국의 대내외 경제운용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여러 경제분석기관도 올해 중국경제의 성장 속도가 거센 맞바람(headwind)으로 인해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 12월 중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은 2022년 중국의 연간 성장률이 5.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만약 중국경제가 사회과학원의 예측처럼 6%를 밑도는 성장률을 보인다면, 이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불가항력의 경제적 충격을 받은 2020년(연 2.2% 성장)을 제외하고 사실상 1990년 이후 최저치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는 의미다. 1990년은 천안문 사태로 인해 중국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던 시기로 당시 연간 성장률은 3.8%였다.
국제기구와 해외 금융기관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IMF 등 국제기구는 5.1~5.6%, 신용평가사는 4.7~5.2%, 미국계 투자은행(IB)은 4.3~4.9%로 전망하는 등 대체로 올해 중국경제가 4% 중반에서 5% 중반 사이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국경제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중국 정부가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또는 그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의 글로벌 금융기관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한 가지 일치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즉 2022년은 중국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오랜 기간 6%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대와 작별함을 알리는 상징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급속한 냉각, 소비와 고용 부진도 중국경제의 리스크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제기된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단순히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시장 상황은 오랜 시간 누적돼 온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상반기 중국의 부동산시장을 급속히 냉각시킬 가능성이 있고, 이는 다시 중국경제 전반에 걸쳐 경기둔화 또는 경기침체로도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신규주택 가격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4분기 중국 1선 도시의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는데, 이는 2015년 1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또한 인민은행의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응답률이 2017년 32%에서 2021년 19%로 떨어져 주택시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중국 부동산시장 위기론에 불을 지핀 헝다그룹은 부채 규모가 한화 약 360조 원에 달하며 사실상의 파산 절차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헝다그룹의 채무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파산이 직접적으로 중국경제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준은 아니다. 중국 정부 역시 헝다그룹의 질서 있는 퇴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문제는 지방정부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도미노 파산이 이어지게 되면 중국 GDP에 대한 기여도가 약 30%에 달하는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다시 지방정부 부채 상승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대다수의 지방정부는 세수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관련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즉 토지를 헐값에 수용한 뒤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해서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으로 충당한다. 지방정부 세수에서 이 같은 토지판매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경우 이는 곧 상당수 지방정부의 재정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헝다그룹 등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연쇄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2022년 중국경제가 부동산시장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소비도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GDP에서 소비가 기여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수출 실적이 2022년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중국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인 수출, 소비, 투자 중 두 가지 이상의 요소에 차질이 발생하게 돼 경기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하반기 중국사회의 새로운 어젠다로 제시된 공동부유(共同富裕)와 관련한 고소득층의 소비 위축 현상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강도 높은 방역정책도 전체 내수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용 불안도 중국경제의 뇌관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둔화되면 연 1천만 명이 넘는 대학 졸업생과 농민공(농촌 출신의 도시 이주 노동자)의 실업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연 1천만여 명 규모의 고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5% 이상의 GDP 성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관의 전망처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보인다면 이는 바로 심각한 고용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1년 11월 기준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3배 수준인 14.3%를 기록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경기침체는 곧바로 청년층의 대규모 실업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중국 정책당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개혁보다 경제운용의 안정적 관리에 비중 두게 될 정책 당국
중국 정부도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개최됐는데, 여기에서 중국 지도부는 올해 경제정책 기조를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되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한다는 뜻의 ‘온자당두 온중구진(穩字堂頭 穩中求進)’으로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매 5년마다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 최대 정치 이벤트인 제20차 당대회가 열리는 중요한 해이기에 경제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현재 중국경제가 수요 위축, 공급 충격, 경제전망 약세라는 3중고 환경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는데, 이 역시 과감한 개혁보다는 경제운용의 안정적 관리에 우선순위를 둔 배경으로 보여진다.
또한 과거 회의와는 달리 이번에는 ‘안정’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 올해 중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복잡해 명시적 목표를 제시하기 어려웠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중국의 정책당국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추정케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한 가지 다행인 점도 있다. 바로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과 달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서 통화정책 활용에 여력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공언한 대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실시해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의 유동성 수요를 합리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결국 올해 부동산시장의 급속한 냉각을 막을 수 있는지, 그리고 소비와 고용 부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는지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