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매년 두 차례 「세계경제 전망(OEC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발간해 회원국의 경제성장을 예상한다. 지난 11월 22일엔 ‘위기에 맞서서(Confronting the Crisis)’란 부제로 2023~2024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OECD가 바라보고 있는, 세계경제가 직면한 과제와 이에 대응한 글로벌 경제정책 권고를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에너지 위기가 가져온 고물가·저성장
‘위기에 맞서서’라는 부제에서 보듯 2023년 세계경제는 여러 가지 도전에 마주하고 있다. 성장동력은 식어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 신뢰지수도 기준점을 하회하는 등 경제의 하방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이러한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정치에 따르면 OECD 국가의 GDP 대비 에너지 최종소비지출 비율은 1970년대 제1·2차 오일쇼크 당시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과 공급망 교란 등으로 상승 추세에 있던 인플레이션은 전쟁으로 더욱 악화됐으며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에너지, 식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품목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OECD는 G20 국가의 물가상승률을 2023년 6.0%로 전망하며 전년도의 8.1%에서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점진적 감소 추세에도 당분간은 목표치 대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 이러한 통화긴축 추세는 선진국,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통화정책에서의 동조성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을 가중하며 금융취약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위험회피 경향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됐고,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강달러로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노동시장은 전반적으로 견고하나 임금 상승이 물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OECD 대부분 국가에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다. 에너지 및 식료품 상승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이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실질소득 증가세는 약화되고 있으며, 이자 부담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가계의 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OECD는 2023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팬데믹 이전(2013~2019년 평균 성장률은 3.4%) 대비 1%p 이상 낮은 수준인 2.2%로 전망했다. 세계교역 증가율도 원자재 수입국의 수입 수요 약화 등으로 2023년 2.9%로 둔화될 전망이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 북미 지역의 성장이 둔화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인 아시아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며 2023년 세계경제 성장의 4분의 3가량을 담당할 것이다.
먼저 미국의 경우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가 성장을 제약(2022년 1.8% → 2023년 0.5%)하고 있다. 다만 수요가 점차 약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높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 공급 병목현상 등으로 성장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2022년 3.3% → 2023년 0.5%)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수준으로 기타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2022년 1.6% → 2023년 1.8%)한다. 다만 고유가, 주요 교역국 성장 둔화 등으로 이 같은 추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반복적인 봉쇄정책, 주택투자 부진 등이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새해에는 소폭 회복이 예상(2022년 3.3% → 2023년 4.6%)되고 있으나 향후 팬데믹 이전 수준의 고성장 추세로 복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인플레이션 완화되면서 2024년 이후 완만한 경기회복 전망,
에너지 공급 교란과 금융 불안정 심화는 위험요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기 위한 통화긴축은 세계경제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점진적인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에 따라 2024년 이후 성장은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OECD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OECD가 지적하는 주요 위험요인은 다음과 같다.
먼저,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로부터의 가스공급이 감소하면서 유럽 각국은 이를 대체할 공급원을 찾고 있으나 장기투자가 필요한 가스시장의 속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상반기 기저효과의 차이와 공급 교란으로 2024년에는 더욱 어려운 겨울을 보내게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급격한 통화긴축에 따라 그간 누적된 금융취약성이 두드러질 수 있다. 가계 및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만기 연장이 어려워짐에 따라 채무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변동금리부 모기지 비율이 감소해 왔으나 몇몇 국가는 그 비율이 여전히 높다. 비금융 기업의 부채는 GDP의 141%(2021년 OECD 중위국가 기준)로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이며 추가적인 긴축에 따라 원리금상환 부담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긴축적 금융환경, 증가된 부채, 달러 강세는 신흥국의 취약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많은 신흥국이 리스크 프리미엄 증가, 자본 유출, 외환보유고 감소 등을 겪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입국의 경우 교역조건 악화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 국가의 금리상승은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며 또다시 역으로 그 국가에 여파를 가져온다. 특히 미국의 금리상승이 세계 금융시장에 가져올 위험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시점에서는 과도한 긴축의 부작용보다 과소긴축의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강한 듯하다.
현시점에서 최우선 정책과제는 인플레이션 대응이 돼야 한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실질 정책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 전방위적인 물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요구된다. 재정정책은 물가 압력을 가중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상쇄하기 위한 지원은 선별적이고 한시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위한 투자는 피할 수 없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은 탄소배출을 늘리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높은 에너지 가격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할 것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국제무역 흐름을 방해하는 장벽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식량 위기에 따라 추가된 무역장벽은 특히 저소득층의 고통을 심화하고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역장벽 제거는 경쟁압력을 높여 공급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튼튼하고 포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고용을 장려해야 한다. 특히 남녀 간 고용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의 인적자본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렵고 불확실한 시기에 정책은 다시 한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고용과 생산성을 촉진하고 경제가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결정자들은 구조적인 문제에 새롭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