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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이제는 기후공약 넘어 기후행동 강화할 때
송용권 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2023년 05월호

최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2011~2020년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전인 1850~ 1900년보다 이미 1.1℃ 상승했으며,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 상승에 도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각국이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한다 하더라도, 전 지구적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파리협약 목표 달성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에서 장기적 기후공약(ambition)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정책과 수단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나갈지, 즉 구체적 기후행동(action)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OECD는 2015년부터 OECD 회원국 및 G20 국가의 탄소가격을 분석해 3년 주기로 「탄소가격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103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탄소감축포럼(IFCMA; Inclusive Forum on Carbon Mitigation Approaches)을 발족해 전 지구적 기후행동을 지원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 본다.

지난해 OECD는 회원국을 포함한 71개국의 탄소감축 정책을 반영해 실제로 각국에서 온실가스 1톤을 배출하고자 할 때 얼마만큼의 가격이 매겨지는지 분석했다. 다만 연구효율성을 감안해 관련 정책 중 명시적 가격제도(유류세,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대상으로만 조사했다.

OECD, 71개국 유효탄소가격 산정…
올해 2월에 탄소감축포럼도 발족


국가 간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OECD는 모든 대상 국가의 유류세, 탄소세 및 배출권 가격의 합인 유효탄소가격(ECR; Effective Carbon Rate)을 산정했다. 유류세, 탄소세는 연료 사용량(L,?kg)에 과세되므로 탄소함량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tCO₂)으로 치환해 적용했다. 모든 금액은 공식환율과 인플레이션율 등을 감안해 2021년도 실질 유로화로 환산했다. 아울러 명목상 세율을 비교하는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각국의 조세공제, 세율할인 및 환급 등 우대규정도 반영했다.

조사 결과, 탄소가격은 분야별, 연료별, 국가별로 불규칙한 차이를 나타냈다. 분야별로는 유류세의 영향으로 도로 분야의 탄소가격이 89유로/tCO₂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 산업(6유로/tCO₂), 전력(7유로/tCO₂) 등은 대체로 낮은 수준이나, 최근 전력 분야에서 큰 폭의 탄소가격 상승이 관찰됐다.

연료별로는 모든 화석 연료에서 탄소가격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석탄(6유로/tCO₂)보다 도로 운송에 주로 사용되는 경유(72유로/tCO₂)와 휘발유(88유로/tCO₂)에서 높은 탄소가격이 책정됐다.
71개국 평균적으로 탄소가격은 2018년 1.78유로/tCO₂에서 2021년 4.29유로/tCO₂로 상승했으며, 특히 EU 등 몇몇 국가에서 2018~2021년 배출권 거래가격의 큰 상승이 관찰됐다. EU의 배출권 거래가격은 2018년 17유로/tCO₂에서 2021년 53유로/tCO₂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한편 캐나다와 중국은 2021년에 신설돼 거래가격이 각각 30유로/tCO₂, 5유로/tCO₂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도로, 연료별로는 경유·휘발유,
국가별로는 EU 등 탄소가격 높게 나타나

탄소가격 상승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으나
일부 철강·시멘트 분야 배출권 무료 할당은
탄소중립 정책목표에 배치돼

이러한 탄소가격 설정에 대한 분석은 몇 가지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탄소배출에 대한 가격설정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2012년, 2015년, 2018년 유효탄소가격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산업 분야의 경우 유효탄소가격이 10유로 증가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7% 감소한다고 설명했다(<표> 참고).

둘째,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산업, 전력 및 기타(농어업, 토지이용 등) 분야의 탄소가격이 도로 운송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었다(<그림> 참고). OECD는 향후 탄소누출(carbon leakage) 및 분야별 경쟁력 관련 논의에서 전력과 산업 분야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셋째, 최근 에너지 위기로 인한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필요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가격 왜곡, 미래투자 감소, 고소득층에 대한 역진적 혜택 등의 역효과가 있으므로 식별화된(targeted) 소득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넷째, 몇몇 국가에서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의 분야에 배출권이 무료로 할당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탄소집약적인 기술에 이점을 제공해 탄소중립 정책목표와 조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2019년 「기후법」을 제정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9%로 야심 차게 설정했고, 2030년 125유로/tCO₂까지 인상하는 탄소가격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비해 수출경쟁력이 저하할까 우려해 에너지 집약사용자에 광범위한 특혜를 부여했다. 특히 화학 부문의 경우 화석연료 중 천연가스에만 에너지세가 포함됐고 이 역시 최소세율로 적용됐다. 또한 초기 일정 사용량까지만 탄소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 경매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했으며, 그 이상 사용량에 한해서는 무상 할당했는데 그 비율이 약 96%에 이른다.

G7 기후클럽 창설 등 다각적 노력 중인 글로벌 국가들,
우리나라도 다부처의 긴밀한 공조 통해 대응 필요


한편 OECD는 유효탄소가격뿐만 아니라 유효에너지가격, 규제·보조금·기술표준과 같은 비가격 기반 정책 등에 대한 계량적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국가별 통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월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103개국, 9개 국제기구, 6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탄소감축포럼(IFCMA)’이 정식으로 발족했다.

OECD는 포럼을 통해 생산된 자료가 국가별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이행을 위한 복합적 정책대안 마련과 컨설팅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G7 기후클럽 창설 등 최근 점차 본격화하는 국제사회 기후변화 및 탄소가격 논의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탄소감축포럼은 OECD 회원국뿐 아니라 참여 관심국가로 대상을 확대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관련 국제기구들과 긴밀한 협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OECD는 회원국의 우려를 감안해 포럼이 국제 규범이나 무역장벽으로 기능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초기 단계부터 탄소감축포럼에 적극 참여해 우리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내실 있게 반영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주OECD대표부는 외교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히 공조해 포럼의 논의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 누락·지체된 부분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주거, 수송 등 분야별로 OECD가 수행할 예정인 증거기반(evidence-based) 연구는 우리의 정책현황을 진단하고 개선점을 확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모이면 한 사람의 지혜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향한 OECD와 지구사회의 노력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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