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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새로 출범하는 EU 단일특허·통합특허법원
박현희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특허관 2022년 06월호


지난 1975년 공동체특허조약(Community Patent Convention)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공방을 이어온 유럽 특허제도 통합 논의가 마침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EU 집행위의 예상대로 올해 말쯤 유럽 통합특허법원 협정(UPCA; Unified Patent Court Agreement)이 발효되면, UPCA를 비준한 모든 국가에서 권리 행사가 가능한 유럽 단일특허가 도입되고, 특허의 무효와 침해에 대한 판단을 전담하는 통합특허법원도 출범하게 된다. UPCA는 EU 회원국만을 대상으로 하며, 2022년 5월 현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17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단일특허제도는 적은 비용과 간단한 절차로 많은 국가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허권의 침해·무효 소송의 효력이 모든 참가국에 미치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단일특허제도 신설로 출원인들은 기존 제도와 단일특허 중에서 어떤 출원 방법이 자신에게 더 유리한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 단일특허제도와 기존 제도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떠한 법적 효과와 장단점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EU 특허제도 통합 이뤄지지 않아 고비용·저효율 문제 제기 지속돼

EU는 상표와 디자인 분야에서는 이미 유럽연합상표(EUTM; European Union Trade Mark) 제도와 공동체디자인(RCD; Registered Community Design) 제도를 도입해 통합을 이룬 바 있다. 그러나 특허의 경우 출원과 심사 단계만 통합돼 있고 권리의 등록·분쟁은 국가별로 진행돼 실질적 통합은 이루지 못한 상태다. 이로 인해 유럽 내 특허 출원·등록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동일한 유럽특허 침해에 대해서도 다수의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등 고비용과 저효율에 대한 비판이 계속돼 왔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의회와 집행위는 유럽에서 특허권을 통합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단일특허보호(Unitary Patent Protection)와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이라는 두 개의 축(pillar)으로 구성된 단일특허 패키지(Unitary Patent Package)를 유럽 경제회복을 위해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지식재산권 분야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 과정에서 독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불참 선언 등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난해 8월 독일의 통합특허법원 이행 법률이 발효돼 단일특허·통합특허법원 시행의 가장 큰 난제가 해소됐다. 지난 1월에는 통합특허법원 임시 적용 단계가 시작되면서 통합특허법원이 독립적 법인격을 갖추고 IT 시스템 구축, 판사 임명(올여름 이전 임명 절차 완료 계획) 등 공식 출범을 위한 제반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이러한 준비 절차들이 차질 없이 이뤄지는 경우 2022년 말이나 2023년 초에 단일특허·통합특허법원 제도를 출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일특허는 ‘단일 효력을 갖는 유럽특허(European patent with unitary effect)’의 약칭으로, 기존 유럽특허와 동일하게 유럽특허청(EPO; European Patent Office)에서 출원·심사·등록 절차가 진행되지만, 개별국 등록절차 없이 단 한 번의 등록으로도 참여 회원국 전체에서 단일한 특허권이 발생해 권리 한정·이전·취소·소멸 등에 있어 일원적 권리 행사가 가능한 제도다. EPO의 심사를 거쳐 등록이 결정되면 출원인은 등록 결정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유럽특허 또는 단일특허로의 등록 여부를 선택하게 된다. 

단일특허는 기존 유럽특허에 비해 번역 비용, 갱신 비용 등 절차에 수반되는 비용과 행정적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도 더 많은 국가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효력이 참여 회원국에 일괄 적용되기 때문에 종전처럼 특정 국가만을 선택해 보호받거나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기존 유럽특허는 여러 회원국에 등록된 특허 중 시장가치가 낮은 국가의 특허에 대한 선택적 포기가 가능한 반면 단일특허는 그럴 수 없다.

통합특허법원은 회원국 간 상이한 소송 제도 및 동일 특허에 대해서 여러 국가에서 개별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문제점 등을 극복하기 위해 설치되는 EU 차원의 공통 특허법원이라고 할 수 있다. 통합특허법원은 UPCA를 비준한 회원국에 한해 적용되지만, 단일특허뿐만 아니라 유럽특허의 무효 및 침해 사건에 대한 관할권(회원국 특허청에서 부여한 국가특허에 대한 관할권은 없음)을 가지며 판결의 효력은 비준 회원국에 일괄 적용된다. 

