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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올해 중국경제 기대에 못 미쳤지만 미중 관계 변화 시그널 긍정적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3년 12월호
올해 중국경제는 부동산시장 침체, 소비 부진 등으로 당초 기대한 리오프닝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 둔화는 글로벌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이 글에서는 올해 중국경제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최근 변화가 감지되는 미중 관계 전환의 의미를 논해보고자 한다.




기대 이하의 생산·소비, 우려 여전한 부동산시장·수출·물가…
리오프닝 효과 충분히 누리지 못해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0월 19일 발표한 분기 실적에 따르면 중국의 올 3분기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했다. 올 1~3분기 평균으로는 5.2% 성장해 연초 중국 정부가 제시한 5% 내외 연간 성장률 목표치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야별 상황을 보면 올해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주된 문제점인 불균형적 경기 회복(unbalanced recovery)의 모습이 뚜렷하다. 지표상으로만 볼 때 지난 1~10월 기간 주요 부문에서 실적이 나쁘지 않은 부문은 생산과 소비 정도이고, 부동산시장, 수출, 물가 등은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생산과 소비는 여타 지표 대비 상대적으로 나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 역시 연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예년에 비해 활력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특히 소비 부문은 리오프닝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볼 것으로 기대됐고, 이에 많은 기관과 전문가는 소비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의 가계 등 개인은 지갑을 여는 대신 저축을 늘려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미래의 불안요소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의 가계 저축률 증가는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나타난 현상으로,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총저축률은 46%다. 예금은 26조3천억 위안(약 4,969조 원)으로 전년 대비 6조5,900억 위안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수출과 투자유치 여건이 나빠진 현 상황에서 중국 당국으로서는 굳게 닫힌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 소비를 진작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됐다.

한편 지난 6월 16~24세 청년층 실업률이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8월부터 발표 잠정 중단)과 부동산시장의 침체도 소비 부진을 야기한 주요한 배경이다. 전자기기, 요식업, 문화·레저, 여행 등에 대한 구매 욕구가 큰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은 이들의 소비여력을 떨어뜨렸고, 중국 도시지역 가계자산 비중의 70%에 달하는 부동산시장의 거래량 감소와 이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의 악순환도 개인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적 지표가 가장 좋지 않은 분야는 대외적으로 수출, 대내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이다. 중국의 올해 월별 수출 실적은 지난해 ‘상하이 봉쇄’ 등으로 기저효과가 특별히 컸던 3~4월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주요국의 고금리 상황 지속 및 수요 감소, 최근의 지정학적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단시일 내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황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은 역시 부동산시장이다. 관련 통계에서 보듯이 중국 부동산시장의 개발투자, 판매면적, 판매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그림 1> 참고), 최근 중국 당국의 다양한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정책에도 시장과 투자자의 심리는 쉽사리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한 국가의 경제활력을 엿볼 수 있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최근 중국경제에서 디플레이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10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2%로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PPI 상승률도 연중 내내 미진한 경기 흐름을 반영하듯 좀처럼 플러스로 전환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그림 2> 참고).



이처럼 올해 중국경제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소비 부진, 수출 실적 악화, 대내외 금리차 등으로 인한 투자유치 부진에 시달리는 내우외환의 처지가 됐다. 

APEC 회의 때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 계기로
미중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배분된 형태로 전환될 듯


올해 중국경제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연초 발생한 소위 ‘정찰풍선 사태(미국이 자국의 영공으로 넘어온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한 사건으로 중국은 기상관측용 비행선이라고 발표)’ 이후 냉각기를 겪고 있는 미중 관계에 최근 변화의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극비 방중 이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수장들이 중국을 공식 방문해 중국 비즈니스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7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 8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해 미중 관계의 방향성은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임을 재차 확인했다. 결국 지난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며 경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할 만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각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회담이었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하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미중 간의 경제적 관계는 극단적 대립보다는 경쟁과 협력이 적당히 배분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지속되겠으나, 그 외의 민감하지 않은 경제 영역에서는 다시 협력을 추구하는 게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두 정상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고강도 긴축 및 고금리 상황으로 미중 양국을 포함한 글로벌경제가 녹록지 않은 현 상황에서 세계 최대 경제규모이자 대표적인 생산국과 소비국이라는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가 일부의 정치적 구호처럼 완전한 의미의 디커플링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음을 시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1월 대만 총통 선거, 11월 미국 대선 등 예정된 2024년, 
그 어느 때보다 정치·경제가 밀접하게 상호 영향 줄 전망


내년은 전 세계적으로 굵직한 정치 이벤트들이 연초부터 연말까지 예정돼 있는 ‘정치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내년 1월 대만의 총통 선거 결과는 해빙 무드를 시작한 미중 관계에 필연적 영향을 주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3월에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대선 일정이 예정돼 있고(단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상황에서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불확실), 4~5월에는 한국, 인도, 영국 등의 국가에서 의회 권력을 선출하는 총선이 치러지며, 11월 5일에는 미국의 대선이 계획돼 있다. 

중국이 2001년  WTO에 정식 가입한 후 약 20년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세계화의 가속화와 공급망 최적화의 바람이 불던 시기에는 국제적으로 경제와 정치 이슈가 어느 정도 분리돼 각기 다른 독립변수로 작용했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미중 갈등이 심화되며 미국을 위시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탈세계화(fragmentation) 등 개념이 글로벌 무대의 전면에 배치되면서는 정치 어젠다가 경제 영역을 간섭하고 영향을 주는 범위와 강도가 점차 확대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최근 상황과 추세를 배제하더라도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와 경제가 밀접하게 상호 영향을 주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하던 인플레이션 이슈가 올여름 중동지역의 정세 악화로 다시 고개를 들며 미국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 의사결정자들의 정책 전환(pivot) 시기에 관한 고민이 깊어졌고, 상당 기간 고금리 상황이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개인과 기업의 고금리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과 에너지 가격 부담은 이미 큰 압박으로 다가온 현실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에 예정된 주요국의 여러 정치 이벤트가 글로벌경제와 동아시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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