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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해 재정준칙 개혁에 나선 EU
박진호 주벨기에EU대사관겸주NATO대표부 재경관 2023년 08월호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변화와 함께 녹색·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필요성에 직면한 EU에서는 현재 ‘경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Economic Governance Framework)’ 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경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란 경제 분야에서 EU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경제정책을 정하기 위해 수립된 제도 및 절차 시스템이다.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을 포함한 EU 재정 프로그램,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 절차(Macroeconomic Imbalance Procedure)’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EU 회원국 대부분 기존 재정준칙 개혁 필요성에 공감

이 중 EU 회원국 간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회원국의 재정건전성 및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정준칙(fiscal rule)에 관한 사항이다. 재정준칙은 마스트리흐트 조약(Maastricht Treat)상 GDP 대비 재정적자 3% 및 국가채무 60% 규정(1992년),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1997년), 유럽예산회기제(European Semester)(2011년), 식스팩(six-pack)(2011년), 투팩(two-pack)(2013년)으로 구성된다. 특히 최근의 다양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준칙 적용을 일시 유예한 일반면책조항(general escape clause)이 올해 말 종료될 것으로 예정된 상황에서 현실적이며 집행 가능한 재정준칙 개혁은 회원국들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U는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 체결 시부터 건전 재정 및 회원국 간 경제정책(재정정책 포함) 조정을 중시해 왔다. 이는 유로화라는 단일통화 정책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회원국 간 부정적 파급효과(spill-over effects)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회원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재정위기, 특히 최근의 전례 없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적 외부충격을 경험하면서 현재의 재정준칙은 그 역할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점에 더욱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재정준칙은 녹색 및 디지털 전환, 에너지 안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 인구 통계적 변화 측면 등에서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첫째, 일부 회원국은 공공부채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과거 경제여건이 양호한 상황에서도 재정 여력(buffers)을 확보하지 못했다. 둘째, 재정조정(fiscal adjustment)이 대부분 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등 공공재정의 구성이 성장 친화적이지 못했다. 셋째, 재정준칙이 매우 복잡하며, 실제 재정준칙을 위반한 회원국들에 대한 제재 집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지난 4월에 부채의 지속가능성 강화, 개혁과 투자를 통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 촉진을 목표로 하는 경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개혁과 관련된 입법을 제안했다.
 

 

개별 회원국의 약정을 4년 단위 단일 중기계획으로 통합하고
중기계획 기반 재정감시 프로세스 도입 추진

 

EU 집행위에서 제안한 원칙은 ①국가의 재량권(ownership) 강화, ②간소화(simplicity), ③개혁 및 투자 활성화, ④효과적인 집행방안 확보(safeguards and enforcement) 등이다. 다만 GDP 대비 재정적자(3% 이내) 및 국가채무(60% 이내) 비율에 대한 기준값은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실상 대안이 없으며, 불필요한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기존 재정준칙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회원국의 재정, 개혁 및 투자 약정을 단일 중기계획(single medium-term plan, 4년 시계)으로 통합하고, 해당 계획을 기반으로 하는 재정감시(fiscal surveillance) 프로세스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단일 중기계획(집행위 제출, 이사회 승인 필요) 수립 및 활용을 통해 회원국이 책임감 있게 재정준칙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회원국들의 개혁 및 투자 확약에 따라 재정조정 경로 기한을 7년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회원국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했다(<표 1> 참고).
간소화 측면에서는 재정감시의 경우 단일운용 지표인 회원국의 다년도 지출 목표(multi-year expenditure targets)에 초점을 맞춰 운용하며, EU 집행위의 연례 모니터링에 대한 회원국의 부담도 완화했다. 즉 EU 집행위는 연간 재정정책 권고안을 제안하는 대신 회원국의 다년간 지출 목표 준수에 집중하고, 회원국은 연례 안정성 또는 수렴 프로그램 및 국가개혁 프로그램 대신 이행에 초점을 맞춘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집행위 개혁안에 독일과 프랑스 의견 첨예하게 대립…
신규 준칙 합의 없을 경우 기존 재정준칙이 재발효될 우려


EU 집행위의 입법 제안에 대해 회원국들 간 의견이 크게 나뉜다(<표 2> 참고). 이견이 있는 주요 쟁점은 기존의 비현실적인 ‘20분의 1 감축 규칙’을 4년간의 부채감소 계획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20분의 1 감축 규칙은 초과 부채를 연간 5%씩 축소하는 것이다. 해당 사항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6월 경제재정이사회가 개최되기 전날 독일을 포함한 총 11개국 공통의견 형식으로 집행위의 재정준칙 개혁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만 EU 집행위 입법 제안에 대해 통상 재정여건이 악화된 국가는 찬성 입장인 것으로 평가된다. IMF에 따르면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등 7개국은 2024년엔 2개 기준값(재정적자, 국가채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의회의 경우에도 의원들의 소속 정당, 국가 노선에 따라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유럽의회 최대 다수당인 유럽 인민당(EPP)은 올바른 지표에 초점을 맞춘 간단하고 효과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유럽의회 세 번째 정당인 유럽개혁그룹(Renew Europe) 의원들은 집행위 제안에 대부분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회원국들은 재정준칙 개혁의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특히 일반면책조항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으로 신규 준칙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현실적이고 준수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기존의 재정준칙이 재발효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와 회원국 간 이견 등을 감안할 때 지난 4월 EU 집행위가 제안한 법안에 대한 합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회원국)와 유럽의회가 각각 입장을 채택한 후 집행위-이사회-유럽의회 간 3자 협의가 완료돼야 합의 절차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EU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EU 경제회복기금을 신설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에너지 위기 극복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회원국 간 높은 수준의 재정적 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물론 현재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코로나19나 전쟁이라는 외부 경제충격이 없는 상황에서 EU가 재정준칙에 대해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나갈지는 EU의 재정통합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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