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지난 9월 고용전망 보고서(「OECD Employment Outlook 2022」)를 통해 OECD 국가들의 노동시장 현황과 코로나19 대응정책을 평가하고 올해 각국의 고용정책 우선순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OECD 국가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을 2007~2010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3%p 높게 확대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대규모로 팬데믹 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노동시장 회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고용은 회복됐다. 지난해 말 OECD 국가들의 고용률은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올 상반기까지 계속 상승해 2019년보다 1.3%p 높은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실업률은 2020년 4월 8.8%를 기점으로 점차 하락하다가 올해 초까지 모든 국가에서 위기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대부분 국가에서 일자리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빈 일자리도 많아 노동수요가 노동공급보다 많은 견고한 상황이다. 올 2분기 EU 회원국과 튀르키예 등 OECD 22개 국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위기 이전(2016~2019년 2분기 평균)과 비교할 때 제조업 부문은 평균 8.5%p 높고 서비스 부문은 평균 11%p 높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성장함에 따라 기업들이 그간 보류했던 채용을 재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고용 회복됐지만
청년, 저학력 근로자 등은 더뎌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회복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OECD는 올해 세계 GDP 성장률을 지난 12월 예측치 4.5%에서 3.0%로 낮췄다. 전쟁은 단기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가중시켜 실질 가계소득을 낮추고 특히 소득 중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 가계에 부담을 안겨 주고 있다. 또한 유럽 국가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수의 난민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미 650만 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다른 유럽 국가로 이동한 상황으로 이들에 대한 지원과 통합 문제도 주요 과제다.
게다가 보건위기에 대응한 OECD 국가들의 적절한 조치와 노동시장 회복지표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는 남아 있다. 고임금 서비스 산업과 달리 저임금 부문은 위기 이전보다 고용이 낮은 수준이다. 국가정책도 도움이 필요한 대상에게 제대로 지원되지 못하거나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기도 했고, 실업급여나 사회보장 등 기존 제도권 밖에 있던 일부 집단에 대해서는 지원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거나 혜택이 불충분했다는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OECD는 청년, 여성, 저학력 근로자와 소수 인종·민족 등의 불균등한 회복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청년(15~24세)을 살펴보면 2022년 1분기 OECD 평균 청년 고용률은 위기 이전인 2019년 1분기보다 0.1%p 높아졌지만 절반 이상의 국가에서는 평균 2.2%p 하락했다. 이는 25~54세 고용률 1%p 상승이나 55~64세 고용률 3%p 상승과 크게 대비된다. 청년 고용률이 낮은 것은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청년의 증가와 관련 있으며, 저임금 서비스 부문 및 제조·건설 부문의 고용 감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의 경우 위기 초기에는 대다수 OECD 국가에서 여성 고용이 낮아져 우려가 컸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이미 회복세를 보였고, 올 1분기 여성 고용률은 2년 전보다 1%p 상승해 0.1%p 높아진 남성 고용률보다 강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OECD는 이번 위기로 여성들의 가족돌봄 부담이 증가해 이들이 시간제 일자리나 유연한 일자리 또는 책임이 덜한 일자리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는 노동시장에 장기간에 걸친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소위 일선(frontline) 일자리에 대한 문제점도 부각됐다. 일선 일자리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업장 폐쇄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들이 시행될 때도 물리적 사업장에서 다른 사람과 가깝게 일할 수밖에 없는 일자리를 일컫는데, 주로 보건, 장기요양, 운송 또는 필수 소매업 등을 말한다. 팬데믹 초기를 기준으로 OECD 근로자의 44%가 이러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라마다 그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일선 일자리는 실직 위험이 더 높고 경력개발 기회가 제한적이며 임시계약직일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로서 청년·저학력·저임금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고용돼 있다. 이번 팬데믹 기간 동안 일선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통계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약 60%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일선 일자리에 노동력이 부족했고, 약 80%는 코로나19 이후 의료 및 장기요양 부문 노동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알려졌다. EU 국가들은 일선 일자리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분야 근로자들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거나 은퇴자들을 활용하는 조치 등으로 대처해 왔다. 그럼에도 일선 일자리의 질을 영구적으로 높이고 급여를 개선하는 등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도 회복 흐름에서 뒤처져 있다. 위기 초기 근로시간 감소 정도는 중·저학력자들이 고학력자들보다 두 배 이상이었으며, 저학력자들의 근로시간 감소는 실직을 통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고학력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2020년 하반기 이미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중·저학력 근로자들의 고용과 근로시간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소수 인종이나 소수 민족에 대해서도 구직기회 부족과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공공고용서비스가 필요하다고 OECD는 진단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은 이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지난해 가을 34개 국가를 대상으로 올해 정책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25개 국가는 ‘노동력 공급부족과 근로자 재배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응답했고, 14개 국가는 위기로 인한 ‘청년 상흔(scar)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후변화’나 ‘녹색전환’, ‘고령화·인구변화 대응’ 등의 과제는 이러한 문제보다 순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올해 많은 국가가 장기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 과제보다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직접 발생한 과제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야기한 현안 해결에 집중하는 각국,
구조적 변화 대응과 포용적 노동시장 구축 노력도 필요
OECD 국가들은 위기로 인한 노동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며, 포용적인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공공고용서비스를 개선하고 구직자에 대한 고용지원에 힘써야 한다. 공공고용서비스는 민간서비스와 협력하고 인력 투입 증가 및 서비스 디지털화 등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직업훈련과 성인학습을 강화해 노동시장 변화에 영향을 받는 일자리의 근로자들을 재훈련함으로써 이들이 숙련 수요가 높은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노동시장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특정 취약그룹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OECD는 고용과 직업훈련에 있어 청년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여성 및 어린 자녀를 둔 부모, 고령자, 장애인, 이주민 대상의 고용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탄소·디지털 전환은 OECD 국가의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므로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비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고용전망의 부제는 ‘보다 포용적인 노동시장 재건(Building Back More Inclusive Labour Markets)’이다. 팬데믹 위기는 위기 그 자체도 불균등했고 회복 또한 불균등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자들이 위기에서 가장 힘들었고 회복도 더딘 것이다. 이번 고용전망 보고서 서문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bold action)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것이 지나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 고용보험 적용 확대와 맞춤형 고용서비스·직업훈련 등을 통해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대응도, 회복도 빨랐다. 이제는 회복과정에서 이러한 불균형도 가장 잘 극복한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