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디어(언론사)는 그간 각 개인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정보, 즉 뉴스콘텐츠를 제공하며 민주적 편익 측면에서 긍정적 외부효과를 창출해 왔다. 한편 인터넷 및 디지털 플랫폼(이하 ‘플랫폼’)의 발달로 레거시 미디어, 즉 신문·잡지, 방송과 같은 전통적 매체를 통한 뉴스 열람은 감소하고, 플랫폼을 통한 뉴스 열람은 대폭 증가했다. 2021년 로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지면을 통해 뉴스를 열람한 비율’은 주요국 기준 12~37%에 그쳤으며,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 중 해당 미디어에 비용을 지급하는 사람’의 비율은 영국 8%, 독일 9%, 캐나다 13%, 미국 21%, 북유럽 4개국 평균 28%에 불과했다.
이는 구독료와 같은 직접 판매 수입뿐만 아니라 신문 지면이나방송을 통한 광고 수입 역시 감소시켰고 언론사의 수익구조는 악화됐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뉴스콘텐츠에 대한 투자 능력과 투자 유인이 감소될 수 있다. 또한 플랫폼을 통한 뉴스이용자의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언론사 입장에서 플랫폼과의 거래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이로써 플랫폼의 거래상 지위가 높아져 뉴스콘텐츠 자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이 증가했다. 이에 OECD 경쟁위원회는 언론사와 플랫폼 간의 ‘거래상’ 관계와 이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회원국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이 글에서 그 내용을 소개한다.
플랫폼의 우월적 거래상 지위로 언론사 큰 위기…
플랫폼 사업자, 뉴스콘텐츠 사용료 협상 의무화에 거세게 반발
플랫폼은 언론사에 대해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우선, 플랫폼은 뉴스콘텐츠의 구매자인 동시에 판매자라는 점에서 수직적 관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용자의 관심과 광고, 뉴스콘텐츠 큐레이션, 콘텐츠 제작을 두고 경쟁한다는 점에서 수평적 관계다.
수직적 관계와 연관돼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콘텐츠 이용자가 ‘어떤 뉴스를 볼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뉴스 제목이 보기 쉬운 위치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 2021년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 Japan Fair Trade Commission)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은 뉴스 추천 서비스(news referral services), 뉴스 링크 표시위치 설정 알고리즘, 뉴스콘텐츠 집계·선별 알고리즘 등을 통해 이용자의 뉴스콘텐츠 선택과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플랫폼의 언론사에 대한 거래상 지위를 강화시킨다. 플랫폼은 이러한 우월적 교섭력을 바탕으로 언론사에 부당한 거래조건을 강요할 수 있고, 실제로 언론사가 디지털 유통을 통해 뉴스콘텐츠 제작비용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수평적 관계에서도 플랫폼은 이용자가 뉴스를 검색·소비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에 남겨놓은 이용자의 검색기록, 개인정보들을 언론사가 아닌 자신의 데이터 자산으로 수집하고,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거나 자사 운영제품 우선 노출 등 자사 서비스에 유리하게 이용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은 미디어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고 해당 시장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언론사 차원에서의 부당·불공정을 넘어 언론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고품질 뉴스콘텐츠 생산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플랫폼이 선호하는 뉴스 배포, 큐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사용은 바이러스성 콘텐츠를 증폭시키고 잘못된 정보, 가짜뉴스 등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 이는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용자의 과거 온라인 행동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선별해 제시)과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 이용자와 같은 입장의 정보만 지속적으로 되풀이해 노출)와 결합해 소비자들의 ‘과거’ 선호 및 ‘인위적으로 생성된’ 선호를 강화하며 정치적으로 진영주의를 공고화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 사업자 차원이 아닌 사회 전체적 측면에서 큰 위기로 인식돼 OECD 각국은 이에 대해 다각적인 정책 방안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OECD 주요국의 정책 대응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뉴스에 대한 인접저작권(ancillary copyright)을 인정하거나 기존 저작권법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뉴스콘텐츠에 대한 언론사의 재산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일례로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EU 국가들은 저작권 관련 규정인 EU의 「디지털 단일시장 지침」 제15조를 자국법에 반영해 뉴스콘텐츠에 대한 인접저작권을 인정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둘째, 직접적 보조금, 세제 지원, 지원 기금 등 다양한 형태의 공공자금 지원제도를 통한 미디어 지원 정책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호주는 2개의 공영방송사에 ‘안정적이고 적절한 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캐나다는 2021년 6월 저널리즘을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뉴스 구독 세금공제’를 도입했다. 한편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도 자체적으로 언론 지원 기금을 마련했는데, 구글은 3억 달러, 메타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지원 자금까지 포함해 총 4억 달러를 투자했다.
