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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중국경제가 당면한 진짜 위기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3년 10월호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잇따른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2023년발 중국경제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며 시장과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경제의 몰락’, ‘40년 성장의 종료’와 같은 거친 표현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경제와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파동을 주는 중국경제의 최근 동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생산·소비는 개선의 여지 보이나 투자·대외 부문은 아직…
가장 심각한 부동산시장은 경제주체의 심리 크게 위축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9월 15일에 발표한 주요 실물경기 지표를 보면 현재 중국경제는 확실히 어려운 상황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7월 생산, 투자, 소비 부문은 모두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위축됐던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8월 생산과 소비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5%, 4.6% 증가해 소폭이나마 개선될 여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신 과거부터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투자 부문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 외국인투자 감소 등으로 단시일 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외 부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 대표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수출입 실적은 연초부터 계속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EU 등 주요국이 지난해부터 고금리 상황을 유지해 시장 수요가 감소했고, 여기에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요인으로 일부 품목들의 수출입까지 제한되며 전반적인 수출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년 동기 대비 수출입 증가율(달러 기준)은 각각 –8.8%, -7.3%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다. 업계 1위 비구이위안(Country Garden)을 비롯한 대형 부동산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수의 협력업체와 부동산 판매대행업체 등의 미수금 잔액이 급증하며 연쇄 파산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통계를 보면 중국 부동산시장의 최근 경기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공급 측면 상황을 보여주는 부동산 개발투자 실적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지속해서 하락폭이 커지는 추세(<그림 1> 참고)이고, 수요 측면의 부동산 판매 면적과 금액도 계속 우하향(<그림 2> 참고)하는 등 중국 부동산시장에서 공급자(기업)와 수요자(가계) 양측 모두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실물경제와 수출입 경기 그리고 부동산시장까지 상황이 모두 좋지 않다 보니 중국경제 전반의 활력을 보여주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상승률도 우려할 만하다. 지난 7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3%를 기록하자 일부에서는 중국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고, 중국경제의 생산 활력을 보여주는 PPI 상승률도 지난 7월과 8월 전년 동월 대비 –4.4%, -3.0%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지속적인 가격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위안화 약세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심리 약화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감소


중국 금융시장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올해 초 1달러당 6.947위안으로 시작한 위안화(RMB) 환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7.181위안까지 상승하며 연중 내내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주요 기관에서 연말까지 위안화 환율의 추가 약세를 전망하고 있어 중국 본토와 홍콩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자산에 투자한 시장 투자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증시에서도 상하이종합지수는 횡보세를 보이고 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선전성분지수는 연초 대비 8% 이상 하락(<표> 참고)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8월 28일 증시 부양을 위해 증권거래세율을 0.1%에서 0.05%로 인하하는 긴급 처방까지 내놨지만 중국 기업들의 수익률 개선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금융시장 내 중국물 투자심리 약화 현상은 중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주로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성격이 강한 후강통(상하이-홍콩 주식 교차거래)과 선강통(선전-홍콩 주식 교차거래)의 북향거래자금(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증시로 들어간 외국인 자금) 순유출입 상황을 보면, 올해 1월에는 중국경제의 리오프닝 기대감에 기반해 월 기준 1,413억 위안의 외부 자금이 중국 본토 증시로 유입됐지만 이후 미중 간 금리차 확대 및 중국의 경기회복세 부진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지난 8월에는 897억 위안의 대규모 순매도(총매수액에서 총매도액을 뺀 금액)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와 금융은 현재 내우외환의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진짜 문제는 경기 부진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색채 강화되며
외국 기업·투자자들의 신뢰 낮아지고 불확실성 커진 것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8월 이후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도 보다 신속하고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택 선수금(계약금) 인하, 모기지대출 금리 인하, 무주택자 요건 완화, 주택매각에 따른 소득세 일부 환급 등의 조치를 발표했고, 주식시장에서도 증권거래세 인하 이외에도 신용거래 증거금 비율 인하, 신규 IPO 물량 제한, 상장사의 지분매각 요건 강화 등의 조치를 통해 증시 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 밖에 대출우대금리 및 예금금리 인하, 개인기업 차원의 세금감면 확대, 외화지급준비율 하향 조정 등의 금융지원책도 최근 내놓는 등 8월 발표된 소비 진작 정책에 더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일주일에도 몇 개씩 발표되고 있다.

사실 중국 정부는 올 상반기부터 다양한 경기 지원책을 발표해 왔으나 그 강도와 범위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는 시장의 실망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는 경기부양책들은 상반기 정책에 비해 훨씬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볼 때 중국 정부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과 토론 그리고 일정 수준의 각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로 시간을 돌려보면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료하고 리오프닝 특수를 맞는 중국경제는 특별한 호재가 보이지 않던 글로벌경제의 사실상 유일한 희망으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미 3분기가 종료되는 현재 중국경제는 실물경제, 금융, 내수, 수출, 부동산 등 어느 하나 온전한 부분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 후반에서 6% 초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연초 시장의 기대감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인 5%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으로 어느새 바뀌어 있는 상황이 됐다.

현재 중국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경기순환적 배경(cyclical background)에 근거해 분석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부분은 중국경제의 근본적 변화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로 보인다. 즉 중국경제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과거 덩샤오핑 리더십이 주창한 ‘선부론(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이후 이를 확산한다는 이론)’,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대표되는 효율성 우선의 노선을 벗어나 통제와 계획이 강화되는 사회주의 본연의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층적으로 확인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전략을 수정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중국경제가 당면한 진짜 위기는 당장의 부동산 경기 침체, 수출 부진, 소비 부진이 아니라 외국계 컨설팅(기업실사) 업체에 대한 긴급 조사, 반간첩법 일부 조항의 모호성, 청년실업률 등 일부 통계에 대한 잠정 발표중단과 같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안들로 인해 외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경제를 대하는 태도와 시각에 신뢰가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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