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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전략비축유 방출 카드 꺼낸 IEA, 배경과 함의는?
최광준 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2022년 05월호


지난 4월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석유시장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행동의 일환으로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억2천만 배럴의 전략비축유(SPR; Strategic Petroleum Reserve)를 6개월에 걸쳐 방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IEA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6,171만 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공표한 3월 1일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전략비축유 방출은 방출 규모면에서 유례없는 대규모일 뿐만 아니라, 1974년 IEA 설립 이후 세 번밖에 시행되지 않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한 달의 시차를 두고 두 번이나 단행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한 달 새 두 번, 이전까진 IEA 역사상 세 차례에 불과

IEA 회원국은 IEA의 설립 근거인 국제에너지계획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an International Energy Program)에 따라 석유시장 수급 차질이라는 비상 상황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국가별로 석유 순수입량 기준 최소 90일분의 석유를 비축해야 한다. IEA가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전략비축유 제도는 IEA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IEA는 최근 자료를 통해 전략비축유 방출이 단기적인 석유 공급 차질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이지 국제유가를 관리하거나 장기적인 석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IEA 회원국의 전략비축유 제도는 국가별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비축은 원유뿐만 아니라 석유제품도 가능하며, 비축 주체 역시 정부, 정부가 지정한 특정기관 또는 민간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민간 기업이 비축 주체가 되는 일부 국가의 경우에는 정부가 석유 수입사 또는 정유사에 일정량을 비축하도록 하는 비축 의무 부과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다만 대부분 국가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IEA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Governing Board)에서 회원국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비축유 방출은 보유 주체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행되는데, 공공 보유 비축유는 민간 기업에 대여하거나 입찰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민간 보유 비축유는 민간 기업에 부과된 비축 의무를 일정 기간 완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공급하게 된다. 

IEA는 2021년 11월 현재 IEA 회원국이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를 총 42억 배럴로 집계하고 있다. 비축 형태는 공공 비축이 약 14억8천만 배럴, 민간 비축이 27억2천만 배럴이며, 비축 유종은 원유가 25억 배럴, 석유제품이 17억 배럴로 나타났다. 미국이 IEA 회원국 중 최대 규모인 총 18억5천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으며, IEA 회원국인 우리나라 역시 공공 비축 약 9,800만 배럴, 민간 비축 약 7,900만 배럴 등 총 1억7천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축 물량은 일일 석유 순수입량 기준으로 약 190일분(공공 비축 108일분, 민간 비축 83일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IEA 설립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까지 IEA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것은 모두 세 번이다. 이 세 번의 사례는 산유국에서 벌어진 전쟁 또는 자연재해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걸프전이 벌어지자 IEA는 1991년 1,730만 배럴의 비축유를 풀었고,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6천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다. 가장 최근 사례가 10년 전인 2011년 리비아 내전 등으로 빚어진 원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고자 총 6천만 배럴을 방출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IEA는 한 달 만에 두 차례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지난 3월 1일 결정된 6,171만 배럴 방출과 4월 1일 결정된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의 1억2천만 배럴 방출이 그것이다. 

러시아 석유 의존도가 34%에 달하는 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 인식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이 그것도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이뤄진 배경은 국제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IEA 보고서 「Oil Market and Russian Supply」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러시아가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며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세계 1위의 석유 수출국이라는 것이다. IEA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 러시아는 일평균 원유 약 500만 배럴, 석유제품 약 285만 배럴 등 약 785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가 세계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러시아 석유 수출 물량의 60%는 유럽으로, 20%는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유럽지역 국가의 러시아 석유 의존도는 34%로, 이들 국가는 일평균 450만 배럴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오세아니아 국가의 일평균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이 43만9천 배럴로 러시아 의존도가 5%, 북미지역의 경우 일평균 수입량이 62만6천 배럴로 러시아 의존도가 17%라는 수치와 비교해 보면 유럽 에너지시장에서 러시아의 위상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러시아산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유럽 국가는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등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유럽 에너지시장에 위기감을 불러온 이유는 또 있다. 일평균 75만 배럴에 해당하는 러시아산 석유가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을 통해 수입되고 있고 일부 구간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나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유럽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3일부터 이틀간 파리에서 열린 2022년 IEA 각료회의에서 40개국 이상의 에너지장관들은 IEA의 핵심적인 책무로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며 IEA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에너지 효율 향상 통한 수요 절감 및 에너지 전환 가속화 중요성도 강조돼

하지만 에너지 안보 못지않게 중요성이 강조된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수요의 절감이다. IEA는 급박하게 전략비축유 방출을 논의하던 시기인 지난 3월 「석유 사용 절감을 위한 10대 행동계획(A 10-Point Plan to Cut Oil Use)」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단기간에 석유 사용량을 감축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할 수 있는 정책과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담고 있다. IEA는 이 조치들을 통해 일평균 약 270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감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OECD 유럽 회원국들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석유가 일평균 450만 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 1970년대 오일 쇼크와는 완전히 다른 함의를 국제사회에 안겨주고 있다.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됐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해법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올해 IEA 각료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에너지장관과 주요 에너지 기업 CEO들은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결같이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통한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를 강조했다. 올해 IEA 각료회의 주제 역시 ‘이행의 해: 청정에너지와 에너지 안보를 위한 행동 가속화(The Year of Implementation: Accelerating Global Action on Clean Energy and Energy Security)’였다. 특히 에너지 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민간 투자 활성화,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안정성 확보, 에너지 효율 향상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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