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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국경 없는 다크패턴, 각국 규제 기반 되는 국제표준 마련한다
문종숙 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2024년 01월호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전자상거래 역시 급증했고, 이에 수반되는 소비자 관련 여러 문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OECD 소비자정책위원회(CCP; Committee of Consumer Policy)에서 논의되는 주제의 대부분은 전자상거래와 관련돼 있으며, 그중 다크패턴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다. 소위 다크패턴은 소비자 눈속임 상술을 의미한다. 특히 온라인 거래에서의 상술은 오프라인과는 그 양태가 달라 어디까지 허용할지, 기존 규범체계 외 별도의 규제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OECD 회원국 간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다크패턴의 정의조차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OECD CCP는 2022년 말 다크패턴 논의를 위한 기초보고서를 발간하는 한편, 2023년 12월까지 총 6차례의 정례회의(100~105차) 등을 통해 다크패턴과 관련한 회원국의 정책 및 법 집행 사례 등을 공유했다. 또한 권고문·가이드라인 등 OECD 차원의 규범 마련 및 실태분석 등을 위해 ‘다크패턴 상관행’에 대한 경험적 실증조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크패턴과 관련한 OECD의 최근 논의 동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회원국의 다양한 의견 반영해
다크패턴을 7개 유형 및 25개 세부유형으로 구분


OECD CCP의 2022년 보고서는 다크패턴을 ‘특히 온라인 사용자의 사용환경과 관련해 소비자의 자율성, 의사결정 과정이나 선택을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디지털 설계기술의 요소를 사용한 상업적 관행으로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소비자 피해의 직간접적 원인이 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다크패턴의 특징은 상술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그 유형과 정도에 따라 ‘명백한 기만행위’부터 ‘일상적인 마케팅’까지 범위가 매우 넓으며, 합법과 불법,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교묘히 이뤄진다는 점이다.

온라인시장은 오프라인과 달리 이용자 행동정보를 손쉽게 저장·추적할 수 있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 정보의 제한 등을 이용해 소비자의 이탈가능성을 예측하고 설계·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 개인은 물론 소비자 당국조차도 이러한 행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정교한 프로세스인지 아니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인지, 즉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OECD CCP는 다크패턴을 행동 강제, 화면 조작, 반복 간섭, 경로 방해, 숨겨진 규정, 사회적 증거, 시급성 등 총 7개 유형 및 25개 세부유형으로 구분했다(<표> 참고). 이 중 일부 다크패턴은 그 자체로 소비자 기만행위(사기)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기만에 미치지는 않더라도 소비자의 자율성, 의사결정을 훼손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개인적·구조적 피해를 야기한다. 소비자의 개인적 피해는 다시 금전적 피해, 사생활 피해, 심리적 손상과 시간 손실로, 소비자의 구조적 피해는 왜곡된 경쟁, 시장 자체에 대한 소비자 신뢰 감소로 구체화할 수 있다. 

OECD 차원의 다크패턴 관련 법률문서 제정 위해
올 1~2월 소비자 경험 기반 실증조사 실시


OECD CCP는 기업의 자율성에 기반한 투명성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는 이와 같은 다크패턴에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므로 규제기관에 단속권한을 부여해 다크패턴과 관련한 소비자 취약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거래는 ‘국경’이라는 개념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각국 규제의 일관성·정합성이 요구되는바, 다크패턴 관련 규제의 국제표준을 마련하고 이러한 표준에 기반해 자국 내 소비자 관련 법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OECD CCP 회원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또한 다크패턴 대응에 개인정보 보호, AI, 경쟁정책 등 여러 정책 영역에서의 협력이 요구되는 점 역시 고려해 OECD 차원에서 다크패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클릭하기 전에 생각하세요!”

아울러 이러한 가이드라인·권고문 등 OECD 차원의 법률문서 제정을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다크패턴 관련 증거 기반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소비자가 특정 다크패턴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방법 등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올 1~2월 실시할 예정이다. 해당 조사에는 다크패턴이 어떤 영역이나 맥락에서 영향을 미치거나 손해를 끼치는지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그러한 영향력이나 손해의 종류 및 예시(금전적 피해, 개인정보·프라이버시 침해 등 비금전적 피해)를 구체화하는 한편, 특정 소비자 취약성 요인(대상별, 소비 경험별로 차별화돼 나타나는 다크패턴 영향 진단)을 분석하며, 다크패턴에 관한 특정 구제책의 효과성을 측정할 계획이다. 특히 명백하게 기만적이지 않거나 기존 소비자 보호법을 준수하는 ‘회색 다크패턴 상관행(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것)’에서 발생하는 경제적·비경제적 손해에 관한 소비자(취약계층 소비자 포함)의 반응, 소비자 인식 또는 이해 역시 조사 대상이다. 이 실증조사 결과는 2024년 10월 개최 예정인 ‘OECD 소비자 장관회의’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OECD CCP는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ICPEN)와 공동으로 다크패턴에 대한 글로벌 인식 제고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캠페인을 통해 각 소비자 당국이 소비자와 기업을 위한 합일된 핵심 메시지, “클릭하기 전에 생각하세요!”를 전달하고 다크패턴 관련 통계데이터를 공유하는 한편, 인포그래픽 등 정보시각화 자료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할 것이다.

OECD CCP의 다크패턴 정의는 법적 개념으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추상적·포괄적이라는 한계는 있으나,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회원국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돼 다크패턴의 여러 측면을 고찰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시장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변칙적 마케팅, 소비자 기만 등을 야기하는 신종 다크패턴이 나타날 우려도 커지는 만큼, OECD의 다크패턴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우리의 관련 규정도 업데이트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소비자 당국들 역시 다크패턴에 주목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어 이와 같은 모범사례·제도개선 등을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업무의 최우선 순위를 다크패턴으로 본다고 발표한 이후 소비자가 다크패턴 때문에 낭비한 시간을 계량화하고 이를 보상할 것을 명령했고,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다크패턴 설계를 20년간 증거로서 보존하도록 했다. 이는 실제 발생한 금전적 손해 외에도 ‘시간’과 같은 비금전적 손해를 보상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도 정기구독 취소를 어렵게 하거나 팝업창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다크패턴을 금하고 있다. 이스라엘 소비자 당국은 모든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 ‘동의’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것을 금지할 예정이다.

이러한 제도적 접근 외에 기업의 자발적 변화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윤리적 설계기준, 디지털 선택구조에 대한 자체감사, 소비자단체 선정 ‘다크패턴 불명예상(sludge award)’ 수여 등과 같이 기업의 친소비자 선택설계를 유도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 시 ‘다크패턴에 대응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현’을 평가요소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2023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 역시 사업자들이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다. 온라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하는 ‘사이버 데이(cyber days)’ 기간 동안 다크패턴 예방 캠페인을 적극 펼치는 페루나 ‘온라인 속임수 식별 캠페인(The Online Rip-off Tip-off)’을 통해 가짜 후기나 숨겨진 가격 식별법 등 소비자가 안전하게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팁을 제공하는 영국 시장경쟁청(CMA) 등 각국의 소비자 당국은 소비자 인식 제고 캠페인과 소비자 교육 등을 통해 피해예방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도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 38개, 웹사이트 및 모바일앱 76개에 대한 다크패턴 사용 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공개했다. 이와 같은 실태조사 및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소비자 스스로 다크패턴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온라인 거래 과정에서 이를 유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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