다만 기존 유럽특허에 대한 통합특허법원의 판결은 당해 유럽특허가 유효하게 등록된 회원국 중 UPCA를 비준한 국가에서만 집행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5개 회원국에 등록된 유럽특허에 대한 소송의 판결은 5개국 중 UPCA를 비준한 국가에 대해서만 영향을 미친다.  

통합특허법원의 1심법원은 중앙부 법원(central division)과 회원국 법원(local division) 및 지역부 법원(regional division)으로 구성된다. 중앙부 법원은 파리 본부(전기, 물리 등 주요 기술사건)와 뮌헨 지부(기계)를 두고 특허 무효 소송과 비침해 확인 소송 등을 담당한다. 화학·바이오 분야는 런던 지부에서 담당할 예정이었으나 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대체지를 선정해야 하며, 한시적으로 파리와 뮌헨에서 분산 처리할 예정이다. 

회원국 법원과 지역부 법원에서는 주로 침해 소송을 심리하게 된다. 회원국 법원은 특허 소송의 수를 감안해 회원국 내 최대 4개까지 설치 가능하며, 지역부 법원은 2개 이상의 협정 체결 국가가 협의해 설치할 수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포르투갈, 스웨덴이 회원국·지역부 법원 설립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만약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판결의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2개월 안에 항소법원에 항소해 법률문제와 사실문제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개별 국가의 법원을 통해서만 유럽특허에 대한 침해와 무효를 다툴 수 있고, 동일한 유럽특허라도 다수 국가에 침해가 있는 경우 여러 국가의 법원에서 동시에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특허법원을 통한 소송은 1개국의 판결이 다수 국가에서 효력을 미치므로 소송 비용 절감, 재판 기간 단축, 일관된 판결로 인한 법적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승소 여부에 따라 회원국 전체에서 동시에 유효 또는 무효가 될 수 있어 단일 효과에 수반되는 리스크도 상존하게 된다.

통합특허법원은 단일특허와 유럽특허 소송 사건을 관할하므로 기존의 유럽특허도 통합특허법원의 소송 대상이 되는데, UPCA의 발효 이전에 출원됐거나 등록 결정된 유럽특허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통합특허법원을 회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있다. 즉 UPCA가 발효되기 전 3개월의 기간인 ‘sunrise period’에 출원인과 기존 유럽특허의 특허권자는 전환 기간(UPCA 발효 후 7년) 동안 통합특허법원의 소송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회피 신청(옵트아웃, opt-out)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통합특허법원의 관할로부터 옵트아웃해 기존처럼 회원국의 국내 법원에서 침해·무효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기업들은 유럽 진출 계획과 특허 포트폴리오 등
다각적으로 분석해 유리한 출원 방법 찾아야


우리나라의 유럽특허 출원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60% 이상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총 9,394건이 출원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국가별 순위에서도 미국, 독일, 일본, 중국, 프랑스에 이어 6위로, EPO 전체 출원 건의 5%를 차지했다. 삼성과 LG가 다출원 상위 10대 기업에 선정되는 등 우리 기업들의 유럽특허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2021년 유럽특허 다출원 기업 순위를 살펴보면 화웨이가 3,544건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2위가 삼성(3,439건), 3위가 LG(2,422건)였다.

단일특허는 기존 제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출원인에게 추가적인 선택지를 주는 제도다. 따라서 유럽특허를 출원해 왔거나 유럽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있는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유럽 국가별 진출 계획과 특허 포트폴리오, 비용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서 개별국 특허, 유럽특허, 단일특허 중에서 가장 유리한 출원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특허 분쟁도 회원국의 국내 법원에서 진행할지 아니면 통합특허법원으로 가져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옵션이 주어지는 것은 선택의 기회를 보장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출원 시 출원인 스스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고 하겠다. 

EU 특허제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단일특허제도 도입이 머지않았다. 우리 기업들은 사전에 관련 제도를 충분히 숙지하고 초기 판결 동향 등 통합특허법원 운영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기업 사정에 따라 단일특허·통합특허법원의 활용(회피)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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