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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중국의 새로운 성장 모델, 성패는 향후 미중 관계에 달렸다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4년 08월호


중국 당정은 최근 2분기 및 상반기 GDP 성장률 등 주요 거시지표를 발표하고, 향후 5년간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개최했다. 이 글에서는 상반기 중국경제의 주요 동향을 평가하고 예정보다 9개월가량 늦게 개최된 3중전회에서 드러난 중국 지도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소비 둔화, 수출 증가, 부동산 침체 등
불균형적 회복세 이어간 상반기 중국경제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7월 15일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을 포함한 상반기 주요 거시경제 지표를 발표했다. 2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했고, 이를 1분기 실적인 5.3%와 합산하면 올 상반기 기준 5.0% 성장해 중국 정부의 연간 성장 목표치(5.0%)에 부합한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였던 5.1%를 하회했고, 내용 면에서도 불균형적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경제를 지켜보는 이들의 걱정이 다시 커지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중국경제의 회복세가 여전히 불균형하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의 경우 일시적 부침은 있으나 최소 4~5%대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는 반면, 소매판매로 대표되는 소비 실적의 경우 올해 들어 그래프가 우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 세부항목인 상품판매와 요식업 매출 지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그림> 참고). 특히 외식문화가 발달한 중국 사회의 특성을 감안할 때 올 상반기 요식업 매출 실적의 급감은 현재 중국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지갑을 여는 데 매우 인색해져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지난해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수출이 올 상반기 들어 비교적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중국경제에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7월 12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수출 규모는 3,078억5천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했다. 지난 5월 수출 증가율(7.6%) 실적은 물론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8.0%)를 상회하는 기록이다. 반면 6월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한 2,088억1천만 달러로 나타나며 198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의 무역흑자(990억5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2.8% 증가)를 하회한 것은 내수가 둔화하고 있고 수출입 경기가 불균형하게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한동안 부진했던 수출 실적이 회복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경제 입장에서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개선 흐름을 보이는 수출과 달리 한번 꺾인 부동산시장 경기는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월별 실적을 보여주는 개발투자, 판매면적, 판매금액 지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더라도 두 자릿수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표> 참고). 중국 정부가 1~2분기에 걸쳐 부동산 기업 관련 대출요건 완화, 만기 도래 모기지론에 대한 롤오버(만기연장), 신규 모기지 대출 지원 확대 등 금융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미 식어버린 시장의 흐름을 돌리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관련 여러 금융 완화책에도 올 상반기 개인 모기지론 실행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개혁개방 이후 부동산 투자가 중국인의 대표적인 자산 축적 수단이었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3중전회에서 파격 지원 대신 리스크관리에 방점···
부동산, 지방정부 부채, 지방은행 부실 등 리스크 공식 인정


중국의 2분기 및 상반기 거시지표 실적이 발표된 지난 7월 15일은 향후 5년간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성을 결정하는 3중전회가 개최되는 첫날이라는 측면에서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나흘간 개최된 이번 3중전회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경기가 부진한 부동산·소비 부문에서의 획기적인 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현재 중국경제가 처한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파격적 조치 대신 리스크관리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신중론이 병존했고, 실제 회의 결과는 후자인 신중론에 조금 더 가까웠다. 원래 지난해 10월로 예상됐던 3중전회가 약 9개월가량 연기돼 개최된 탓에 중국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적극적인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부양책 대신 점진적인 방식의 경제구조 전환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이번 3중전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그간 서방의 ‘중국경제 위기론’에 대항해 ‘중국경제 광명론(光明論)’으로 맞서왔던 중국이 공산당 내 최고 권력기구 중 하나인 당 중앙위원회 명의를 통해 그간 서방이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부동산, 지방정부 부채, 지방은행의 부실 가능성 문제를 사실상의 리스크 요인으로 공식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예전 회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중화권 소식에 정통한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금융·부동산 시장 침체, 소비 부진 등의 내부 변수와 미중 경쟁 심화, 유럽·일본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 중국 지도부가 급진적인 변화에 바탕을 둔 신속한 해결책 대신 건국 80주년(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추진할 광범위한 개혁 목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투자 등 기존 성장 전략에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성장동력 육성으로 전환


결국 중국 지도부는 3중전회를 계기로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투자에 바탕을 둔 기존의 성장 전략 대신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3대 신성장동력’과 첨단기술 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방식으로 성장 모델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 2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시장에서는 올해 중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일부 생겨났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5.0%에서 4.9%로, JP모건은 5.2%에서 4.7%로, 바클레이즈는 5.0%에서 4.8%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해당 기관들은 2분기 중국경제 성적표를 볼 때 경기 회복세가 균형적이지 않고 특히 부동산·소비 부문은 단시일 내 가시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망치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도 연간 성장률 목표치 5.0% 달성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3중전회에서 중국 당국이 극적인 반전 효과를 위한 단기 부양책 대신 현존하는 리스크는 적극 관리하되 주된 자원배분은 긴 호흡을 갖고 전략산업에 집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세계은행 통계 기준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17조7,900억 달러로, 세계 2위 수준이다. 당국의 체면을 중시하는 게 중국 사회의 오랜 전통이라지만,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가 이미 너무 커져버린 만큼, 중국이 올해 5% 성장을 달성하면 성공이고 그 이하를 기록하면 실패라고 가볍게 규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중국경제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은 이제 그간의 항로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과 길을 가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중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델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현시점에서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성패에 앞으로 설정될 미중 관계와 그 종속변수들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는 미 대선 분위기와 한동안 전 세계를 지배했던 세계화가 퇴색되고 블록화 또는 파편화 흐름이 강화돼 가는 지금의 국제사회 동향은 중국경제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경제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작업에도 이제 경제데이터 분석과 함께 국제정세의 복잡한 흐름을 투영해서 함께 보는 노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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