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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체계적인 국경관리로 EU를 지킨다
임현철 주벨기에EU대사관겸주NATO대표부 관세관 2023년 12월호

인적·물적 위험요소의 통합적 관리를 통한 국경관리

1997년 10월 체결된 암스테르담 조약에서 밝힌 바와 같이, EU의 목표는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를 자유·안전·정의가 구현되는 하나의 시장(single market)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EU는 각종 제도와 법령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와 법령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국경관리다.

어떤 조직이든 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을 갖췄다 하더라도 외부의 위협에 쉽게 노출되면 그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기는 힘들다. 하물며 한 나라도 아니고 문화와 생각이 다른 27개 국가로 이뤄진 경우 국경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는 엄청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EU가 추구하는 이른바 자유·안전·정의의 지대(Area of Freedom, Security and Justice)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게 될 수도 있다.

27개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드는 EU…
1985년부터 솅겐 협약 체결해 위험인물의 역내 진입 막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EU는 현재 두 가지 방향에서 체계적인 국경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첫째는 사람의 이동에 대한 관리다. 쉽게 말해 합법적인 자격을 가진 사람의 이동은 최대한 보장하고 범죄자와 같은 불법적인 목적의 인적 이동은 가능한 한 막는 것이다. 27개나 되는 회원국이 존재하는 만큼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인적 위험요소의 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물품의 이동을 관리하는 것이다. 테러행위에 사용되는 물품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나 위생·방역 등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물품의 이동은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살아 있는 동식물 이동의 경우 이에 대한 국경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염병 확산 등 너무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실제로 EU는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국경관리체계 중에서 EU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인적 위험요소의 이동에 대한 관리였다. EU는 1985년부터 ‘솅겐 협약(Schengen Agreement)’을 체결해 유럽 지역 27개 국가에서 관련 제도를 공동 운영 중이다. 이 협약의 주요 목적은 범죄자, 테러리스트, 불법 체류자 등 위험인물로 대표되는 인적 위험요소의 EU 역내 진입을 막는 것이다. 

솅겐 협약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EU는 솅겐정보시스템(SIS; Schengen Information System)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솅겐 협약 가입국 지역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인적(실종자, 위험인물) 및 물적(분실 신고된 차량, 선박, 항공기, 수표 등) 요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분석해 세관, 국경수비대, 경찰 등 국경관리기관에 전달한다. 이 시스템은 EU 역내 안전을 도모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근래에는 비자정보시스템(VIS; Visa Information System)과 연동해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돼 국경에서 보다 세밀한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적 위험요소에 대한 관리와 함께 EU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물적 요소의 이동에 대한 위험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 이 중에서 현재 EU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스템은 사전수입통제시스템 ‘ICS2(Import Control System 2)’다. ICS2는 원래 EU에서 운용했던 사전수입통제시스템 ICS1의 기능을 복잡해지고 있는 무역환경에 맞춰 향상한 것이다.

ICS2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EU 회원국 항만 또는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사전전자신고(ENS; Entry Summary Declaration)라는 이름의 각종 수출입 자료를 세관에 제출해야 한다. ENS에 포함되는 자료는 수출자·수입자 정보, 수입되는 상품의 상태, HS코드, 운송방식, 선적지, 하선지 등 매우 다양하다. 우리 관세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전적하목록신고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도착지 세관은 이렇게 사전 입수된 정보를 분석하고 위험도를 측정함으로써 물품의 EU 역내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




사전수입통제시스템 통한 물적 요소 이동에 대한 위험관리,
올 3월 모든 항공화물로, 내년 3월 해상운송 화물로 확장 적용


2021년 3월에 처음으로 시행된 ICS2는 그 대상이 항공특송(air express)과 항공우편(postal air)에 한정됐으나, 올해 3월 1일부터는 항공으로 수입되는 모든 화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 3월부터는 해상으로 운송되는 화물로까지 그 대상이 확장돼 EU로 들어오는 모든 물품에 대한 위험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EU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EU가 과거부터 계획하고 준비해 왔던, 인적·물적 요소 모두를 EU 권역에 들어오기 전에 사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실제 구현되는 셈이다. 

이러한 EU의 계획은 EU와 무역거래를 하는 우리 기업에도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ICS2에 저장된 수출입 관련 자료들은 27개 회원국이 모두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에 따라 항구나 나라를 바꿔 수입을 진행하는 이른바 ‘포트쇼핑(port shopping)’이 어려워지게 된다. 포트쇼핑은 품목에 따라 단속이 허술한 항구를 찾아 물품을 수입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더 나아가 ENS에 포함되는 항목에 대한 수출입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을 경우 검사대상으로 지정되거나 통관 자체가 불허되는 등 예기치 못한 피해를 당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대부분의 무역거래가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내년 3월 해상운송에 대한 ICS2 시행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언급했지만 EU의 국경관리는 사람과 물품의 이동을 무조건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물적·인적 위험요소의 진입을 최대한 막고 적법한 무역거래에 기반한 화물과 사람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제대로 대처한다면 오히려 통관이나 물품 이동에서 EU에 수출하는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을 갖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는 법이다. 우리 기업이 EU에서 더욱 멋진 활동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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