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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글로벌 수요 부진에 금융시장 불확실성까지 2023년은 중화권에 고비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3년 04월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지역)들은 지난해 시작된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계기로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려는 모습이 중화권 경제를 중심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시진핑 주석 집권 3기 경제라인 인선을 마무리한 중국, 싱가포르와의 금융중심지 경쟁에 대응하는 홍콩, 반도체 등 IT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대만 등 중화권 경제의 최근 동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시 주석 집권 3기 중국의 경제정책은 ‘안정적 성장’에 방점

중국은 3월 초 개최한 양회(兩會)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0% 내외’로 설정했다. 이는 당초 5% 중후반 수준으로 예상한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시장참여자들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수치로 중국 정부가 보는 현재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목표치(5.5%)에 크게 못 미친 3.0%여서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음에도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은 현재 중국 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실제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 시기에 위축된 민간소비와 침체된 부동산시장에서 벗어나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부진(대외수요 감소)과 미국과의 반도체 등 첨단 분야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현재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번 양회 기간 공식화된 시진핑 주석 집권 3기 주요 경제라인 인선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이미 윤곽을 드러냈던 경제업무 총괄역의 국무원 총리직(리창 전 상하이시 당서기)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인민은행 행장 이강을 비롯해 재정부, 상무부, 과학기술부 등 대부분의 경제부처 장관들이 유임됐고, 국가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부처 간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기능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허리펑이 리창 총리를 보좌하는 경제·금융 업무 담당 국무원 부총리로 영전했다. 이는 시 주석 집권 3기의 경제정책 기조를 ‘새로운 변화’ 대신 ‘안정적 운용’으로 설정해 대내외 불확실성 및 미중 갈등 장기화 등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말 중국의 리오프닝 선언 이후 시장에서는 이번 양회 전후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3월 15일 발표한 올 1~2월 거시경제 실적을 보더라도 경기회복의 긍정적 시그널은 확인되고 있으나 그 속도는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중국 정부가 급진적 부양책을 펼치는 대신 안정적이고 점진적으로 경기를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또 다른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해 최근 3개월 연속 하락세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며, 부동산 개발투자도 점진적으로 하락폭이 커지던 추세에서 반등했다는 점이다. 다만 수출의 경우 대외수요 부진 등으로 올해 1~2월 기간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하는 등 당분간 극적인 반등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홍콩, 싱가포르와의 금융중심지 경쟁에 적극 대응 중

홍콩 정부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후 기존의 국제도시 이미지와 글로벌 금융중심지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급감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50만 장의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는 ‘헬로 홍콩 캠페인’ 등 각종 이벤트와 국제행사를 개최해 기존 국제도시 이미지를 회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기 내수 진작의 모멘텀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연간 최대 6,515만 명에 달했던 홍콩의 외국인 방문객들은 호텔, 식당, 소매유통, 운송 등에서 활발히 소비하며 홍콩의 금융, 무역 분야와 함께 내수경제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시기 동안 크게 위축된 관광 부문을 회복하고자 잇따른 대형 국제 이벤트를 개최해 관광객 및 비즈니스 출장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홍콩 정부가 기존 시장논리에 맡기는 ‘작은 정부’에서 최근에는 시장을 리드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적극적인 정부’로의 역할 전환을 스스로 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홍콩 정부가 지난 2월 22일 발표한 2023~2024년 회계연도 정부 예산안 내용에 따르면 싱가포르와의 금융중심지 경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최근 대부분의 지역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상자산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려 한다는 점이다. 홍콩 금융당국은 지난 2월 20일 공식 발표를 통해 올해 6월 1일부터 가상자산 거래플랫폼의 제도화를 시행해 당국의 규제대상으로 편입하되 기존 전문투자자들에게만 허용하던 가상자산 거래에 일반투자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의 입안을 준비하고 있음을 공개한 바 있다.

홍콩 정부의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 및 일반투자자 거래참여 허용 정책이 시행되면 아시아와 서구 지역에서 현지 당국의 규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상당수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홍콩으로 이전하거나 홍콩 내 자회사를 설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금융중심지 경쟁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로부터 관련 기업·인력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홍콩 정부의 관련 발표 직후 후오비, 비트겟 등 일부 싱가포르 소재 가상자산 거래플랫폼 기업은 홍콩으로의 본사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홍콩 정부의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 움직임은 새로운 금융 영역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싱가포르와의 금융중심지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대체적 해석이다. 2022년 9월 발표된 글로벌 금융센터지수 순위에서 싱가포르에 3위 자리를 내준 홍콩으로서는 전통적 금융(은행, 증권, 자산관리 등)에서의 경쟁을 넘어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기반한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 거래의 제도화를 통해 최근 여타 지역에서 규제 강화로 입지가 약화된 관련 플랫폼 기업과 개인·전문 투자자들의 수요를 유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수출 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으로 성장세 둔화

대만 정부는 지난 2월 올해 GDP 성장률 예상치로 2.12%를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제시했던 2.75%보다 0.63%p 하향조정한 수치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대만의 GDP 성장률은 2.45%로 201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대만의 GDP는 전년 동기 대비 0.86% 감소해 2016년 1분기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하는 등 최근 2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 같은 대만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수출 부진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과 같이 국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대만은 최근 5개월 연속 수출 주문 실적 감소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수요 감소와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는 수출 주문 감소세가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폭으로 하락하는 등 예년에 비해 수출 활력이 크게 떨어져 대만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경제의 또 다른 불안요인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양안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며 중국이 대만산 일부 수산물에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양안 간 경제교류가 위축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서구 언론에서는 시 주석 집권 3기 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내년 1월 예정된 대만의 총통 선거 결과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더 상승하거나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만의 향후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최근 발생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IMF 등 기관은 이미 연초에 올해 세계경제가 주요국의 긴축 지속으로 인한 경기 둔화와 수요 감소,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파 등으로 완만한 수준의 경기침체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까지 커지며 실물과 금융 부문 모두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연초 전문가들의 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의 유일한 희망으로 제시된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회복 속도도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현 경제상황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며 대대적인 경기부양 대신 안정적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아시아경제는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수의 아시아 국가가 대외수출과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크게 의지하는 경제구조인데, 가뜩이나 쉽지 않은 동아시아 주요국의 실물경제 환경에 금융시장발 리스크가 전이돼 복합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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