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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글로벌경제 회복은 현재 진행형… 성장을 위한 기반 다지는 단계
이용대 주OECD대표부 주재관 2024년 03월호

OECD의 「중간경제전망」을 중심으로

팬데믹 이후 지난 4년간 세계경제는 감염병 위기뿐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이벤트를 겪으면서 그야말로 ‘전례 없는’ 경험을 해왔다. 백신만 개발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던 감염병 확산기에는 모두가 봉쇄조치 해제를 기다렸지만, 세계경제가 정상화에 이르기도 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쳤다. 40여 년 만에 가장 높이 치솟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후 부랴부랴 이뤄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은 경제주체들의 실질소득과 가처분소득을 줄여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가장 늦게 리오프닝에 나섰던 중국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고, 세계경제를 끌고 가야 할 미국과 유럽도 저마다의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의 흐름을 점검해 볼 시점이다.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지난해보다 약할 것

지난 2월 OECD는 ‘성장을 위한 기반 강화(Strengthening the Foundations for Growth)’를 부제로 「중간경제전망(Interim 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다. 부제에서 말하듯 OECD는 글로벌 경기가 기존의 추세 흐름에 도달하는 회복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기보다는 아직 완전한 회복을 위한 사전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OECD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지난해 11월 전망 수준(2.7%)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성장률 3.1%보다 낮아진 수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전망에 비해 0.2%p 높아진 것은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2.1%로 11월 전망(1.5%)에서 0.6%p 상향조정된 데 상당 부분 기인한다. 결과야 어찌 됐든, OECD는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을 전후로 나타난 글로벌 경기의 흐름 변화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OECD는 「중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였지만 연말로 오면서 성장 모멘텀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한다. 그 근거로 초단기로 경제상황을 측정하는 고빈도 지표, 설문조사 결과 등 최근 자료를 볼 때 산업별로는 제조업을, 지역별로는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을 들고 있다. 제조업의 상대적 부진은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펜트업(pent-up) 수요에 따른 재화소비 증가세가 최근 약화된 데서 주로 기인한다. 또한 유럽 경기의 상대적 부진은 유럽경제의 구조적 특징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경기의 주된 특징 중 하나는 미국과 유럽 간 차별화된 성장세다. 지난해 미국경제는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8%를 기록하면서 시장 컨센서스(0.5%)를 상당폭 상회했을 정도로 연말까지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였다. 반면 유럽경제는 4분기에 0%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독일경제는 0.3% 역성장했다. 유럽경제의 부진 원인은 에너지 가격 충격과 그간 이어진 통화긴축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 데 있다. 경제구조상 유럽은 미국에 비해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EU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50%를 상회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오히려 에너지 순수출국이다. 또한 유럽은 금융구조가 은행 중심이어서 정책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을 통해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더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OECD는 올해 유로지역 경제성장률이 0.6%로 미국(2.1%)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율, 내년까지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으로
점차 수렴해 갈 것


이에 더해 OECD는 최근 중동지역 분쟁으로 해상운임이 급등하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글로벌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OECD는 최근 약 두 배 수준으로 높아진 해상운임이 올해 내내 유지될 경우 글로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약 0.4%p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홍해 지역을 통한 해상운송이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 기간이 30~50%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OECD가 설명하듯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일부 천연자원, 에너지 등의 수급불안이 발생한다면 팬데믹 이후 나타났던 글로벌 공급 차질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주요 광물, 에너지 등의 수입다변화가 진행 중이나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은 취약한 상황이다.

올해 세계경제의 또 다른 화두는 중국경제의 성장이 얼마나 빠르게 둔화할 것인가다. 중국 내 부동산 부문 과잉투자와 부채 급증은 이미 지난 수년간 중국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다만 중국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도가 낮고 정부의 영향력이 커 전면적인 금융위기로는 전이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은 부동산시장에서 시작된 금융불안이 실물경기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시행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 OECD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5.2%에서 올해 4.7%로 낮아지겠으며,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심리 저하가 민간소비 증가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OECD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흐름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이례적으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일부 국가들을 제외할 경우 G20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3%대에서 올해 2%대로 낮아지고 내년까지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으로 점차 수렴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이미 상당폭 안정화됐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안정화 효과는 줄겠으나, 그동안 지속된 통화긴축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인플레이션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기조 전환 시기와 속도가 올해 주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3.1%)이 예상과 달리 3%대를 지속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아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 인하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1970년대 석유위기 당시 연준의 통화긴축 이후 성급한 인플레이션 안정화 판단과 완화기조 전환, 그에 따른 물가 반등과 통화긴축 재개가 반복됐던 정책실패의 트라우마가 자리한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가 시장 예상보다 늦어지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 등 여타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각국의 내외금리 차 확대는 국가 간 자본이동을 자극하고 미국의 상대적인 고금리는 강달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의 안정적 흐름을 위해
통화정책 전환 속도는 데이터에 기반해 신중히 결정돼야


향후 글로벌 경기의 안정적 흐름을 위해 OECD는 먼저 통화정책 기조를 신중하게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올해 2~3분기 중 미국, 유로지역 등에서 통화당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화정책 기조 전환 속도는 새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OECD는 무엇보다 서비스 부문 등에서 잠재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재정 분야에서도 OECD는 그간 늘어난 공공부채와 향후 구조적 지출 증가 요인을 감안해 세제·지출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배경으로 지난 15년간 각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향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고령화, 기후변화 등이 구조적인 재정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대응해 OECD는 지출 측면에서 연금의 퇴직연령·기대수명 연계, 고령자 취업 확대 등이 향후 재정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세입 측면에서는 노동과세 중심에서 자산·소비 과세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조세지출을 축소해 과세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OECD는 무엇보다 신뢰 가능한 중장기 재정 프레임워크를 통해 장기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을 뒷받침하면서도 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향후 경제적 충격 발생 시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OECD는 세계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교육성과 제고, 글로벌 교역 회복, 기후변화 대응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먼저 교육 분야에서는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확대, 대학교육·노동수요 간 매칭 강화 등을 통한 교육·기술 분야 개선 노력을 제안한다. 또한 세계교역은 규범과 체계에 기반한 개방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참여에 따른 효율성 제고 등 이점과 함께 공급망의 복원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세계경제의 주된 과제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OECD는 기후변화에 따른 공통의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OECD가 「중간경제전망」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세계경제는 팬데믹에서 벗어나 완전한 회복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다. 1970~1980년대 인플레이션 안정화 과정에서도 ‘마지막 단계(last mile)’가 가장 어려웠으며, 이 단계에서의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는 물가안정 달성 실패로 이어진 바 있다. 향후 글로벌경제의 완전한 회복 또한 마지막 단계에서 글로벌 리스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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