셋째, 언론사와 플랫폼 간의 거래상 지위와 이로 인한 교섭력 차이를 줄이는 방안으로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뉴스콘텐츠 사용료 지급에 관한 언론사와의 협상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호주는 2021년 3월 「뉴스미디어 디지털플랫폼 의무 협상 규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해당 규정을 위반한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최대 1천만 호주달러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캐나다 역시 2008년 이후 470개 이상의 캐나다 언론사가 폐업함에 따라 언론사와 플랫폼 간 협상력 불균형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초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거대 플랫폼에 콘텐츠 사용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2021년 2월 발의됐으나, 저작권법에 기초한 접근은 한계가 있고 언론사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6월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언론사와 뉴스콘텐츠 사용료 지급에 관한 협상을 의무화하는 「온라인뉴스법」을 제정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미국에서도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비즈니스 관행이 언론사를 포함한 미국 경제·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2019년 6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미 하원 법사위 차원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사는 점점 더 구글과 메타에 의존하고 있으며, 플랫폼과 언론사 사이에 ‘상당한 교섭력의 불균형’이 존재해 뉴스의 품질과 가용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언론사가 구글, 메타 등의 플랫폼을 상대로 뉴스콘텐츠 이용료에 관한 단체협상을 할 경우 이를 담합으로 보지 않고 「반독점법」 적용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저널리즘 경쟁 및 보호에 관한 법률(JCPA)’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각국의 정책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메타는 호주와 캐나다에서의 법 개정 움직임에 반발해 호주 내 뉴스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자사 플랫폼에서 캐나다 언론사 뉴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메타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공식적으로 캐나다 언론사의 국내외 뉴스를 차단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도 상하원의 초당적 지지로 JCPA 법안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플랫폼의 로비 등으로 결국 해당 법안은 미국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지난해 6월 회기(제117대)가 종료돼 폐기됐다. 다만 해당 법안은 지난해 7월 다시 미 상원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넷째, 거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 대응이다. 즉 거래과정, 특히 플랫폼의 일방적인 알고리즘 변경 등을 금지하고 언론사가 이러한 변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 경쟁당국인 JFTC는 언론사에 지급되는 보상을 산정하는 산식 및 과정을 공개하고, 이용자가 언론사별 뉴스콘텐츠 품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당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 이름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콘텐츠의 선정 기준 공개 등으로 공정성·투명성 높여
언론사와 플랫폼 간 교섭력의 차이 좁혀야
저작권은 주로 창작물에 대해 인정되는 권리라는 점에서 ‘사실’ 등에 기반해 육하원칙의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에 저작권을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언론사와 플랫폼 간 교섭력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또한 공정한 경쟁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자 간 거래나 뉴스콘텐츠 이용에서 공정성·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이는 소비자가 질 높은 뉴스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누리는 데에도 기여할 수있다. 즉 플랫폼은 ‘해당 뉴스콘텐츠를 이용해 얻은 광고 수입’과 같이 콘텐츠 사용료 산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 ‘주요 뉴스 메뉴’에 게재되는 뉴스콘텐츠의 선정 기준, 검색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사항(검색엔진 노출 기준 등)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투명성 제고 및 정보공개 노력에 대한 당사자 간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플랫폼과 언론사가 효과적인 협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별도로,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뉴스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생성한 데이터는 플랫폼과 미디어의 ‘공동 생산’으로 봐야 하는지, 데이터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의 문제와 개인정보 활용 문제는 국내의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어 해당 부처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 각국·지역의 경쟁당국 등에서 다양한 대응이 모색·시행 중이므로 향후 다양한 수준에서 각국·지역 당국과의 의견 교환, OECD 등 국제기구에서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